"죽고 난 다음에 보상될랑가"
"죽고 난 다음에 보상될랑가"
  • 김웅 기자
  • 승인 2010.11.19 17:54
  • 호수 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H, "나노산단 1~2년 후 재개" 군에 공문 전달
피해호소 주민들 "땜질응답 해도 너무해" 울분

“보상? 우리가 죽고 난 다음에나 나올랑가 몰라”

장성군 나노산업단지 조성이 5년 넘게 표류하면서 남면 동태마을 주민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마을주민 대부분이 60~70세 이상 고령으로 나노산단 조성 중단에 따른 피해는 더욱 더 심각한 실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간절한 토지보상과 보금자리 이주에 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길게는 2년은 더 고통을 겪어야 할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나노산단 조성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지난 11일 장성군으로 보낸 사업관련 공문을 통해 ‘1~2년 후 산단조성이 재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공문에 사업재개에 대한 구체적인 시점과 계획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지역여론을 달래기 위한 LH측의 무성의한 땜질대응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동태마을 박모(72)씨는 “말이 2년이지 어떻게 믿어. 세상이 어떻게 되가는 건지…”라며 원성을 쏟아냈다.

현재 동태마을을 포함해 나노산단 조성 전체부지 901,865㎡(27만평)에 편입 된 진원면과 남면 일원 마을들도 나노산단 착공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노산단은 당초 2006년부터 국비 및 군비 250억원에 민자유치 620억 원, 총 87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9년까지 나노산단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군은 2006년 4월 산업단지 개발계획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11월 전남도로부터 도시기본계획을 승인받았고, 2006년 12월 20일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던 부지를 해제했었다.

이 후 변경된 사업시행자 LH가 2011년까지 사업비 572억 원을 투입해 실시설계와 토지보상을 마치고 2012년 사업비 708억 원을 들여 본격적인 산단조성에 착수한다는 추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밝혔지만 재정난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전국 사업장의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이 계획조차 물거품이 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개발행위가 금지돼 그 피해가 5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한계로 치닫고 있다.

허물어진 담벼락에는 비닐막을 씌워 위태롭게 차가운 겨울바람을 막고 있고, 집 지붕위에 군데군데 돌덩이를 얹어 구멍을 메우고 비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벽이 무너진 축사는 나무로 얼기설기 이어 놓았지만 가축을 사육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 애를 태우고 있다.

마을주민 김모(68)씨는 “지난 여름 집중호우 때는 비가 새는 방안에 누워서 신세 한탄만 했다. 잠을 못 잤다. 집도 집이고 축사도 축사지만 사람 마음이 점점 지쳐가고 홧병이 생길 지경이다”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주민은 “지금 우리는 아무것도 못한다. 이사를 가고 싶어도 이사도 못가고 손발 묶여서 숨만 쉬고 산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주민들의 극심한 고통과 정신적 피해에도 불구하고 군 행정의 관심이 미치지 못해 더욱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LH측이 보낸 나노산단 착공과 보상지연 공문 내용도 주민들에게 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심초사 결정만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군에서 찾아와서 이야기를 듣고 가지도 않아. 우리가 전화로 물어봐도 별 말이 없어. 해도 너무해. 차라리 나노산단이고 뭐고 없었던 것으로 됐으면 좋겠어”라며 “우리가 늙어서 힘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모르것고, 마음 같아서는 군청 앞에라도 가서 확 뒤집어엎고 싶지만 그래야 쓰겄소? 그래서 속병만 난다”며 무관심한 군의 행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군 관계공무원은 “주민들의 불만을 왜 모르겠나? 그렇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군은 나노산단과 관련된 주민들의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LH의 사업재조정을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안 발표가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LH는 전국 41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개별 사업성을 검토해 지난 9월 말 발표하려다 이달 말로 발표를 연기했었다.

LH 사업 재조정이 계속 연기되는 이유는 정부 지원 방안을 담은 LH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LH법 개정안은 산업단지 개발 등 공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LH가 발행하는 채권의 신용이 보강돼 자금조달이 용이해 지는 효과가 잇다. 또 정부의 지원방안이 확정돼야 LH는 자금조달 규모와 사업 재조정 수준을 확정할 수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는 지난 17일 법안 심사소위가 예정돼 있었지만, 민주당의 상임위 거부 여파로 심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야당은 그동안 LH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LH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했다.

이렇듯 국회가 파행조짐을 보이고 있어 LH법 처리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사업 재조정 발표가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장성군 나노산업단지의 운명도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