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지역은 영아 보육 사각지대
면 지역은 영아 보육 사각지대
  • 오유미 기자
  • 승인 2010.03.10 18:40
  • 호수 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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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먼 보육시설... 접근성 높이고 부모부담 줄여야

김순희(62·가명)씨는 지난해 1년 만에 이혼하고 집에 내려온 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스물여섯으로 아직 창창한 나이에 18개월 된 아들 하나를 데리고 왔으니 한숨만 푹푹 나온다. 부부 둘만도 시골에 살기 벅찬데, 시집간 딸이 손자까지 데리고 왔으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딸 현주(26·가명)씨도 마찬가지다. 피치 못할 가정사로 시골집에 내려와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농부로 나이 들어서도 고단한 삶을 하루하루 이어가고 있는 부모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당장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어 얼른 독립을 하고 싶은데, 이제 갓 18개월 된 아들이 걸린다. 부모님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길 수도 없는 형편이다. 면 인근에는 보육시설이 없다.

현주씨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보육시설이 그나마 잘 되어 있고, 일자리가 있는 도시로 가야하느냐? 아니면, 부모님이 계시는 시골에 남아 자립능력을 기르느냐? 두 가지 선택이 남아 있다. 맘 같아서는 고향에 남아 잠시 몸을 추스르며 가까운 곳에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주변 여건이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북하면에 사는 나연주(가명·36)씨는 초등학교 1학년, 만 3살, 1살인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나 씨는 농사에 아이들까지 돌보기가 힘들어 작은아이 둘을 보육시설에 보내고 싶지만 북하면엔 시설이 없다.

나 씨는 “가장 가까운 보육시설도 이제 만1세가 되는 아이 체력으로 왕복 두 시간 이상 보육시설 버스를 탄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 포기했다”고 말했다. 3살 딸만이라도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 보내려 했지만 교통이 불편해 포기했다. 나 씨는 “농촌에 아이들이 적다고는 하지만, 무슨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답답해 했다.
 
갈 곳 없는 면지역 영유아

서삼면에 사는 김현숙(가명 45)씨는 만 3세로 되어 있는 유치원 입학연령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현행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유치원 입학연령은 만 3세, 즉 집 나이로 다섯 살이다. 김씨는 “주변에 엄마 없이 크는 서 너 살 된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프다”며 “보육시설이 없는 면 지역에서 이 아이들은 완전히 방치되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말대로 11개 읍·면 중에서 국(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보육시설이 있는 곳은 읍, 삼계, 북이, 황룡, 남면 등 5곳이다.  그중 13곳의 보육시설중 7곳이 장성읍에 있다.  절반 이상이 읍에 몰려 있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반면에 면지역은 아예 보육시설이 없다.

다른 면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만다.  북하면에 있는 한 학부모도 북이면 어린이집을 보내면서도 아이들이 매번 오랜 시간 버스를 타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다. 가까운 곳에 적합한 보육시설이 있다면 하는 것이 그들의 소박하고도 당연한 바람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전 생애복지’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커다란 구멍이 난 것이다. 

그러니 젊은 여성들이 떠날 수 밖에. 여기에 외국인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아이들은 얼마간 계속 늘어나지만, 아이를 감당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없어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한 기능의 농촌보육정보센터 

장성여성농업인센터 오경자 센터장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농촌에 사는 여성들은 여러가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영유아를 위한 보육시설을 단독 설치하는 것 보다는 영유아 보육, 방과후 어린이 보육, 가정보육도우미 지원, 주민상담과 교육, 각종 복지서비스 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센터 형태의 복합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보육만을 위한 센터의 설립은 농어촌지역의 아동수가 적어 비효율적인 만큼 가정 문제 상담이나 노인정 등을 함께 운영하여 다양한 주민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복합시설로 설립해야 한다며 경북 상주시의 농촌보육센터를 예로 들었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 동막리의 농촌보육센터는 공검폐교를 1억3천여 만원으로 리모델링해 어린이 보육실과 조리실, 목욕실, 초등생 강의실, 독서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그리고, 직원 5명을 채용해 매년 9천여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해준다.  매년 1억여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인 곳에 주민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만 0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지금까지 등록한 60여명의 아이들의 부모들은 더할 나위없이 농촌보육정보센터가 농촌에 사는 여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오 센터장은 “상주시는 그나마 면지역에 농촌보육정보센터라는 공립어린이집과 여성농업인들을 위한 취미, 직업 교실을 여는 것은 물론, 방과 후 공부방까지 갖춘 시설을 만들면서 농촌여성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울러 “농촌 자치단체에서도 의지만 있으면 권역별로 보육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농촌보육정보센터를 세운다면 그 효과는 1억원의 예산을 뛰어 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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