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의 ‘달빛 길어올리기’
  • 변동빈 기자
  • 승인 2009.12.03 10:52
  • 호수 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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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로 보는 세상]

임권택 감독이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제작하는데 그 주제가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韓紙)’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임감독은 지난해 여름 자신의 101번째 영화는 고향인 장성에서 주로 생산되는 한지를 소재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2월 2일 제작 발표회에서 ‘달빛 길어올리기’는 “전통한지를 소재로, 전주시의 한지 사업과 연계돼 제작이 결정되었다”고 말했다. 임감독의 고향인 장성군의 한지 이야기는 전혀 거론되지도 않았다.
장성군의 한지 역사는 1천30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국보 12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의 제작기에 따르면 종이를 만든 사람이 ‘백제 구질진혜현 황진지로 벼슬은 내마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구질진혜현은 지금의 진원면이기 때문이다.
화엄경 寫經(사경)에 사용된 한지는 중국의 화지와 달리 닥나무를 원료로 만들었는데 장성군은 예로부터 닥나무가 잘 자라고, 물이 맑아 한지를 제작하기 좋은 여건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한말(韓末) 지소(紙所, 조선시대 나라에 공물로 바치는 종이를 제작하던 곳)를 두었던 장성읍 상오(上蜈)마을 외에도 북일면 금곡마을, 황룡면 금호리, 북이면 백암리 등 각 읍면마다 한지를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
금곡영화마을에는 6·25전까지 두 곳의 한지공장이 있어서 60여 가구를 이룬 큰 마을로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마을이었다고 한다. 한지를 만들던 마을 청년들이 하루 밤에 몰살되고 나서 금곡마을의 한지는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한지 제작기법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 지장(紙匠)으로 지정된 장용훈옹은 장성에서 태어나 그의 부친으로부터 종이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장성을 떠난 것은 스무 살 전후로 6.25 전쟁 직후였다.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황룡시장에는 장성에서 만든 한지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고 전한다.
일본의 민예 연구가인 야나기 무네요시(1889년 3월 21일 ~ 1961년 5월 3일)가 쓴 [조선과 그 예술]에는 그가 조선팔도를 다니며 조선의 문화와 예술을 기록하였는데 장성 황룡시장에서 조선의 전통한지를 만났다고 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해도 마을 지천에 닥나무가 있어서 겨울에는 팽이를 만들어 닥나무 껍질을 팽이채로 사용했었다.
장성군은 2006년 6월 장성호 관광단지에 장성군이 고향인 임권택 감독의 동상을 제작해 성대한 동상 제막식을 가졌었다. 금곡영화마을을 조성한 것도 임감독이 만든 태백산맥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권택 감독이 101번 째로 제작하는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에 한지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장성군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임감독이 장성의 한지와 관련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난해 여름이었고, 지난 1년여 동안 시나리오를 써왔다고 한다. 그동안 장성군은 임감독과 어떤 접촉을 했고, 어떤 자료를 제공했는지 묻고 싶다.
영화 제작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서라도 장성군의 한지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포함된다면 장성군의 홍보효과는 적지 않다. 장성군수와 공무원의 마인드와 의지가 어떠냐에 따라 성패는 좌우될 것이다.
문화 사업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하는 고부가 가치 사업이다. 우리가 가진 역사도 소중한 문화자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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