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지역농산물, 지역내 소비라는 지역차원 접근이 중요하다"
"신토불이 지역농산물, 지역내 소비라는 지역차원 접근이 중요하다"
  • 김은정 기자
  • 승인 2009.10.21 22:15
  • 호수 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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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상의 위협 ‘로컬푸드·슬로푸드가 해법’②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지산지소 운동’은 일본이 잘 되고 있다. 이러한 지산지소 운동 즉, 우리의 ‘신토불이’ 운동은 현재 농촌을 살리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산지소 운동은 지역 농업인과 도시 소비자들의 신뢰 구축은 물론 지역농산물을 특화하고 지역단위의 소비자와 생산자간의 연대 구축을 위한 새로운 운동이 되기도 한다.

지산지소 운동에는 산지 직판장, 학교급식, 도농교류 등의 활동을 들 수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서 2009년 발표한 ‘일본의 지산지소 현황’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산지 직판장은 소량 다품목의 농축산물과 가공품을 판매하며 전국 1만 3,538개소가 운영되고 직판장단 판매액은 3,387만엔 가량 된다고 밝혔다.

사실 일본에서도 지산지소 운동이 확산된 것은 2000년 이후부터다. 지산지소 운동은 지역생산과 지역소비를 넘어 이제 지역 운동으로 자리잡게 됐다.

여기에서는 기자가 지난 2005년 10월에 방문했던 아키다 지역 도로변 휴게소에 위치한 파머스 마켓, 즉 미쯔노에끼와 우리나라에서 신토불이 재래시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전남 장흥의 토요시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직접 판매하는 농민시장이다. 김종덕 경남대 심리사회학부 교수는 그의 책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2009, 이후)>에서 농민시장의 좋은 점으로 농산물의 수송거리가 짧아 신선한 제품을 살 수 있고, 판매인인 농민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며,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1대 1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량이 적고, 그날 출하한 상품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남은 제품은 싸게 팔거나 기증해야 하는 등 재고문제에 봉착하며, 판매대상이 한정된다는 제약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TO, FTA의 대안으로 농민시장, 지역농산물 학교급식, 도농 직거래 판매가 떠오르고 있다. 지역 생산물의 지역 소비운동은 유통비용이 절감되고 식품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등 실질적이고 경제적인 면에서 강조된다.

장성군의 경우 1사 1촌 자매결연을 통해 도농교류 위주의 지역농산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생산자가 수도권까지 농산물을 수송하는 비용과 비교할 때 판매비용은 그리 크지 않아 실제 농민들의 실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넓게 말해 로컬푸드는 ‘국내산 농산물’을 말하지만, 좁은 차원에서 로컬푸드는 장성지역 생산 농산물의 장성지역 소비라는 지역차원의 접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남진 토요시장 ‘할머니장터’

추석이 다가오는 9월 말, 장흥 토요시장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엇이 사람들을 장흥으로 몰리게 했는가. 바로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판매하는 ‘신토불이’ 운동 때문이다.

‘할머니장터’를 찾았다. 안양면 여암리에 사는 김명순 할머니. 화산댁으로 불리는 김 할머니는 “무공해야. 여기 있는 것들은 전부 우리가 집에서 키운 것들이여. 호박 한 덩이 살겨?” 투박하게 툭툭 내뱉는 사투리가 구수하다. 토요시장의 할머니 장터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는 대략 50명 정도 된다. 대부분이 파를 다듬고 있다. 모두들 할머니의 이름과 그 옆 괄호안에는 00댁이라고 쓰여진 이름표를 달고 있다.

할머니 장터가 유명세를 타자 지자체에 등록이 안된 할머니들도 호박 두세덩이, 도라지 한 움큼을 들고 장터를 찾는다. 미처 할머니 장터에는 끼어들지 못하고 반대편 한 구석에서 손님들을 끌어들인다.

토속적이고, 푸근한 시골장터의 모습이 물씬 풍기지만, 벌써 몇 년간의 장사를 통한 노하우랄까, 장삿속이랄까. 할머니들 사이에서 호객 행위가 좀 심한 듯하다. 채소를 사지 않을 사람에게는 다소 불친절하지만 ‘욕쟁이 할머니’가 더 그립듯 시장을 찾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분위기도 다르다.

토요시장을 들어서면 입구에는 장흥 토속농산물 판매장이 따로 있다. 맞은편에는 노천극장이 있어 품바공연, 민속가수 공연 등이 이어진다. 토속농산물 판매장에는 장흥 특산품인 표고버섯, 더덕, 된장, 고추장 등을 판매한다.

더덕영농법인 박주남 대표는 “광주 상무역에 매주 직거래 판매를 하고 있으며, 서울 관악구에도 5년째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모두 장흥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다. 많이 홍보해달라”고 말했다.

토요시장의 할머니 장터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은 바로 한우 판매장이다. 올 8월 기준, 한우 600g 기준으로 1등급 구이용이 2만 5000원에서 3만 5000원까지, 생고기는 4만원까지 있다. 한우 판매장에서 한우를 사고 인근 식당에서 조리해 먹는다.

최근에는 장흥이 생약초·한방특구로 지정돼 한우 산업에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게 됐다. 장흥군의 한우 사육두수는 10월 9일 현재, 4만 8001두수로 전남에서 최대 규모다. 장흥군 인구가 4만 2천여명임을 감안하면 인구수보다 한우수가 더 많다.

장흥군 관계자는 “생약초 생산기반과 비교우위에 있는 한우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산지한우 유통의 거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토요시장 한우도 차별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슬로푸드 대회를 열었다. 장흥군은 위기의 농촌의 회생방안으로 뜨고 있는 로컬푸드, 슬로푸드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미쯔노에끼’

지난 2005년 무농약, 무투입 농법으로 대변되는 자연농법 취재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후 도로변 휴게소에 들렀다 우연히 알게 된 ‘미쯔노에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직판장으로 당시 일본에는 일상적인 매장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고속도로나 지방국도변 휴게소에 지역 농산물을 파는 곳이 간혹 눈에 띈다. 일본의 지산지소, 즉 우리의 신토불이 운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지난 2005년 일본에서 직접 보고 느낀 미쯔노에끼에 관한 것이다. 미쯔노에끼는 그 지역의 농협이나 주민단체, 여성단체 등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작고 네모난 상자에 생산자가 직접 가꾼 오이, 호박, 파, 고추 등을 판매한다. 대부분이 소량으로 적게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매장을 둘러보며 마음에 드는 농산물을 집어들고 계산대에서 계산하면 된다.

네모난 상자에는 생산자 이름과 사진, 바코드가 적혀 있다. 그들에게 그들 고유번호가 부여되는 것이다. 즉 책임성이 주어진다. 상품이 팔리면 매장 계산대의 직원이 생산자에게 전화하면 생산자는 곧바로 농산물을 가져와 상자에 담아놓는다.

가격은 생산자가 직접 정한다. 따라서 매장안의 상자에는 같은 호박이라도 생산자에 따라 가격차가 나게 마련이다. 여기는 대농보다는 소농 위주의 판매가 주를 이룬다. 마치 길거리에 꼬부랑 할머니들이 줄줄이 앉아 집에서 캐온 감자며 고구마순, 마늘, 배추를 파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지 아주머니나 할머니 생산자들이 많다. 아키다에서 방문한 미쯔노에끼 “KATA Farmer’s Market”에서 생산자 히라쓰가 마사꼬는 미쯔노에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마사꼬는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을 각각의 바구니에 담아 진열해 놓는다. 물론 가격은 본인이 정한다. 초기 입회금은 1만엔(2005년 당시, 지금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_이고 판매금액의 5%를 수수료로 뗀다. 일종의 자릿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쯔노에끼에서는 반드시 지역 농산물만 판매한다. 마사꼬는 “가족이 먹으려고 했다가 남은 것을 가져왔다. 이런 곳은 일본 어디든지 쉽게 만날 수 있다. 워낙에 많아 몇 개인지는 모르겠다”며 아키타에서는 이곳 매장이 가장 크다고 설명해주었다.

장성군은 지역농산물 판로확보를 위해 자매결연을 맺은 과천시나 인근 광주 등지에서 직판 행사를 자주 갖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본의 미쯔노에끼 사례를 통해 직판 매장을 굳이 수송거리가 긴 수도권으로 가기보다는 인근 광주나 장성에 거리 직판장을 활성화시킨다면 우선 우리 지역인들의 먹을거리에 있어 보다 싱싱하고 신선한 농산물에 대한 신뢰가 쌓을 것이다. 물론 소농들을 위한 대안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지역엔 대농보다 소농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다음호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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