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계인이 아니예요”
“우리는 외계인이 아니예요”
  • 박재범 기자
  • 승인 2009.06.25 09:10
  • 호수 2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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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웃, 외국인 노동자

제조생산업체의 심각한 인력난으로 인해 지역 내 외국인노동자(이주노동자)가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위한 사회적응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장성지역 외국인은 총 797명(5월 말 기준), 이 중 외국인노동자가 41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국제결혼을 통해 이주한 여성이 221명(방문동거 포함, 귀화여성 제외)이며 이밖에 국외투자, 종교, 기타 순이었다.

국적별로 살펴보면 베트남이 152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리랑카 67명, 태국 47명, 필리핀 41명, 인도네시아 27명, 네팔 20명, 중국 12명, 캄보디아 11명이며 이 밖(10명 미만)에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몽골, 키르기스스탄 등이었다.
  
광주지방노동청자료(6월 23일 기준)에 따르면 지역 내 외국인을 고용한 업체는 총 91개소로 제조업 66개소(337명), 건설업 6개소(64명), 농축산업 9개소(20명), 서비스업 7개소(8명)로 남자 384명, 여자 45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다소 인원의 차이는 있지만 약 410여 명이 지역 내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
지난 2008년 고용허가제로 지역 내 제조업체에서 일을 하게 된 베트남 출신의 응우옌(25, 가명)씨, 8시 30분경 하루 일과를 시작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한다.

응우옌씨가 하는 일은 전문적인 기술을 필요 없는 입·출고된 제품을 옮기거나 생산라인을 관리하며 주변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

첫 한국에 들어와 일을 했을 때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 어느 누구라도 험상궂은 얼굴로 큰소리를 칠라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안절부절 못했지만 이제는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빨리빨리’ 등의 간단한 한국어 정도는 눈치로도 알아듣는다. 어느 누가 한국어나 문화를 알려주지 않았지만 응우옌씨 혼자 터득한 것이다.

현재 지역 내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권문제와 복지시설을 물론이며 한글 강좌, 문화 강좌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교육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에서 지난해 9월 업체의 협조를 얻어 100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초청해 가진 ‘다문화가정 한마음 대축제’와 장성 8경 중 일부를 돌아보는 한차례의 버스투어가 전부였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주민생활지원과와 지역경제과에 현황을 문의했지만 지난해 한마음 대축제에 참가했던 국적별로 나뉜 이름 없는 123명의 현황이 전부였다.

장성군에서 이들을 관리나 보호의 의무가 없다 보니 이들에 대한 지원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민과 어우르는 시간이 전혀 없어 인종과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를 보면 피하는 지역 주민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늦은 시간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놀랐다는 주민들이 있을 정도다.

▲외국인 노동자, 어디서 무얼 하나
대부분 회사에서 마련해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서적, 문화적, 놀이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일과시간 후 대부분 기숙사에서 지내던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무 월수가 지나면 야간에 노래방이나 피시방에서 일과 후 시간을 보낸다.

업체에서는 다음날 작업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평일 외출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동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리기 위해 회사를 나선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동족들과 어울리다 보면 대중교통인 버스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지만 만만치 않은 택시비로 오토바이를 구입해 운행하는 외국인 노동자도 생겼다.

하지만, 한국과 국제면허가 통용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이어서 무면허로 운행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봄, 쉬는 날 오토바이를 이용해 오리를 사러 나왔던 베트남에서 온 반보이(34, 가명)씨는 교차로를 진입하던 중 우측에서 진행하는 1톤 트럭과 추돌해 우측 머리가 함몰되는 대형 사고를 당했다.

반보이씨는 당시 무면허, 다행히 상대차량의 보험가입으로 무사히 치료를 마쳤지만, 결국 무면허로 형사입건됐고 기소유예 판결을 받고 결국 출국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성경찰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면허와 안전 장구 미착용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주로 심야에 이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무엇이 필요한가
이렇듯 사각지대에 있는 또 하나의 소외계층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들이 한국생활 적응에 가장 필요한 언어와 문화 교육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 물론 경영악화로 인해 어려운 업체에서 모든 것을 책임질 게 아니라 행정에서도 함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게 아니다. 바로 직업을 찾는 이주민 여성을 고용하면 된다.

한 예로 한국의 문화와 언어 교육이 가장 시급하다고 느낀 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업체가 있었다. 비용을 들여 통역을 전담한 직원을 고용할 수가 없어 고민하던 차 현장의 일손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이주민 여성을 일용직으로 고용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생각지도 않았던 이주민 여성이 외국인노동자의 통역을 해줘 복잡하고 기술이 필요한 작업도 지시할 수 있게 돼 업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렸다고 한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이란 시각에서 우리 경제구조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구성요소라는 측면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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