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 기념 기획 특집
환경의 날 기념 기획 특집
  • 변동빈 기자
  • 승인 2009.05.28 14:43
  • 호수 2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벌레도 잡초도 자연의 순리에 맡긴다’

<농사꾼 윤범석씨의 고집과 철학>

농사꾼이 제일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벌레, 잡초도 윤씨의 농장에서는 자연의 순환일 뿐 제거의 대상이 아니다. 3백여 평의 양계장과 2천여 평의 닭 놀이터에서는 수탉이 암탉을 거느리고 다니며 풀을 뜯고, 벌레를 찾아 먹는다. 신기하게도 이곳 농장에서는 그 고약하다는 닭똥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윤씨가 닭에게 주는 사료에는 항생제가 없다. 닭똥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미생물로 인해 닭똥이 분해되기 때문이다. 윤씨가 친환경 양계를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처음엔 풀을 베어다 먹이고, 곡식 등을 배합하여 직접 사료를 만들어 먹이기도 했고, 식당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먹여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은 적은 비용과 풍부한 영양 등의 이점은 있었지만 친환경, 자연순환농업에 맞지 않아 중간에 포기했다.
“닭똥뿐만 아니라 쇠똥도 거름으로 쓸 때는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땅이 몸살을 겪지 않으며 거름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다.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거름이 완전히 발효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양계장에서는 미생물들로 인해 닭똥이 완전히 발효되고 있어서 곧바로 땅에 투입할 수 있다. 그래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왜 닭똥 냄새가 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윤범석씨는 5천여 평의 사과 농사와 2천3백여 평에 닭을 키우고 있다. 닭의 사료는 무항생제 배합사료를 사용하고, 2천여 평의 풀밭에 방목하고 있다. 사료 중에는 청미(덜 익은 쌀)와 함께 미생물이 포함되어 있다. 닭은 농장 주변에서 풀과 지렁이 벌레를 잡아먹으며 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닌다.
닭을 방목하여 기르면서 가장 골칫거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농장에 많은 야생화를 심었는데 닭이 뜯어 먹어버려 도시에서 농장 체험을 온 어린이들에게 많은 우리의 들풀과 들꽃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땅마저 인간의 편의에 따라 사육하고, 이용만 하고 있다. 그리고 땅을 오염시키고, 병들게 하지만 윤씨의 농장은 자연의 순환에 맡길 뿐이다. 그가 닭에게서 빼앗는 건 달걀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농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달걀은 모두 유정란으로 유기농 농산물을 전문 유통하고 있는 한마음공동체 전국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풀을 죽이려 하지 마라>

잡초는 인류보다 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사람 손이 가야 자라는 농작물과 달리 잡초는 스스로 오랫동안 자신의 생명을 이어왔기 때문에 잡초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벌레도 마찬가지다. 잡초와 벌레를 제거하지 않고, 공생하려고 하는 자세가 바로 자연순환농업을 하고 있는 윤씨의 철학이다.
윤씨가 3년 전부터 시작한 사과 밭에는 나이그라스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닭의 사료로 쓰기 위해 심었지만 다른 풀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초제를 쓰지도 않고, 억지로 풀을 베지도 않으면서 사람과 땅이 공생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이 곳 농장에는 뱀이 우글거린다고 해야 할 정도로 뱀이 많다. 먹이 사슬이 잘 되어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과 밭에는 닭똥을 비료로 쓰고 있다.
윤씨가 지은 정자에 앉아 있는데 퇴비 냄새가 심하게 났다. 이웃 밭에 거름을 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씨의 양계장에도 사과 밭에도 분뇨 냄새나 퇴비 냄새는 없었다.
“충분히 발효된 퇴비를 써야만 농산물도 몸살을 앓지 않고 자라고 땅도 오염되지 않으며 하천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런데 발효되지 않은 거름을 쓰기 때문에 냄새도 심하고, 빗물에 씻겨 나간 거름이 하천까지 오염시킨다” 윤씨는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환경운동을 하고, 우주의 섭리를 삶으로 실천하는 철학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씨에게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사과 농사다. “완전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싶은데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 한마디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고집쟁이 윤씨는 지난해 3천여 평의 감 밭을 팔아야 했다. 친환경 농업으로 생산한 감이 생산력과 경제력에서 뒤떨어졌고, 늘어난 빚 때문에 결국 땅을 팔아 빚을 갚았다.
“현재로서는 최소한의 농약으로 사과를 수확했을 때는 농약이 전혀 검출되지 않도록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여력이 없다” 윤씨의 말 속에서 농촌이 갖고 있는 한계와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윤씨가 꿈꾸는 농장의 미래>
 
주말이면 도시의 아이들이 찾아와 짚더미에 낳은 달걀을 찾고, 사과 밭에서는 손으로 딴 사과를 껍질 째 그냥 먹을 수 있는 농장. 맨발로 흙을 밟으며 밤이면 정자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셀 수 있는 낭만을 주고 싶은 농촌.
농장 한 쪽에서 자란 상추와 남새를 뜯어다 집에서 담근 된장을 발라 먹을 수 있는 인정 많고, 따뜻한 사람 사는 집.
그가 꿈꾸는 농촌의 미래이고 윤씨 농장의 마스터플랜이다.
멋진 정자를 지은 것도 사람들의 쉼터로 제공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생산자인 농촌과 소비자인 도시는 서로 소통이 없었기에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농산물조차도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되었다. 값이 얼마인가? 눈으로 보기에 어떤가? 어떤 상표를 달았는가?
하지만 생산자인 농부가 땅과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지 않고, 공생하듯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가 함께 소통하며 공생하게 된다면 농촌과 농업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황토집이든 나무집이든 여건이 되면 도시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둘이 아닌 하나가 될 때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윤씨는 이말 속에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땅을 살리는 자는 땅과 함께 살 것이며 땅을 죽이는 자는 땅으로부터 저주를 받을 것이다” 이제 윤씨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그의 정당한 대가를 서슴없이 지불해 주는 소비자를 만나는 일만 남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