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차에 물대던 '물통'
증기기관차에 물대던 '물통'
  • 김은정 기자
  • 승인 2009.02.05 12:27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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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가치 있는 문화를 찾아서]

북일면 신흥리에 소재한 옛 취수탑.

원형 모양의 얼핏 첨성대처럼 생긴 이것이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목적과 쓰임새에 사뭇 궁금증을 참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에 쓰던 물건인고?”

신흥리에는 1987년 철도 부지를 분할하기 이전까지 옛 철도역사가 존재했다. 일제시대인 1906년 호남선이 개통되면서 증기기관차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장성을 관통하여 내달렸다. 소나 말, 인력거, 자전거가 대중 교통수단이었던 때 증기기관차 한번 타는 것은 서민들의 로망이었다.

석탄으로 물을 대워 그 증기로 에너지를 내던 증기 기관차는 역사에서 쉴 때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 에너지 동력인 물이 없으면 열차 운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이용됐던 것이 취수탑.

취수탑을 당시 사람들은 그냥 ‘물통’이라 불렀다. 물통 아래에는 많은 양의 저수가 담겨 있었다. 그 물을 뿜어 증기 기관차의 열을 냈던 것.

여기서 잠깐, 한국 철도의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의 철도역사는 조선말 고종 35년(1899년) 9월 18일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며 시작됐다. 당시 열차는 석탄을 때서 달렸기 때문에 시속은 20㎞에 불과했다. 이어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 1914년 호남선과 경원선이 잇따라 개통됐다. 이후 1967년 증기 기관차는 디젤기관차로 대체됐고, 1971년 철도청에 컴퓨터가 도입하고, 이듬해 전기 기관차가 도입된다. 새마을호는 1974년 광복절에 첫 운행됐다.

디젤 기관차로 대체된 열차는 더 이상 취수탑이 필요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 증기 기관차에서 이제는 전기 기관차, KTX가 다니는 마당에 취수탑은 역사의 뒤안길에 한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신흥역이 폐쇄되고, 지금의 철도가 새로 깔리면서 신흥 철도부지는 1987년 개인에게 분할된 이래 현재에 이르고 있다.

증기 기관차의 역사가 배어 있는 ‘취수탑’ 또한 전국에서 몇 개 남지 않은 귀중하고 보호해야할 ‘살아있는 역사’로 남았다. 하지만 지금의 취수탑의 모습은 어떤가.

현재 취수탑의 내부에는 깨때와 콩때가 꽉 차 있고, 취수탑을 기둥으로 받쳐 무언가를 잇대놓아 그야말로 아무렇게 방치돼 있다. 현재 취수탑의 소유주는 김 모씨(광주시)로 돼 있다.

예전에 지역의 모 레미콘공장 사장이 취수탑을 사들여 집을 지으려 했지만 소유주가 팔지 않았다고 한다. 취수탑 아래는 지금도 많은 양의 지하수가 흐르고 있어 얼마전까지만 해도 북일면 소재 유리공장에서 그 물을 취했다고 한다.

최금택 북일면장은 “개인 분할 당시 관에서 샀으면 문화재 등으로 보호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며 “이후에라도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여름이면 취수탑 벽을 둘러싸고 능소화가 만발하게 피어난다. 지금은 정년 퇴임한 김재선 면장이 북일면에 재직할 때 심어놓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반대편 하우스와 맞닿은 곳엔 넝쿨때문에 생육에 방해받는다고 생각했는지 능소화 가지를 다 없애버렸다.

역사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북일 신흥리 취수탑은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장성군의 문화이다. 지금은 개인 소유라 하더라도 문화재로 지정해놓으면 군 차원의 관리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버려지고 방치되는 주위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은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장성군내에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소중한 자원 및 유산에 대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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