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로 피어나는 우리는 '한국인'
다문화사회로 피어나는 우리는 '한국인'
  • 김은정 기자
  • 승인 2008.09.25 11:53
  • 호수 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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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한마음 축제' 성대히 치러

상무대 군인과 결혼한 지 1년 가량이 된 스레이몽(26, 캄보디아)은 21일 아침 이른 외출 준비에 분주하다. 장성군에서 주최하는 다문화가정 한마음 대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제 100일 남짓한 사랑스런 아들을 데리고 남편과 함께 군민회관으로 향한다.

축제 장소라고 하기에는 다소 비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오랜만의 외출이 마냥 신난다. 스레이몽은 한국이 캄보디아에 비해 휴양시설이 잘 돼 있어 재밌다. 무엇보다 겨울에 눈이 내린다는 사실이 환상적이다.

축제장은 그야말로 다문화사회였다. 1천여 명은 족히 참석한 듯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필리핀,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결혼해 이주한 여성뿐 아니라 네팔, 스리랑카 등지에서 온 젊은 노동자들도 함께 했다. 각자의 모국어는 달랐지만 서투른 한국어로는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남편과 함께 한 사람들도 많았고, 시부모 등 모든 가족이 참석한 사람들도 있었다.

스레이몽처럼 결혼한지 1~2년여 가량된 젊은 사람들이 주류를 이뤘다. 대부분이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5~6세 장난스런 아이들은 공기주입용으로 즉석에서 만들어진 놀이기구를 타며 그들만의 또다른 공동체를 만들었다.

오전에는 식전행사라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중식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축제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축제라고하기엔 다소 거창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스레이몽은 즐거웠다. 남편이 잘 해준다 하지만 타국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마음 한 구석을 텅 비게 만들었고 한편으로 외로웠기 때문이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스레이몽의 남편은 다소 지루해하는 눈치지만, 아내를 이해해주는 듯하다. 저마다 어눌한 발음이지만 자신있게 부르는 노랫자락을 들으며 덩달아 신나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딜도라(26) 역시 15개월된 아이와 함께 했다. 결혼이민자가족센터에서 열심히 공부한 탓인지 한국말에 익숙하다. 하지만 소극적인 성격탓에 마음을 터놓을 정도의 친구가 거의 없다. 오늘 그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볼 생각이다.

반면 담양 결혼이민자가족센터에서 한글 공부를 하는 데이시(26, 필리핀)와 할린(30, 필리핀)은 주위에 교류하는 친구가 많단다. 이날 담양에서 10여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서로간 친분관계가 활발하다고 전한다.

황룡 회사촌에서 일하는 자민드(26, 스리랑카)는 한국에 온지 2년이 됐지만 이런 행사는 처음이다. 회사 동료이자 친구인 사만드(35, 스리랑카)와 함께 왔지만 어딘지 어색하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대부분 가족단위로 와서 왠지 외톨이가 된 듯하다.

사실 자민드는 오늘 어떤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다. 사장이 가라니 오긴 했지만, 별 재미는 없다. 그는 소위 불법체류자로 분류되는 ‘초과체류자’들도 여기에 올 수 있냐며 넌지시 물어본다. 경찰이 잡아가지 않느냐는 얘기다. 누구든 올 수 있고, 즐길 수 있다고 얘기하자 바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그가 얘기했던 초과체류자 친구는 일요일인 그날도 공장에서 일을 했나보다. 12시에 끝나면 행사장으로 온단다.

이날은 가족노래자랑, 장기자랑, 전통 민속체험과 함께 무료건강검진, 외국인 고충상담, *코스프레 연출, 페이스페인팅, 행운권추첨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남면 부녀회 차덕순 회장은 “이제 농촌에서 외국인 여성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 됐다. 우리 마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는 마음 가졌으면 한다”며 “애들도 얼마나 예쁜지, 우리는 다문화사회에 살고 있는 공동체다”고 말했다.

*코스프레: 컴퓨터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여 즐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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