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이야기 가득 '숲의 정령' 숲해설사 김현태씨
나무와 이야기 가득 '숲의 정령' 숲해설사 김현태씨
  • 오유미 기자
  • 승인 2008.06.19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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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공무원 은퇴... 축량산 탐방객과 대화꽃



“이 나무 이름이 뭔지 아세요?” 낯 익는 나무 앞에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있었더니 누군가 말을 건넨다. “이 나무는 이팝나무입니다. 가느다랗고 작은 하얀색 꽃이 피는데 그게 꼭 밥알처럼 생겨 이밥, 이밥 하다가 이팝이 됐답니다.” 우물쭈물 하다가 금새 웃음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림 숲으로 꼽히는 축령산(문수산·620m) 자락에 펼쳐진 258ha의 편백나무·삼나무·낙엽송 숲. '조림왕'으로 불리는 춘원 임종국(1915~1987) 선생이 1956년부터 20여 년간 맨손으로 심고 가꿔온 숲이다.

이 축령산에서 숲의 정령을 만났다. 편백나무 숲에 서서 새소리며, 풀내음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옆에 나타나 “숲의 내음이 느껴지십니까? 이 냄새가 바로 피톤치드라는 겁니다” 잠시 의아해 하는 사이 “숲과 나무에 대해 설명해 드릴까요? 따라오세요. 저 기슭으로 가면 딱따구리가 구멍을 파 놓은 나무도 볼 수 있어요.”

편백나무 숲에서 하루 종일 상주하는 숲해설가 김현태(59)씨. 김씨는 숲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작업'을 걸고 사람들은 기꺼이 말려든다.

“찔레꽃 붉게 피는…. 노랫말이 틀렸죠. 찔레꽃은 하얀색입니다.” 김씨는 찔레꽃 뿌리가 최고급 남성용품의 대명사로 꼽히는 던힐의 창업주 알프레드 던힐을 살려낸 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담배가게 사업을 했던 던힐은 경영난을 겪게 되자 찔레뿌리로 아름답게 수가공한 파이프를 만들어냄으로써 사업을 다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가지가 층층히 달라붙어 있어 이름이 층층나무, 잎을 따서 손으로 비비면 생강냄새가 나서 생강나무, 나뭇가지를 물에 담그면 푸른 물이 나온다는 물푸레나무, 잎이 박쥐날개 닮아서 박쥐나무, 가지를 잘라 불에 태우면 노란색 재가 남는다고 해서 노린재 나무…. 김씨와 함께 숲길을 걷다보면 숱한 나무와 풀의 재미난 이야기가 넘쳐나고, 숲과 친구가 된다.

김씨는 28년간의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지난해 3월 숲 해설사로 변신했다. 평소 숲과 나무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오다가 숲 해설사 공모에서 선발되어 축령산으로 들어왔다. 축령산 숲 해설사에는 김씨 말고도 류광수씨가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숲을 돌아다니며 탐방객들에게 나무와 풀, 새와 곤충, 숲을 들려준다.  “아직도 숲을 유원지로 여기는 분들이 있어요. 두릅·고사리 채취하고 꽃 꺾는 걸 예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어요. 차에 버너와 고기를 싣고 와서 몰래 구워먹는 사람도 있었죠.” 숲길이 시멘트로 포장돼 있는데다, 숲길 입구에 주차공간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숲 한가운데까지 차가 드나드는 걸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너무 안타깝단다.

삶의 무게에 지쳐 에너지가 바닥나는 순간,  높다란 회색 빌딩 대신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 주는 그늘이 그리워진다면, 신선한 한 모금의 공기가 절실해진다면 숲으로 가자. 그곳에 가서 숲 내음을 맡고 있으면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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