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장구 제작... 명장(名匠) 강사원씨
60여년 장구 제작... 명장(名匠) 강사원씨
  • 오유미 기자
  • 승인 2008.05.08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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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황룡장에서 장구를 팔았다고 한다. 그나마 오다가다 들러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발걸음마저 끊기고 이제는 황룡장이 열려도 더 이상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

“알음으로 어쩌다 하나씩 주문을 해 오는 것 말고는 찾는 사람이 없어요. 가게앞을 지나가다가 눈길 주는 사람들도 직접 손으로 만든다고 해도 안 믿어요.”

햇빛이 따사롭게 비치는 오후, 장성문화원에서 북 교실을 운영하는 오지수씨와 함께 장구를 직접 제작하는 강사원(82세·장성읍)씨를 만나러 갔다. 좁은 골목을 들어서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 가운데 유난히 키가 낮은 집안으로 들어가니 강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공방(工房)이라고 안내한 곳은 집 뒤쪽으로 연탄 아궁이가 함께 있는 2평도 채 안 되는 곳이었다. 깎다 만 장구 울림통과 기계에 걸려있는 통나무를 보고 이곳이 장구를 만드는 곳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지만 전라남도에서 유일하게 손수 장구를 제작하는 사람의 작업공간이 이런 곳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경쾌한 소리의 장구들이 만들어진다 말인가?”하고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서있었더니 함께 오지수씨가 말을 건넨다. “작업 환경이 너무 열악합니다. 이곳은 좁아서 울림통만 만들고 칠과 가죽, 걸쇠 메우는 작업은 옆방에서 합니다.” 오씨는 얼마 전부터 강씨에게 장구 만드는 법을 전수 받고 있다.

“14살때부터 나무를 깎았어요. 처음에는 목기를 만들다가 24살 때 장성으로 이사와 그때부터 장구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하루에 3~4개씩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장구 재료인 오동나무 구하기도 힘들고, 찾는 사람도 없고 ….” 강씨는 남원 산내면 출신으로 목기를 만들다가 어깨너머로 배운 장구제작을 6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 것이다.

강씨는 1984년과 85년 두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청과 전라남도지사가 주최한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북과 장구를 출품, 특선과 입선을 해 명장의 칭호를 받았다. 그때 상을 받은  장구와 북을 군청에 기증했으나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상을 받고 나서 얼마 안 되어서 군에서 50만원씩 보조를 해줬는데 두 달만에 끊기고 말았어요. 밥 벌어 먹기도 힘드니 자식들도 처음부터 배울려고 생각을 안했고 저도 가르쳐줄 엄두가 안났어요.” 요즘은 장구가 중국에서 대량으로 들어와 가격차이가 2배 가까이 나는 강씨의 장구는 가격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사지 않아도 좋은데 중국에서 들어온 것을 속이고 파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이 제일 서운하다”며 강씨는 씁쓰레 한다.

국악을 전공한 오씨는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맥이 끊길 것 같았어요. 다행히 내가 국악을 전공한 사람이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오씨는 좁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조금이나마 넓혀보고자 자신의 시골집으로 작업공간을 옮길 계획이다. 또한 어렵게 살고 있는 강씨가 군에서 조금이라도 보조를 받을 수 있을까 하고 백방으로 뛰어보지만 여의치 않는 답변만 들려온다.

강씨는 “내가 마지막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나마 배울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서 다행이지만… 그저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요.” 다리가 불편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던 강씨의 모습과 한숨이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발뒤꿈치를 어느 때까지 쫓아와 가슴에 돌덩이 하나 얹은 듯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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