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수 신중해야
문화재 보수 신중해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08.04.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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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 원형유지 못하는 사례 많아

 

낙산사와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청이 목조 문화재에 대한 방연재 도포를 실시하고 있다. 장성군은 필암서원 장경각 등에 대해 방연재 도포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주요 목조 문화재에 대해 방연재 도포를 금하고 있다. 나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문화재 복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은 무엇이고, 이를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문화재 보수, 복원의 문제점>
전북도가 지난해 9월부터 도내 9개 시`군 지역을 대상으로 문화재 보수·복원 공사에 대한 기획감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관내 산재돼 있는 문화재들을 보수·복원한다며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고 있지만 오히려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전통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이 보수·복원 공사라는 미명 아래 소중한 혈세를 낭비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었고, 문화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전북도의 발표에 따르면 업체의 시공 편익 및 공무원들의 전문성 결여로 인해 보수·복원 공사에 금기시되고 있는 콘크리트 등이 사용되면서 문화재의 전통성마저 저해하는 사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익산 미륵산성(도 기념물 12호)과 완주 위봉산성(사적 제471호) 성곽보수공사의 경우 성곽내부 적심석을 하나하나 안정되게 쌓은 것이 아니라 아무렇게나 채워 넣는 데 그쳤다. 익산 백운사(도 문화재 90호) 요사채 증축공사는 기단과 벽체의 회반죽 바르기가 대나무와 짚, 흙 등을 섞는 전통기법이 아닌 단순하게 시멘트를 발랐다. 문화재의 의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수공사였다.
남원시는 광한루원(사적 제303호)의 완월정과 정문의 단청을 보수하면서 접착제는 아교를 사용해야 수축에 따른 문제가 생기 않는데도 수축성이 없는 일반본드를 사용했다. 기단과 벽체도 회벽이 아닌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시공해 문화재적 가치를 훼손했다.
보은군 보은읍 어암리에 위치한 삼년산성(사적 235호)은 신라 자비왕 13년(470년)에 백제 공격을 위한 최전방기지로 축성 3년 만에 완공돼 ‘삼년산성(三年山城)’이라는 명칭이 붙여졌다. 보은군군은 1971년부터 1999년까지 약 30년간에 걸쳐 국고보조사업으로 34억7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성곽보수공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정면 왼쪽 성곽은 본래의 성벽 재료인 흙색을 띠는 미화강암 계열의 돌로 쌓았으나 오른쪽 성곽은 이와는 다른 일반화강암으로 축성, 산성 본래의 모습을 잃어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 받아왔다. 이로 인해 삼년산성은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고도 본 목록에 등재를 신청하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군은 2005년 기존의 성곽과 색을 맞추기 위해 산성 서문지에서 남문지에 이르는 약 300m의 성곽에 고색가칠(古色假漆)을 했다.
강진 무위사 극락전에 있는 아미타 후불벽화는 1476년에 조성된 것으로 보물 제1313호로 지정되었다. 후불벽화 뒤편으로는 같은 시기에 조성된 수월관음도(보물 1314호)가 보존되어 있는데 흙벽에 그려진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후불 벽화로 화려하고 섬세한 것으로 유명한 고려 불화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뛰어난 작품이다. 20여 년 전 문화재청이 무위사의 후불벽화 보존을 위해 벽화의 표면에 붙어있는 먼지와 때를 벗기고 벽화의 표면에 아크릴 코팅을 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아크릴이 벽화에 붙지 않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벽화의 안료와 함께 떨어져 그림의 훼손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벽화를 그릴 때 사용한 아교를 쓰지 않고, 화학제품인 아크릴을 사용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다. 아교에는 크게 동물성 아교와 식물성 아교가 동물성 아교라고해도 아교의 강도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과정을 무시하고 진행한 복원 작업이 문화재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다.

<일본의 문화재 복원과 보수> 

통도사 영산전의 다보탑 벽화는 1714년에 그려진 것으로 300년을 버틴 셈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벽화는 낡아서 일어나거나 금이 갔다. 그림 아랫 부분의 손상이 심했고, 안료도 수시로 떨어지곤 했다. 2005년 8월 통도사 성보박물관과 일본 강고지(元興寺) 문화재연구소의 야마우치 아키라실장 등 문화재 전문가들이 다보탑벽화 복원사업에 나서 2년여 만에 복원 사업을 마쳤다. 보수작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통아교를 사용했다. 복원이 끝난 뒤 다보탑 벽화의 색상은 눈에 띄게 밝아졌고, 다보탑 벽화가 다시 살아났다.
야마우치 아키라실장은 2008년 4월 10일부터 이틀 동안 원광대학교에서 열린 ‘일본의 문화재 보존수복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문화재를 복원 수리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문화재의 재료와 성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잘못된 복원 수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못하다. 따라서 복원이 불가능할 대는 잘 보존하는 것이 최상책이다”고 강조했다.

교토 시내 진언종(眞言宗) 총본산 고찰인 인화사의 종무실 건물 복도로 들어가면 벽에 무려 96개의 화재 경보기 버튼이 설치돼 있고, 그 옆에는 안전모와 비상 전화기, 비상벨, 소화기가 빼곡해 마치 소방본부를 연상하게 한다.
절 안에 96곳에 열 감지기가 설치돼 있어서 화재가 일어나면 종무실에서 바로 알 수 있다. 소방차는 3~5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즉각 승려들로 이뤄진 자율소방대가 출동한다.
금각사, 청수사 등 교토의 다른 유명 관광지들도 철저한 방재시설을 갖추고 있다. 옛 건물에는 아예 전등 같은 전기 설비가 없고, 지붕과 서까래마다 열을 감지하는 구리선이 촘촘히 연결돼 있다.
일본은 중요문화재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불을 끄는 초기진화에 전력하고 있으며 아무리 효율적인 방재시설도 함부로 설치하지 않는다. 그들은 건물 내부에 설치해야 하는 스프링클러가 나무구조를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설치하지 않는다.

일본의 옛 도읍지 나라에서 한 궁궐을 1300년 전 모습대로 복원하는 작업이 13년 째 계속되고 있다. 당시에 쓰였던 나무 종류를 확인하고, 부재와 공법까지 까다롭게 고증한 뒤,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한 현대 기술을 접목시킨다. 이들은 소실된 문화재의 외형만을 되살리는데 그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화재에 어린 옛 장인의 숨결과 손길까지 찾아내 재현하려한다. 이들은 한마디로 ‘빠른 복원’보다 ‘제대로 된 복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도 없고, 담당공무원은 한 명뿐>
장성군은 보물, 사적 등 국가 지정문화재와 도지정 유형문화재 등 48점이 있으며 백양사, 필암서원 등 후손에 물려줄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형 자산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문화재를 관리하고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다. 더구나 문화재 담당 공무원이 인사이동에 의해 자리를 옮기면 문화재 관리 등에 거의 문외한인 공무원이 새로 부임해 한참 동안 헤매며 업무를 보게 된다.
이웃 담양군과 화순군 등은 문화재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최소한 서너 명이 업무를 보고 있으며 학예연구사, 박사급 문화재 전문위원을 특채하여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무원이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재 관련 자문위원단을 운영하는 시`군도 있으나 장성군은 이마저도 구성되어 있지 않다. 매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문화재 보수 및 복원 등의 사업에 사용하고 있으면서 이를 집행할 전문가의 조언이나 담당 공무원의 전문지식이 없다면 문화재의 보존이나 복원이 졸속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필암서원 장경각 등에 대해 방연재를 도포할 계획을 세워놓은 장성군이 방연재 사용에 따른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거의 문제 삼지 않고 문화재청이 추진하는데로 끌려가는 것도 전문가의 부재에 원인이 있다. 지금까지 시행한 방연재 도포의 결과 문고리 등 철제품의 부식을 가져오고, 이에 따라 나무마저 썩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수년 전 경복궁의 문살에 붙인 창호지가 쉽게 찢어지고, 먼지가 끼는 것을 막기 위해 창호지 모양의 PVC 제품을 붙였다가 문창살이 썪는 부작용이 발생하여 다시 한지로 교체한 적이 있다. 문화재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자칫 큰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말이다.
문화재의 복원과 보수 등의 예산이 대부분 그 해에 한해 사용하게 하는데 이에 따라 졸속, 부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전문가가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 등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하지만 장성군이 전문가 부재와 인력 부족 등으로 자체적인 계획을 세울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예산에 맞추어 사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장성군의 문화재를 보호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의 육성하며 이에 따른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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