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폐교가 살아야 마을이 산다
  • 오유미 기자
  • 승인 2008.02.2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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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학교는 마을 주민들이 자기 땅을 기부하고 돌을 쌓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여기서 태어났고 이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마을 주민이다. 또한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초등학교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중심이기도 하다. 학교가 사라지면 떠나간 사람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을 빼앗기는 것이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공동체의 중심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 내가 아무리 여길 매입했다고 해도 ‘내 땅이야’하면 돌 맞는다. 폐교 자체가 사회적 공간으로 사유물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이다.<편집자주>


안평청년회의 폐교 매각반대 플래카드


1995년 폐교가 된 안평초등학교가 오는 20일 매각에 들어갈 예정이다. 안평리 마을청년회는 마을의 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온 학교가 외지인에게 매각되는 것을 반대해 직접 매입하기로 했으나 매입금액 2억4천만원(감정가)을 준비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오는 6일까지 의견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마을청년회에서는 교육청측에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청측은 “마을사람에게 매각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나 마냥 기다려 줄 수가 없다. 폐교가 매각ㆍ임대되지 않고 사후관리가 안돼 장기간 방치될 경우 재산활용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1999년에 폐교된 동화초교 동화남분교의 경우 마을에서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변압기제조 및 기술연구소’ 목적으로 작년 10월 4억4천만원에 외지인에게 매각됐다. 매각될 당시 마을주민들과의 마찰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듯 폐교매각 방법과 활용 방법을 놓고 마을주민과 교육청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하고 매각 후에도 10년 가까이 제대로 활용을 하지 않아 마을의 흉물로 전략해 마을사람들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고 있다. 북일초교 광암분교는 1993년에 폐교돼 1999년에 1억6천에 매각되었으나 자금 사정으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1998년에 폐교된 북이초교 조양분교도 마찬가지다. 청소년연수원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2000년에 매입했으나 지금은 잡풀이 우거진 운동장에 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쓰레기와 게양대만 휑하니 남아있다.


녹슨 교문 뒤로 학교운동장에는 학교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게양대만 남아있다.


조양리 양종진 이장은 “마을입구에 있는 학교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 마을 주민들의 입장으로 본다면 마을주민들이 낸 땅에 자신들과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준 스승의 그림자와 추억이 어린 학교가 흉물로 변해 있으니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매각되더니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에 폐교돼 1999년에 매각된 약수초교 대악분교는 백양사 가는 길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이곳도 청소년 수련원으로 매각되었으나 교실바닥이 일어나고 유리창은 깨진 채 방치돼 있다.

매각 된 폐교 뿐만 아니라 현재 보존중인 폐교인 장성북초교와 안평초교도 마찬가지다. 1997년에 폐교된 장성읍 백계리 장성북초교는 사설학원에서 임대해 사용했으나 손길이 오래도록 닿지 않아 흉가가 되어있다. 안평초교 또한 유리창이 깨진 것은 물론이고 알루미늄 새시등도 도둑 맞는 등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매각 추진중인 장성북초등학교

관리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백계리 마을주민들도  “학교가 들어오면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 땅도 기부하고 노임 한 푼 받지 못해도 매일같이 학교 공사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일했다”고 회상하며 “교육청은 폐교를 한낱 자신들의 재산으로 알겠지만 우리의 재산과 노동으로 일구어 논 이 학교의 진짜 주인은 주민들이다. 그런데 이 학교가 마을의 애물단지가 되어있으니 눈물이 난다”고 교육청을 원망했다.

장성교육청은 관계자는 매입하는 측이 순조롭게 매각절차를 끝내고 등기를 완료한 후, 각종 개인사정을 들먹이며 애초의 매입목적에 맞는 시설공사를 하지 않고 방치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사유재산으로 넘어간 이상 현실적인 제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매각전인 폐교관리에 대해서도 인근 학교를 지정해 관리를 맡기고 있지만 한 달에 한 번씩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는데다 관련 예산이 학교당 40만원에 불과해 체계적인 관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매각되었으나 활용을 하지 않아 마을의 흉물이 되어버린 폐교들.(왼쪽부터 북일초교 광암분교, 서삼초교 추암분교, 약수초교 대악분교)

폐교 관리의 형태가 유지보수관리가 아닌 자산관리의 영역에 해당하고 있어, 활용되지 않고 있는 폐교는 청소년의 탈선의 장소 또는 무분별한 공간의 사용으로 인해 지역의 흉물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폐교 자원의 재활용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으나, 그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은 구체적 형태를 갖지 못한 것이 이와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기존의 많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폐교는 단순히 놀고 있거나 문을 닫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인접한 지역의 주민들은 그 폐교의 출신들이며, 지리적인 여건상 마을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정서적 구심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폐교는 매각 당시 그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서 매각되어야 하고, 재활용에 대해서도 지역주민과의 충분한 대화와 참여유도가 필요한 것이다. 설사 그 매수목적이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이 분명하더라도 반드시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폐교는 무조건 매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농어촌의 인구 감소현상을 경험한 일본은 농촌의 폐교건물을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사회시설, 도서관, 평생학습관 등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수십년이 흐른 지금은 다시 농어촌 인구가 늘어나고 광역도시로 발달하면서 학교시설로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폐교가 단순히 ‘문 닫은 학교’, ‘활용되지 않는 교육 공간’, ‘지역의 흉물’이 되어서 매각되는 것보다  ‘지역주민의 공간’, ‘지역주민들의 생활 네트워크 공간’, ‘평생학습교육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평 마을청년회는 폐교를 활용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고 아이들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안평초교는 폐교가 아닌 학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폐교 되살리기’는 곧 ‘마을 되살리기’입니다. 지금은 폐교이지만 학교가 되는 날까지 안평초교를 꼭 지켜낼 것입니다”라는 안평 마을청년회의 말이 결코 헛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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