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갈등 대안마련] 갈등을 넘어 희망으로
[지역갈등 대안마련] 갈등을 넘어 희망으로
  • 오유미 기자
  • 승인 2007.11.23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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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주민참여는 경제성장의 자양분-네덜란드 남부 고속철 사업



30년 넘게 걸려 완공한 남부 고속철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로테르담을 거쳐 벨기에 브뤼셀∼프랑스 파리를 잇는 네덜란드 남부 고속철(High Speed Line-Zuid)이 지난 7월 공사를 마치고 이르면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네덜란드에 뒤늦게 고속철도망이 구축되는 셈이다.

 

국토의 25%가 해수면 아래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공공의 이익을 위한 톨레랑스가 그 사회의 기본가치로 확립돼 있다. 물로부터 생존하는 것이 국민의 공통목표였기 때문에 범람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둑을 쌓아 올리는 것은 그 어떤 개인의 가치와 이익보다 중요시됐고 그 과정에서 톨레랑스를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의 문화’ ‘타협과 협상체계’를 통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형성 모델(소위 간척지 모델)을 확립했다. 그들은 이렇게 톨레랑스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참여제도(PKB)를 통해 스키폴공항, 로테르담 항만개발, 남부고속철사업(HSL-Zuid) 등 국책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했다.

PKB의 성공적인 활용 사례 중 하나인 남부고속철사업은 스키폴 공항을 축으로 네덜란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암스트레담에서 시작해 로테르담, 헤이그 등 네덜란드 주요 5개도시와 벨기에(안트베르펜), 프랑스(파리) 독일(쾰른)까지 시속 300km로 연결된다. 이 사업을 토대로 네덜란드는 물류유통비용 절감, 기회비용 단축 등 명실공히 유럽 최고의 복합 물류 국가로 발돋움하게 됐다.


그러나 남부고속철사업은 완공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70년 최초 사업 계획될 당시 사회에 널리 번져가던 환경주의와 시민운동의 영향으로 강한 반대에 부딪쳐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가 1991년부터 PKB를 통해 여러 합의 과정과 설계 수정을 도모해 올 연말 개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사업 추진이 처음 거론된 지 37년 만이다.

오랜 기간 동안 끌어온 대형 국책사업이 성공적인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네덜란드의 독특한 국민 참여제도인 PKB(Planologigische Kebeslissing)다. PKB는 도로 사업이나 토지이용, 주택건설 등 국토 개발사업 결정시 광범위하고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고 주민참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 PKB는 내각과 의회, 내각과 시민 간 의사결정 과정이기도 하고 사업의 입지선정, 기간시설의 위치 결정, 자연보존 방안을 토대로 사업 일정과 소요기간, 예산을 명시해야 하는 보고서이기도 하다. 지방정부가 상세히 수립하는 국토개발계획은 모두 PKB에 기초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개발계획이 정부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1970년 남부고속철도 건설을 계획했던 네덜란드는 PKB 완성에 힘입어 21년 뒤인 1991년 이 사업을 다시 추진했다. 그러나 고속철도사업은 철도 건설 인근 지역의 생태·경관적 가치를 손상시킬 것이라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로 마지막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때 나온 것이 일부 구간(10㎞)을 지하터널로 건설하겠다는 노선 수정안이었다. 이 수정안은 고속철의 목표 속도인 시속 300㎞ 이상을 담보함과 동시에 환경단체 등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수용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공기 지연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마침내 97년 11월 상하원 승인을 받아 최종 노선이 공개됐다. 최종 노선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상원 의회에 의견을 개진했다. 6주간 진행된 의견수렴 결과 모두 207건의 반대 의견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2건이 반영됐다. 정부는 이들 의견을 분석·정리해 수정 노선이 통과하는 지자체, 시민들과 참여과정을 거쳐 노선의 상세설계를 수정·보완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0년 4월 드디어 착공, 7년만인 올해 10월 완공해 올 연말 개통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주민참여 제도인 PKB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성과는 암스트레담 남부 지역인 ‘흐룬하트’ 지역을 지하터널로 변경한 것이다. 환경단체는 고속철이 흐룬하트를 통과할 경우 생태적·경관적 가치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반대의견을 받아들여 무려 10㎞에 이르는 이 구간을 지하터널로 변경했다.



남부 고속철도사 베이저링 프레드(Beijerling Fred) 홍보담당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느라 남부 고속철은 다양한 구조물과 선형을 갖게 됐으며 지하 터널로 노선이 변경되면서 각종 브릿지와 터널, 콘크리트 구조물 등 다양한 추가 구조물 및 안전 검사들이 필요했다”면서 “결국 이 지역 공사비는 3배 이상, 전체 공사비로는 20% 이상 증가했고, 공사기간도 16년 가까이 소요됐지만 네덜란드는 시민참여를 통해 건설된 남부고속철도사업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지자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남부고속철도는 지상에 건설된 노선이 전체의 6%에 불과하고 55%는 다리나 터널, 35%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됐다.

 

네덜란드 남부고속철 사업은 해당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명분과 성숙된 사회·문화적 여건, 확실한 제도적 장치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 만들어진 합작품이다.  새만금 사업처럼 명분 없는 사업에 정부가 무리하게 손을 댔다가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히고, 결국엔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야기한 것과는 대조적인 접근이었다. 특히 사업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반영함으로써 조정 과정에서 신뢰를 축적해 나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적절한 피해 보상, 철저한 사후 갈등관리를 통해 이를 해소한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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