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을 했다는 총무원장 당선자

2017-10-17     변동빈 기자

우리나라 불교 종단 가운데 가장 큰 조계종의 총무원장에 당선된 설정스님이 서울대학교 원예과를 졸업했다고 자신의 저서 등에서 밝혀왔었는데 사실은 서울대학교 부설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독신 수행을 원칙으로 하는 설정스님에게 숨겨둔 자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이다. 불교계의 한 언론사 보도에 의하면 1999년 설정스님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던 모녀가 있었고, 소송이 취소된 뒤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설정스님의 큰형님의 자녀로 입적되었다는 것이다.

설정스님의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설정스님의 숨겨둔 자녀에 대한 논란에 대해 “박정희 정권 때 산아제한 시책에 따라 정관 수술을 했기 때문에 자녀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교계 신문은 보도했다. 하지만 출가하여 독신으로 수행하는 승려가 산아제한 시책과 무슨 상관이 있어서 정관수술을 했다는 것인지 필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의혹을 갖고 있는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불교신자들을 비통하게 만들고, 조계종이 머지않아 망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와 짐작을 하게 한다.

재작년 예수교 합동장로회 총무를 지낸 황모목사가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박모 목사를 칼로 찔러 살인 미수죄로 구속되었었다. 예장 총무는 장로회의 모든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자리다.

박모목사는 선거가 끝난 뒤 “황 목사가 자신의 총무 선거를 도와주면 노회와 총회의 보직 및 총회의 각종 사업권을 보장해 주겠다던 약속을 이행치 않았다”며 “황 목사의 지시로 돈 봉투를 살포했다”고 폭로했었다.

그 후 예장 소속 한 교회의 재산분쟁에 휘말리면서 박모 목사는 총회 및 노회공직의 5년간 정직 처분을 받았고, 황모 목사 역시 그가 담임 중인 예인교회의 임시당회장직을 잃었다.

결국 앙심을 품은 황모 목사가 횟집에서 사용하는 칼을 미리 준비하여 박모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 찾아가 수차례 복부 등을 찌른 것이다. 이들의 추악한 싸움에는 결국 이권이 있었고, 이로 인해 예수교 장로회를 대표하는 중책을 맡았던 목사가 살인미수를 한 것이다.

며칠 전 전주시의 한 재판정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도가니’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공지영 작가가 나타났다. 이 재판정에 피의자는 한국의 ‘마더 테레사’라는 별명이 붙여졌던 전주의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여성 목사였다. 미혼인 40대의 A여성목사는 사제였던 40대의 B전 신부와 함께 장애인 복지시설을 설립해 기부금 및 후원금 명목으로 수 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함께 불구속 기소되었다.

A여성목사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입양하여 키운다고 홍보하면서 무자격으로 불법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면서 후원금과 기부금을 횡령한 것이다. 그러나 입양했다는 아이들은 자신이 키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여 키웠고, 복지시설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와 다름없는 목사였던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은 대부분 이름난 사찰의 주지와 중견 승려들인데도 불구하고, 세속의 기준보다 못한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선출한 것은 불교나 종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득권을 챙기고 나눠먹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장 신성하고, 청정해야 하며 돈과 부정한 것을 멀리해야할 집단이 종교지도자들이다. 세속이 아무리 타락해도 종교인 특히 종교지도자들이 돈과 권력에 탐닉해서는 안 된다. 그건 바로 그 사회의 혼란과 종말을 예고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집단에서도 그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 보루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지성인들이며 종교인들이다. 종교인들이 끝을 모르게 타락해 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희망을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