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은 결과보다 중요하다
과정은 결과보다 중요하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4.04.1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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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관광마을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뭘까?"

마을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제발 가만 좀 내버려 두라고...지원한답시고 해놓고 사업도 시작하기 전에 성과를 내놓으라니 나 원 참.." 혀를 끌끌 찬다. "차라리 가만 있는게 도와주는 건데..."

전통테마마을을 추진하는 지역 농업기술센터 직원들도 손사래를 친다. "번개불에 콩을 볶아도 유분수지. 처녀에게 애를 내 놓으라는 격입니다"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한다. 뭔가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관료적 강박증과 기다리지 못하는 천박한 조급증이 그 원인이다.

하긴 언제 짤릴지 모르는 기관장이나 언제 자리가 바뀔지 모르는 담당자로서는 이왕에 자리에 있는 동안 폼나게 일했다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싶을 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챙기려 했던 관료들의 행태가 오늘 우리 농촌을 이 지경으로 만든 지름길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농정은 결과지향적이 아니라 과정지향적이어야 한다"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이야 말로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지금까지 농림부가 해온 일은 대부분 장관 테이프커팅용이었다. 막상 발표는 했지만 세부적인 목표가 없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지금 농촌에서는 눈먼 돈들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떠나고 기존 농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데 농업기반공사는 열심히 저수지를 막는다고 갯벌을 메운다고 산을 깎고 물을 막고 있다. 일본, 프랑스 농촌관광정책을 베끼면 성공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요 순진한 생각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매어 못 쓴다. 일에는 순서가 있고 경중이 있다. 돈을 아무리 쏟아 부은들 절망에 빠진 농촌을 구할 수 있을까... 차리리 그렇다면 속편할 일이다. 여러분중에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변해야 한다. 변화는 새로운 것을 학습하는 것이다. 학습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루아침에 되질 않는다. 더구나 세상변화와 담쌓고 살아온 고령의 농촌주민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더더욱 어렵고 더딘 과정일 수 밖에 없다. 그분들은 이미 속을 만큼 속았고 알만큼 안다. 그래서 더더욱 움직이지 않는다. "농림부에서 외치는 거꾸로 하면 절반은 성공한다"는 자조섞인 말이 있지 않은가?

어느 농부가 자기 밭에 보리가 잘 자라지 않자 보리 이삭을 길게 뽑아 놓았다. 그리고는 마음이 흐뭇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내가 보리를 자라게 하느라고 고생 꽤나 했지"라고 가족에게 자랑했다. 다음날 그의 아들이 밭에 나가 보니 보리는 벌써 말라죽어 있었다.

힘들고 어렵고 시간이 걸려도 농촌주민들 스스로를 변화의 길로 나오게 하는 것, 스스로 고기잡는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꽃을 피우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다. 제발 그런 농정은 이제 그만 두자. 애원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 몇명이나 찾아왔는가? 소득은 얼마나 늘었는가?"

농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할 것 없이 중앙의 관심은 이 두가지이다. 몇명이 왔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중요할까? 아니다. 단 한명이 와도 주민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들과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다면, 도시민들과 마음을 열고 어울릴 수 있었다면, 주민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면...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모든게 전문적인 연구와 지식을 쌓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상식"이다. 그런데 왜. 저 높은 데 있는 우리의 일꾼들은 주인인 우리들 마음을 그리도 모를까? 과거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어 "모로 가면 서울은 절대 못가는 시대"가 되었다. 경쟁이 심하지 않고 수단과 자원이 제한되었던 시절,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던 시절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과정은 결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과정은 "사람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신기루 일뿐이다. 지속가능한(sustainable) 농촌을 위해 과정지향적인 농정을 기대한다

강신겸박사(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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