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지어(晏子之御)를 생각한다
안자지어(晏子之御)를 생각한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3.09.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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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유명한 고사성어를 낳았던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과 쌍벽을 이루었던 인물 중에 안영이라는 사람이 있다.

안자지어(晏子之御)라는 말은 재상 안영, 혹은 안자로부터 비롯되었는데, 관중이나 포숙, 그리고 안영을 보고 있노라면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들은 우리 후대에 귀감이 될 만한 교훈적 격언을 많이 남기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자지어(晏子之御)에 대해 미리 말해 두자면,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신으로 제경공 때 재상을 지낸 안영(안자)의 마부를 가리키는 말로 변변치 못한 지위를 믿고 우쭐대는, 기량이 작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재능이 뛰어났어도 겸손했던 제경공 시대의 재상 안영은 제나라를 천하의 강국으로 만들 만큼 치세에 능력이 있었던 출중한 인물이었다. 그의 언행은 공자(孔子)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여서 안자(晏子)라는 경칭까지 얻게 되었다.

어느날 재상 안영이 외출할 일이 있어 자신의 마차를 타게 되었는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부리는 어자(御者·마부)는 마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경외(敬畏)의 눈빛으로 길을 비키거나 엎드리곤 해서 마치 자신이 재상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여 오만방자한 태도로 우쭐거렸다.

이 마부는 목을 뻣뻣이 세우고 득의만면(得意滿面)한 표정으로 말 채찍을 휘어잡고 마차를 몰았다. 그때 재상 안영의 마차가 자기집 앞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마부의 아내는 문틈으로 살며시 마차행렬을 엿보았다고 한다.

만백성의 우러름을 받았던 재상 안영은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부인 남편은 얼굴에 온갖 거드름이 덕지덕지 배어있고, 안하무인인 듯한 자세로 말을 몰고 있지 않은가? 이런 남편의 모습을 본 그의 아내는 남편의 그 모습이 너무도 역겨웠다.

그날 저녁 남편이 집에 돌아오자 마부의 아내는 느닷없이 이혼을 하자고 말했다. 까닭을 모르는 마부는 어안이 벙벙해 아내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아내는 "안자(晏子)께서는 재상이시고 그 명성도 자자하지만 겸허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마부의 주제에 재상이라도 된 듯 우쭐대고 있으니 그런 당신과는 더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습니다."

아내로부터 크게 무안을 당한 마부는 그 후부터 사람이 싹 달라졌다. 마부가 달라진 것을 느낀 안영은 그 까닭을 물었고, 자초지종을 듣게 된 재상 안영은 그를 가상히 여겨 벼슬자리까지 천거해 주었다.

그 뒤로는 턱없이 우쭐대는 어리석은 사람을 빗대어 안자지어(晏子之御)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안자지어(晏子之御)라는 말에는 두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그 하나는 권력을 등에 엎고 호가호위하며 백성들에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어리석은 자들에 대한 경종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재상 안영의 태도로, 자신이 가진 권력이 백성으로부터 나오며, 그 권력은 백성에게 아무리 겸손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획득된 권력(어떠한 권력이든)을 개인의 영달이나 욕심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장성의 오적에서도 이미 언급했다시피, 안영의 마부와 같이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이 가진 권력이 자신이 기울인 노력의 산물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여긴다. 독선과 아집은 바로 여기서부터 생겨나고 발전한다.

제아무리 선한 권력자라 하더라도 권력의 원천이 어디인가를 깨닫지 못하거나 무시하면 독선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우리지역에서 자치단체장의 독선적 태도가 문제가 되어 여론의 도마위에 자주 올랐다.

군수가 잘한 일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그 독선적 태도만을 끄집어 내어 비판하는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이들도 많을것이라 생각한다.

독선이, 아집이 군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으면 굳이 독선과 아집을 들먹이며 하등에 이러느니 저러느니 할 이유가 없다. 독선과 아집은 독단을 낳게되며, 자신의 결정이 제일이라고 믿는 최면에 빠지게 된다. 독선이 위험하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재상 안영과 그의 마차는 현재로 말하면 크고 작은 권력들이다. 그것이 국회의원이든 군수든 도의원이던 군의원이든 면장이든 말이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다름아닌 마부다. 자신이 맡은 역할은 마차인 백성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거드름을 피우고 안하무인할 자리가 아닌 한없이 겸손해야할 자리라는 것이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자들 중에 안자지어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자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띤다.

그 마부에게는 다행히도 현명한 아내가 있어 개과천선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 이런 안자지어 부류의 말로가 어떠할 것이라는 것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본다.

안자지어일수록 현명한 자들은 꺼리고 멀리한다는 것은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귀찮고 성가시기 때문이다. 즉 지금 자신이 가진 권력만으로도 충분한데 뭘 더 노력하고 누구에게 잘보이란 것인지 그런 자들의 아둔한 머리로는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로는 이미 예정지어져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물론 그 많은 크고 작은 권력 중에 그 힘의 원천인 독자를 무시하고 깔보는 언론의 종사자도 당연히 안자지어에서 예외일 수 없다.

<김기성 비상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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