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어린왕자>
내가 읽은 <어린왕자>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3.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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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아직 어린 나이였고 ‘어린왕자’란 책을 이해하기는 약간 이른 감이 있었던 것 같다. 중간쯤을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곤 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학교에 와서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처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책의 머리말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마치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을 한꺼번에 많이 얻은 양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어린왕자는 소혹성 B613호 라는 아주 작은 별에 살고 있다. 뽑지 않으면 언젠가 크게 자라서 자신의 별을 집어삼켜 버릴지도 모르는 바오밥 나무들과 겨우 무릎 높이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화산 몇 개, 그리고 매일 투정만 부리는 교만한 장미 한 송이와 함께 의자만 뒤로 옮긴다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그런 보잘것 없는 별에서 살고 있다.

어린 왕자의 장미는 너무도 교만하고 작고 작은 별에서 불평 많고 짜증만 부리는 그런 장미였다. 가진 것이라곤 몇 개의 가시밖에 없는 그 장미는 하찮은 꾀를 부려 왕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왕자는 그것이 결국 사랑의 표현이었다는 것을 장미와 함께 있을 때는 알지 못한다.

바람막이를 가져다 달라고도 하고, 유리 덮개를 해 달라고도 하고 왕자를 귀찮게 했지만 장미는 왕자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그 별에서는 장미의 진심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홀로 먼 곳을 여행하면서 장미의 마음을 이해하고 장미의 외로움을 생각한다. 사랑하는 장미 옆에서 외로움을 느껴 여행을 떠났던 어린 왕자가...

어린왕자는 자신의 별을 떠나와 많은 별을 여행하였고 그 별들에서는 모두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와 권리, 명예만을 추구하고, 의욕감과 목적의식이 없는 어른들의 모습들을 보며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어린왕자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별은 지구라는 곳이었다.

그는 지구에서 ‘길들인다’라는 의미를 깨닫게 해준 여우와 만나게 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울타리 너머로 핀 호화스럽고 화려한 장미들을 보고 자신이 별에 두고 왔던 장미의 가치가 부질없고 초라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하고 거대한 장미일지라도 그들은 그 성가신 장미 한 송이 보다 ‘길들여지지’ 않았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험난한 여행을 끝마친다.

어린왕자란 책은 읽을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책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고 세 번째로 읽었을 때는 더 많은 의미를 깨닫게 되고.. 책꽂이에 꽂혀있는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마지막 장을 넘긴 후에는 정리가 안 될 만큼 내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메워졌었다. 한참동안을 생각만 하고 앉아 있었던 적도 있고 말이다.

‘숫자밖에 모르는 어른들’ 이 책에서는 어른들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꼭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정작 그 친구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선 궁금해 하지도 않는 어른들을 비유해서 나타낸 말이다.

나는 어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나도 어른이 되어있겠지만 검은 돈이 오고가고 투명한 아이들의 마음을 흑·백색으로 물들여 버릴 만큼 자신밖에 모르는 어른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짓밟아 버리는 이들은 강하고 무섭게 보이는 것 보다 한없이 약하고 비겁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탁한 눈이 아닌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에게 ‘길들여진’ 그 무언가에 대한 책임을 가질 줄 알고 별을 떠나게 될 때 마지막으로 장미의 바람막이를 한번쯤은 더 점검해 주고 잎이라도 한 번 더 닦아 줄 수 있어야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쉽게 만나고 헤어짐을 수없이 거듭하는 사회 속에서 어린왕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리를 가슴깊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요즘엔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보이는 창문 밖의 별이 하나 있다. 다른 별들보다 유난히 반짝거리고 환한 별이다. 어린왕자가 ‘나 여기 있어요’라고 인사라도 하듯이 그렇게 반짝거리는 별을 몇 분씩 바라보며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도 하고 내가 잊고 있었던 것들도 머릿속에 다시 되새기며 그렇게 잠이 든다.

순수한 마음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어린왕자의 마지막 모습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 되더라도 결코 잊혀지지 않을 진리로 내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가르쳐준 어린왕자와 그의 장미, ‘길들여진다’라는 의미를 깨우치게 해준 여우,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생텍쥐페리에게도 고마움의 마음을 표시하고 싶다.

임송희 (장성남중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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