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숨겨진 명당 이 있다
그곳엔 숨겨진 명당 이 있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03.09.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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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행정리 검정마을


















따가운 햇살과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들녘을 어루만진다. 낟알이 무거운 듯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길가엔 하얀 억새풀들이 인사라도 하듯 하늘거린다. 들에는 그렇게 가을이 오고 있었다.

남면 소재지인 분향리에서 남서쪽으로 2km 를 달린다. 승가마을 앞의 승가교를 건너면 검정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꼬불꼬불한 농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큰골산(백우산) 자락 낮은 능선에 점점이 들어박힌 아늑한 마을이 보인다. 검정(檢亭)마을.

이마을 역시 주로 쌀농사를 지으며 밭작물로는 수박과 고추, 참깨, 배추를 많이 가꾼다. 예전엔 샘물과 행정제(검정제)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으나 지금은 장성댐의 수로를 타고 오는 물로 검바우들, 바우배미, 고라실, 사드레걸, 소리생키들(뜰)을 경작한다. 마을 노인회장인 이명규(69)씨는 "땅이 기름져 미질이 말할수 없이 좋제."라고 자랑한다.

올여름 비피해는 이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주민 이향규(66)씨는 "우리마을 수박이 유명하고 맛이 좋은데...올여름엔 비 때문에 모두 망했지라" 며 "배추 역시 비가 많이 와서 제때 파종을 하지 못했다."고 걱정을 한다.

모정 옆 마을 중앙으로 발길을 옮긴다. 대나무가 빽빽히 들어찬 대숲이 눈에 띈다. 수년전만 해도 높이 30~40m에 달하는 이른바 "왕대"가 많았다고 한다. 대나무의 질이 워낙 좋아 "대나무의 고장"인 담양에서 조차 이마을로 "왕대"를 사러 왔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이곳을 "생금밭"이라 부른다.

마을 남쪽 야산 능선엔 주홍빛을 띄기 시작하는 감이 탐스럽게 달린 단감나무들이 가지런히 서있다. 단감나무밭의 면적이 600여평에 이르고 과실이 실해 출하량 또한 많다고 한다.

검정마을은 양성이씨(陽城李氏)들의 집성촌. 현재 전체가구 30호 중 27호가 양성이씨다. "마을 일이 곧 문중 일이제" 노인회장이 한마디 거든다.

양성이씨가 이마을에 입향한 시기는 약 340년 전으로 조선 선조 때의 유학자인 李增이 경기도 안성에서 이주해왔다고 한다. 마을 북쪽엔 양성이씨의 입향조 이증의 묘각인 추원재가 있고 남쪽엔 영묘재가 있으며 영묘재 뒤편의 아름드리 소나무 숲은 자랑할만하다.
이마을에 맨처음 터를 잡은 성씨는 청송심씨로 전해지나 그 후손들은 모두 타지로 이거해 정확한 것을 알수가 없다. 일제시대에는양성이씨를 비롯해 밀양박씨, 청송심씨, 광산김씨 등 50여호나 거주하는 큰 마을이었다고 한다.

검정마을은 서쪽으로 유황산이 자리하고 남쪽으로 팔랑산, 동쪽으로 가마봉이 서있는 해발 50m의 남향마을. 유황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시내가 동쪽으로 흐르며, 장성댐 수로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마을 뒤를 지나 시성굴과 가마봉을 거쳐 이웃 승가마을로 흘러간다. 북동쪽으로는 낮은 산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행정마을이 있으며 남동쪽으로 옥녀봉 너머 불정마을이 있고, 남서쪽으로는 광주시 광산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어 생활권은 광주시에 속한다.

검정마을은 본래 12개의 뜸으로 이루어졌던 마을로, 본 마을을 제외한 서당골, 바우동, 검바우, 학동 등의 지명이 구전되며 대부분 1~3호 가구가 거주하여 100여년전에 없어지고 본 검정만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마을 서쪽 서당골에서 돌도끼 등이 발견되어 선사시대부터 이곳에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보이고, 마을에 있는 2기의 고분은 백제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정조 13년 1789년에 발간된 <호구총수 designtimesp=10314>에 "남이면 검정"이 기록되어 있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남면 행정리에 속하게 되었다.

이마을엔 숨겨진 명당 "옥녀(玉女)"가 있다는 전설 있다. 조선 순조때 전라감사를 지낸 이서구가 "남면은 가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라 말하면서 "가마봉에 옥녀의 명당이 있는데 이는 무등산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며 이곳에 묘를 쓰면 6代가 영화를 누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이 명당설과 이마을의 지명이 일치한다. 가마봉의 옥녀가 세수동에서 세수를 하고 치마골에서 옷을 입고 가마를 타고 가는데 옆에 하인들이 따른다는 하님봉이 있고, 앞에 소리를 하는 소리생키들(뜰)이 있으며 팔랑산(여덟사내)이 외면을 하고 있으니 무등산이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았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 북동쪽에 있는 가마봉 남쪽으로 치마골, 팔랑산, 소리생키뜰, 하님봉이 순서대로 놓여있다.

이자리에 묘를 쓴 이씨가 중국에서 "돈령"이라는 큰 벼슬을 하게 되었다고 하나, 지관들에 의하면 이씨의 묘는 무등산이 마주보이는 곳에 있고 하님봉이 앞에 놓여 있으므로 "옥녀명당"이 아니며 "옥녀명당"은 아직도 묘를 쓰지 못하고 남아있다고 한다.
과연 "옥녀명당"은 이마을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옥녀명당"을 찾아 묘를 쓸수 있을까?

이 마을이 배출한 인물로는 육군본부 군수참모차장을 지내고 소장으로 예편한 이연신 장군이 있으며 전남대 교수이며 공학박사인 이정종씨, 한국정보통신공사 사장을 지낸 이종해씨, 전남수영연맹회장을 지낸 이관웅씨, 광주시 문화예술과장을 지낸 이종일씨 등이 있다.

현재 마을 거주민들의 연령층은 모두 50대 이상. 마을이장 고영순씨는 "주민들이 온순하고 순박합니다."라고 말한다. 심은 대로 거두는 땅처럼 순수한 농심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마을 광장엔 노인회관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검정마을의 재미있는 지명들

가마봉 : 마을 북동쪽 승가마을과 사이에 있는 봉우리. 남면의 진산으로 옥녀가 가마를 탄다하여 가마봉이라 했으며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80년대 수로를 낼때 이곳에서 요지(가마터)가 발견되기도 했다.
각시봉(옥녀봉) : 마을에서 동쪽으로 불정마을과 사이에 있는 봉우리로 옥녀봉이라고도 한다.
치마골 : 각시봉 아래에 있는 골짜기.
팔랑산 : 마을 남동쪽에 있는 산.
하님봉 : 마을 남동쪽에 있는 봉우리로 각시봉 남쪽에 있으며 한님봉이라고도 한다.
여시고개 : 마을에서 수로를 따라 북쪽에 있는 고개.
검바우들 : 마을 북쪽에 있는 들로 여시고개 너머에 있다.
학동 : 예전에 검정마을에 속해 잇던 12개 마을 중의 하나로 동남쪽에 위치함.
쪽박등 : 마을 서북쪽에 위치한 낮은 능선으로 이곳에 백제고분이 있다.
서당골 : 예전에 검정마을에 속해 잇던 12개 뜸 중 하나로 마을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서당이 있었다고 한다.
서당골 폭포 : 서당골 상류에서 내려오는 폭포.
유황산 : 서당골 위에 있는 산.
고마산 : 유황산 위쪽에 있는 산.
큰골산 : 마을 뒤에 있는 큰산.
공구버텅 : 큰골산 중턱에 있는 버텅.
소래생키들(소리생키들) : 마을 동쪽으로 치마골 밑에 있는 들.
바우배미 : 마을 앞에 있는 논으로 논가운데에 바위가 있음.
사드레걸 : 바우배미 밑에 있는 들.
고라실 : 사드레걸 아래에 있는 들.
한시암 : 고라실 위쪽에 있는 샘으로 하루밤에 한샘의 물이 남.
사장등 : 마을 남쪽에 있으며 예전에 활쏘는 터였다는 설이 있다.
뒷재각 잔등 : 마을 뒤편에 위치한 추원재 뒤 잔등.
시성굴들 : 마을 동쪽에 있는 들.
치고개 : 팔랑산 동북쪽에 있는 고개로 마을에서 동쪽에 위치함.
큰문중 : 양성이씨 입향조 묘소가 있는 등성이.
새비산등 : 큰문중 옆에 있는 등성이로 양성이씨 時望의 묘가 있다.
새터 : 검정마을 아래뜸 마을. 새로 터를 잡았다고 해서 새터라 함.

<참고문헌: 장성군 마을사 designtimesp=10363>

글: 변중섭, 사진: 김은정


<마을의 역사와 유래 designtimesp=10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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