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에겐 날개가 없다
천사에겐 날개가 없다
  • 김은정기자
  • 승인 2003.10.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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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사랑의 종의 집

남면소재지에서 3㎞남짓 가다보면 새벽이슬의 영롱함을 간직한 영혼들의 보금자리 사랑의 종의 집이 있다. 몸은 멀쩡하지만 정신이상을 앓거나,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8명의 장애우들은 모처럼 찾아온 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원장 신윤홍씨 또한 장애가 있다. 그는 젊은 시절 군에서 다리를 다친 후 주위에 어려운 장애우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리하여 충분치는 않지만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부인과 합의하여 10년전 사랑의 종의 집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10년전 폐가를 구입하여 지금의 보금자리를 꾸밀 즈음 마을주민들은 마을에 장애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굳이 반대하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하면 복받는다 했는가. 원래 가난했던 이 마을이 지금은 모두 자가용 한두대 쯤은 있을 만큼 부자가 됐단다.

“이렇게 살아도 굶은 적 없고, 겨울엔 난방뗄 정도는 된다”며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는 신원장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이 사람들을 돕고자 시작했지만, 뜻밖의 천사들도 많더라구요.” 그동안 도움을 준 부부농장, 라이온스클럽, 서삼 사과농장 등에 지면을 통해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노고가 컸던 사람은 아내라며 아내에겐 항상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아내이고 또한 남편이 되어야 하고 그렇게 실천하려고 해”라는 말속에 부부간의 신뢰와 믿음이 우러난다.

“흥부가 부자되고자 제비를 도운 것이 아니듯이 바쁜 시간을 내서 이곳을 찾아 도와주는 사람들은 모두 천사의 마음을 가진 천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됐다며 장애우가 된 것이 고맙다는 그와 수정처럼 곱고 티끌만큼의 욕심도 없는 그곳의 장애우들은 풍요속의 빈곤에서 허덕이는 각박한 세상의 밝은 빛이다.

1년에 90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한 회사의 사장은 앞을 보지 못한다. 언젠가 그는 신원장에게 잔잔하고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말을 했다.

“눈에서 발생하는 병은 259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인간이 치료가능한 것이 6가지랍니다. 저는 거기에 못 들었습니다. 눈만 고칠 수 있다면 모든 재산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보통의 사람은 몇 100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합니다.”

“한 생명 구하는 것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 10월말이 되면 그들은 장성은 떠난다. 이곳이 싫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그들이 떠난 빈자리는 프란치스꼬의 집에서 사용할 것이다. 그동안 후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떠나는 아쉬움도 크다 했다. 그들이 어딜 가든 이곳에는 그들의 자취가 남을 것이고, 그곳에서도 그들은 푸른 하늘을 향해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수줍은 미소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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