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9일은 황룡5일장 서는 날
4일,9일은 황룡5일장 서는 날
  • 김은정기자
  • 승인 2003.06.14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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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황룡5일장이 서는 날이다. 어릴적 엄마손 잡고 사탕하나 물고 졸졸 따라다녔던 고향장터 생각이 난다. 그때는 뭐가 그리 좋았던지. 원숭이가 재주부리는 것보면 신기했고, 약팔던 아저씨들틈에서 약보단 이무기라는 뱀에 더 관심이 많았던 시절, “펑”하는 뻥튀기소리에 놀라면서도 쑥스러워 웃던일, 50원주고 사먹는 찰떡은 또 얼마나 맛있었는지. 시골장은 그 자체로서 삶의 활력소요 행복이었다.

시장 한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산에서 뜯어 말린 고사리, 취나물 한봉지 들고 팔던 어머니들이 있다. 밭에서 뽑아온 무․배추, 보름전 태어난 강아지 서너마리 데려와 팔며, 아들딸 대학보내고 시집, 장가 보냈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황룡장은 예전의 시골장과는 사뭇 달랐다. 규모가 적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오전 10시가 조금 넘는 시각이었는데도 이미 파장 분위기가 나서 예전의 북적대던 장터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바쁜 농사철이라 빨리 나와 팔고, 집에가서 농사일을 하기 때문인가 보다.

또한 주변에 대형마트나 이동식 차량에서 식품을 사는 일이 잦아져 굳이 5일을 기다릴 필요성도 줄어든 것이 5일장이 퇴색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고추를 좌판에 깔아놓고 파는 황룡면 월평리의 주경희(62)씨는 “촌에는 수입고치는 가져오도 않고 팔도 않허요. 고치 1근에 5천원인디 한두근 팔고나믄 저울로 빠져불고, 운임으로 빠져불고... 인자 김치도 많이 안묵고 쌀, 수박장시도 한디 지금은 밥도 못먹것소.” 또 “IMF부터 젊은 사람들은 마트, 백화점만 가고, 마을마다 약장시들이 온게 니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맨 싸움만 하고 있소. 오일장이 죽고 농촌장도 죽고 나도 죽것소."라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현재 장성에는 황룡장․사창장․사거리장 이렇게 3개의 5일장이 선다.

비아, 송정리장을 두루 돌아다닌다는 광주시 임곡동의 권육임(56)씨는 직접 잡은 미꾸라지, 우렁, 다슬기와 감자, 강낭콩등 잡곡을 팔고 있었다. “우리딸 대학공부시킬라고 시작했어요. 딸은 내가 공부안해야 엄마고생 안할텐데라며 속상해 하는데, 그래도 이왕한 공부 열심히 해라하고 격려하죠”라며 웃었다.

우렁을 팔면서 식당한다니까 한손가득 더 주고, 풋고추에 빨간고추 더 얹어주는 모습을 보며 훈훈한 시골장터의 인심이 아직은 살아있구나하는 안도의 생각이 들었다. 넉넉한 웃음속에서 한푼이라도 아껴 모아 딸공부시킨다는 아주머니를 보며 5일장이 쉽게는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선다.

<김은정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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