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에 보리짚, 그냥 태워 버릴 것인가?
들판에 보리짚, 그냥 태워 버릴 것인가?
  • 김은정기자
  • 승인 2003.06.09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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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보다 단백질 많아 - 가축사료로 활용하는 방안 찾아야



농촌의 들녘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보리를 수확한 농가들은 모내기에 늦을까 하여 이곳저곳 논에서는 보리짚을 태우고 물대기에 열심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전형적인 농촌의 들녘이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삼서면의 심재석씨 논에서는 클라스콤바인을 이용한 보리탈곡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클라스콤바인 구입은 지난 97년부터 각 면단위 농협에서 추진한 것으로 군에서 절반가량의 재정지원이 있었다. 삼서농협은 지난 97, 98년에 각각 1대씩(총2대)의 콤바인을 마련하여 농가의 보리를 수확해 주고 있다. 농협콤바인을 이용하면 200평당 2만5천원정도의 비용을 주는데, 이것은 일반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1~2만원정도 싼 가격이다. 농협에선 6월 2일부터 10일까지 가동할 계획이라 밝혔다.

97년 당시만 하더라도 정부에서는 보리농사를 적극 장려하는 권장정책을 폈고, 보리수매도 전량 정부에서 지원했다. 그러다보니 보리농사를 짓는 농가가 차츰 늘어나게 되었고, 그에 따른 일손부족의 애로사항을 덜어주려는 의도에서 각 농협은 콤바인을 구매하여 지금까지 활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보리수확을 하는 시기의 잦은 비피해로 수확이 늦어지는 바람에 모내기를 하는 시기도 자연 지연되었다. 점차 농민들은 보리농사하기를 기피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정부에서 전량 수매하던 보리를 농협에서 계약매매로 전환한데에도 그 이유가 있다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작년부터는 보리농업은 농가자체에서 능동적으로 하라는 취지로 바뀌어 과거의 권장정책을 일보후퇴하였다. 앞으로 농가들이 보리수확을 거의 하지 않게 된다면 농협에서 비싼 가격에 구입해 운영해오고 있는 클라스 콤바인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것이다.

또한 보리수확을 마친후 빨리 모내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때문에 농가에서는 보리짚을 수거하는 대신 논바닥에서 그냥 태워버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볼 때 보리를 태우는 것은 땅에 거름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땅속의 수많은 유용한 미생물을 죽여 없애버리므로 점차 우리 생계의 터전인 논밭은 영양가없는 무모한 황무지가 되고 만다. 이런 땅에서 무엇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인가? 지금 작은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미래엔 돌이킬 수 없는 큰 일이 될 수 있다.

축사를 경영하고 있는 장성군 김송수 농민회장은 이점에 대해 “보리짚을 그냥 태워 없애는 것이 문제지요. 보리짚을 가공해 가축 사료로 쓴다면 지금 쓰고 있는 볏짚보다 단백질함량이 많아서 고기육질도 훨씬 좋다던데...” 라며 걱정스레 말끝을 흐렸다. 보리짚을 볏짚처럼 가축의 사료로 가공하여 쓰면 굳이 짚을 태워 땅을 죽이는 일도 없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농가들이 이걸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보리짚을 수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장비도 부족할뿐더러 보리수확기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라 일손이 부족하여 미처 보리를 수거할 시간상의 여유가 없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할 것이다. 또한 시,군에서는 볏짚과 보리짚의 성분을 비교해 놓은 자료조차 없어 보리짚의 효능을 증명하고 상품화할 뾰족한 대안도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 보리짚이 정말 볏짚보다 좋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고기육질을 더 부드럽고 맛있게 만드는지 등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실험자료를 일반농가에 홍보하고 활용해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도로가에서는 마침 공공근로자 10여명이 도로가에 난 잡초를 낫으로 일일이 베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손이 부족한 요즘 예초기로도 충분한 잡초제거를 10여명이 우루루 모여 낫으로 베는 것이 꼭 시급한 일이었는가. 군은 진정 일손이 필요한 곳이 어디이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를 아직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농번기철만이라도 공공근로사업을 보리짚수거에 일제히 투입하여 농가가 실질적으로 필요로 할 수 있는 일에 활용한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노동력 제공이 우선되어 보리짚을 일제히 수거한다면, 농가에서는 보리짚을 굳이 태울 일도 없고 오히려 상품화된다면 농가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어 보리를 심는 농가가 더 늘어날수도 있다. 그러면 농협의 클라스콤바인의 활용도 더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고령화되가는 농촌의 들녘엔 노동력 공급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김은정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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