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에 이르는 장성 국궁 역사상 최초로 전라남도 대표 선수가 배출됐다. 주인공은 장성군 궁도협회 백학정 소속 소다니엘 궁사. 더욱 놀라운 것은 소다니엘 선수가 궁도 신인에 가까운 입문 3년 차에 일궈낸 기념비적인 성과라는 것이다. 전남도 대표 선발로 궁도 아마추어를 벗어나 프로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아직 ‘얼떨떨’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에서 15년 이상 실력을 쌓은 이들도 진입하기 힘들다는 도 대표 선발전에서 나이로 보나, 훈련 기간으로 보나 막내뻘인데도 당당히 대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소 선수는 “곡성 반구정에서 열린 전남도 대표 선수 선발전은 이달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하루 10순(1순은 5발), 50발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첫날에는 절반을 겨우 넘긴 27중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다행히 둘째 날 39중, 셋째 날 41중으로 성적이 조금씩 좋아져 도 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9명이 겨룬 이번 대회 첫날 소 선수는 첫날 16위에서 마지막 날 최종순위 4위로 경기를 마쳐 전라남도 대표 선수 5인에 안착했다. 전라남도 국궁인 숫자는 대략 4천~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 선수의 궁도 입문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그는 목사 아버지의 목회지를 따라 장성 북이면으로 이주했고, 호주에서 건축 쪽 일을 하다 2018년 말쯤 한국에 들어왔을 때 백학정 국궁체험을 하게 됐다. 우연히 잡은 활이지만 그 후 몇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정에 올라 활을 낼 만큼 그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었다고.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 넘게 훈련했다는 소 궁사는 “처음 한 달 정도 20~30m 단거리 과녁 쏘기 연습 후에 145m 과녁 쏘기를 2~3달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적성에 맞다고 느꼈고, 집궁식(사대에 오르기 위해 치르는 의식, 정식 회원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날 15발 중 14발을 맞춰 당당히 장성군 궁도협회 회원으로 입성했다”고 말했다. 일찍이 소 궁사의 재능을 알아보고 궁도의 길로 이끈 백학정 박장수 지도사는 “집궁식 때는 15발 중 한 발 맞히기도 힘든 경우가 많은데, 소 궁사의 기록은 대단한 것이다”고 치켜세웠다.
소다니엘 궁사의 각종 궁도대회 수상 이력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2019년에만 △제14회 광양시장기 및 유림정 제24회 전국남녀궁도대회 장년부 개인전 1위(3월 16일) △창녕군수기 전국남녀궁도대회 일반부 개인전 1위(4월 8일) △제2회 울산 남구청장기 전국남녀궁도대회 장년부 개인전 3위(6월 8일) △제22회 보령머드축제 기념 제1회 전국남녀궁도대회 장년부 개인전 2위(7월 19일) △제15회 태백산기 전국 궁도대회 장년부 개인전 3위(7월 27일) △제1회 밀양시장기 전국남녀궁도대회 장년부 개인전 3위(9월 7일)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겁다.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 19 여파로 대회가 무더기로 취소된 데다 거리두기 강화로 국궁장이 휴관에 들어갔지만, 요즘도 틈만 나면 자세 연습은 물론 주살질도 꾸준히 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주살질은 살 끝에 줄을 매어서 쏘는 방법으로, 실내에서 훈련이 가능한 우리나라 활쏘기 교육 방법의 하나다.
박장수 지도사는 소 궁사의 가장 큰 재능으로 ‘심성’과 ‘성실’을 꼽았다. 박 지도사는 “3년 차 선수인 소다니엘 궁사는 경력과 상관없이 지금도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며 “장성 궁도협회 소속으로 전남도대표로 선발된 만큼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 궁사는 국궁의 매력으로 ‘힘과 신체 밸런스, 정신력 삼박자가 맞아야 과녁을 맞힐 수 있는, 정적이면서 동적인 운동’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화살이 날아갈 때 내가 볼 때는 직선으로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포물선”이라며 “활을 떠난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145m를 날아 가로 2m, 세로 2.7m 과녁을 맞힐 때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공을 살려 한옥 건축 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는 소 궁사는 “자신을 믿고, 주변에 흔들리지 않아야 올곧게 집중할 수 있다”며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만큼 열심히 훈련해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소다니엘 궁사가 장성 국궁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