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장성군 예산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심사 중이다. 예산안은 집행부에서 편성한 뒤 1차 상임위원회에서 각 실`과로부터 예산안 편성 배경 등을 따진 뒤 2차 예결위에서 조정을 거친 다음 본회의에서 통과절차를 갖게 된다. 예결위에서 합의가 되면 대부분 본회의에서는 예결위 안을 그대로 통과하게 된다. 예결위에서 의견 일치가 안 될 때는 계수조정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의원들의 자기 지역구 사업 챙기기 또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용으로 일부 예산을 삭감하는 일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이며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장성군의 예산이 어디에 얼마나 편성되었는지, 또한 어떤 심의와 과정을 통해 예산이 삭감되거나 증액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이 가까워지지만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아직 껍데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예산편성에서부터 공개해야>
2019년 4월 서울 강북구의회 구본승의원은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예산안이 구의회 상정 전에 구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라고 요구하였다. 구청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구민이 주인되는 강북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예산편성에서부터 구민들이 참여하고 알아야 한다는 것이 구의원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한 구청장의 답변은 “예산안을 미리 공개하는 것은 구의회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며 “확정되지 않은 예산을 공개했을 경우 오히려 주민들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주민이 미리 알게 되면 어떤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인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주민 탓으로 돌리고 있다.
2000년 6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기한 ‘국회계수조정소위 방청불허 위헌심판 청구’가 헌재에서 기각되었다. 하지만 국회는 그해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처음으로 공개하였고, 2005년 7월 국회법을 개정해 계수조정 전체 과정을 속기록으로 공개하도록 하였다.
국회에서도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를 공개하는데 기초단체에서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기신문과 인천경실련이 인천시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37명의 시의원 가운데 공개 찬성 11명(29.7%), 반대 4명 그리고 무응답이 26명이었다. 무응답은 반대라고 보면 70%가 공개에 반대한 것이다. 장성군의회도 지난해와 올해 추경심의 때 계수조정소위에 참가하려는 기자를 막고, 비공개회의를 진행하였다.
<계수조정 공개하고 있는 과천시의회>
과천시의회는 2019년 자치조례인 회의규칙 개정을 통해 계수조정회의 공개를 명문화하였다. 2019년 12월부터 계수조정회의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고, 유튜브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제갈임주의원은 “시민들은 내 손으로 뽑은 지방의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의사결정의 근거는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다”며 “이 과정이 대의민주주의에서 좀 더 성숙한 숙의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 장성군의회 모의원은 “의회에서 공개회의 때는 선심성 예산이니 전시성 예산이라고 질책하며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계수조정회의에서 예산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는 사례가 무수히 많았다”고 지적한다.
군수나 공무원 앞에서는 호통을 치고 정의로운 척하다가 계수조정회의 때는 자신의 지역구 사업예산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을 챙기기 위해 반대로 말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과천시 의회 제갈의원은 “계수조정회의가 공개된 뒤로 막무가내로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오고간다”고 했다. 불과 7명에 불과한 과천시의회는 대부분의 의원이 예결위원이며 계수조정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신이 뽑은 의원들의 의사결정과정의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세종특별자치시의회는 지난 5월 13일 20일부터 열리는 제1차 추경예산안 심의자료를 1주일 전에 미리 공개하였다. 시민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세종시는 예산안 등의 서류를 세종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예산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참여예산이란 ‘시민이 원하는 사업 제안’과 ‘시민이 원하지 않는 낭비성 사업 막는 것’>
참여연대는 “주민참여예산이란 일부 예산을 주민주도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낭비되는 예산을 막고 이를 감시하는 일”이라고 강조하였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예산 낭비의 사례로 ▲ 사업타당성 검토 잘못 ▲ 중복 또는 과잉투자 ▲ 계약 및 공사관리 잘못 ▲ 선심성 과시성 행사 ▲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 및 부정 등이었다.
따라서 시민의 돈인 예산을 적재적소에 바르게 사용했는지 감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예산 낭비 신고 사례 중에는 ▲ 입찰과정에서 계약방법이나 조건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높은 가격으로 계약 ▲ 지역 특색도 없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지역축제 ▲ 실제 업무에 도움되지 않은 연구용역 ▲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청사, 문화 체육시설 건립 ▲ 과도한 홍보 유인물 제작과 배포 등이다.
스마트시대가 일상화되면서 주민들이 직접 행정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방법과 방식이 훨씬 다양하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SNS와 지방자치단체의 앱개발 등을 통해 행정과 주민의 소통도 빠르고 쉽게 이어질 수 있다.
지방자치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그리고 주민이 상호교류하고 소통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은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고 지원받을 권리가 있으며 지방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의회가 지방정부와 주민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주민이 없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만의 지방자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