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선비(淸士)와 지혜로운 선비(智士)
맑은 선비(淸士)와 지혜로운 선비(智士)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1.12.06 10:56
  • 호수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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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심서」 12편은 어느 것 하나 귀하고 값진 내용이 아닌 것이 없지만, 마지막 편인 「해관(解官)」이야말로 은근하게도 큰 의미가 들어 있는 내용입니다. 「부임(赴任)」으로 시작해 「해관」으로 끝나면서 적당히 마무리하면 될 것 같은 내용이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는 뜻에서 곱씹어야 할 내용이 참으로 많은 한 편입니다. 벼슬이란 언젠가는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것을 먼저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벼슬자리에 연연하여 언제까지라도 벼슬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말합니다. 아무리 좋은 벼슬자리에 근무하고 있더라도 거기에 연연해서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했습니다.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옛사람들의 뜻이었다. 해임되고 나서 슬퍼하는 태도를 보이면 부끄럽지 아니한가(棄官如蹝, 古之義也. 旣遞而悲, 不亦羞乎.).”라고 말하고 벼슬을 잃고 슬퍼하는 것처럼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영원할 수 없는 벼슬자리, 언제라도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임해야만 선비다운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속담에 “벼슬살이는 머슴살이”라고 했던 것처럼 아침에 승진하였다가 저녁에 차출당하기도 하니 믿을 수 없는 것이 벼슬이니, 천박한 목민관처럼 관아를 자기 집으로 알고 오랫동안 머물리라는 헛된 생각은 말라고 했습니다. 

벼슬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맑은 선비와 지혜로운 선비가 나온다면서, 그러지 못할 경우 남의 비웃음이나 받게 되어 그만두는 과정의 어리석음을 경계하였습니다. “평소에 장부를 정리해 두어서 내일이라도 곧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맑은 선비의 기품이다. 장부의 마감을 명백하게 하여 후환이 없도록 함은 지혜로운 선비의 행실이다(治簿有素, 明日遂行, 淸士之風也. 勘簿廉明, 俾無後患, 智士之行也. “遞代”).”라고 말하여 벼슬을 그만두면서 ‘맑은 선비(淸士)’와 ‘지혜로운 선비(智士)’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목민관은 관아를 여관으로 여겨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 문서를 반듯하게 정리해놓고 늘 행장을 꾸려 놓아, 가을 새매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훌쩍 떠나갈 듯이 하고, 한 점 속된 애착도 마음에 두지 않아야 ‘청사’의 말을 듣는다고 했습니다. 장부를 제대로 마무리하여 어떤 경우에도 뒤탈이 없게 해두는 것이 또한 ‘지사’라는 말을 듣는다면서 그런 목민관이기를 다산은 기대했습니다. 

이러한 다산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벼슬자리에 오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벼슬을 그만두는 일 또한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머슴살이인 벼슬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이 제일 중요합니다. 한번 벼슬에 오르면 영세토록 해먹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언제라도 그만두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항상 모든 장부는 미리미리 정확하게 정리해두고, 또 회계처리나 재무관계도 미리미리 계산을 마쳐 어떤 착오도 나지 않게 해서, 그만두고 나서 더 깨끗하고 지혜롭다는 말을 듣도록 하는 일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목민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가장 아름다운 ‘해관’의 모습을 멋지게 기술했습니다. “고을의 어른들이 교외까지 나와 전별연을 베풀어 목민관을 떠나보내면서 어린아이가 어미를 잃은 듯 인정 어린 말을 주고받는다면 그거야말로 인간 세상의 지극한 영광이다.”라고 해관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청렴하고 지혜로운 목민관이 대접받는 영광이 거기에 있습니다. (임명직 공직자의 해관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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