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시인하고 용서받아야
잘못은 시인하고 용서받아야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1.11.29 10:31
  • 호수 8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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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존민비의 어둡던 시절, 관의 탐학에 시달리던 백성들의 비참상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관의 횡포가 극에 달했던 실감나는 사례의 하나가 목민심서호전(戶典)의 평부(平賦) 조항에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목민관이 탐학하여 백성이 밤중에 산에 올라가서 소리를 질러 매도했다. 그 이튿난 목민관이 향승(鄕丞)을 불러 말하기를 산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귀신이 노했기 때문이다. 마땅히 제()를 지내서 풀이를 해야할 것이다라고 하고는 집집마다 10전씩 거두어 돼지 한 마리를 사서 제를 지내고 그 나머지는 목민관이 사적으로 착복하였다. 백성들이 또 다시 산에 올라가 외치자, 이번에는 제를 박하게 지냈기 때문이다하고는 또 100전씩을 거두어 제를 지내니 백성들은 다시는 욕을 하지 못했다.”라는 긴 이야기입니다.

그런 세상이 조선이라는 나라였습니다. 비리와 부정, 불법과 탐학이 횡행하던 세상에서 그것을 욕하고 탓하다가는 오히려 더 큰 고통과 착취를 당해야 했던 어둡던 시대의 비참상이었습니다. 관존민비의 시대, 권력은 그렇게 못된 횡포를 부렸고, 백성들은 그렇게 비참한 고난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권력자들이란 권력의 남용으로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잘못을 지적받으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여 잘못을 시정하고 바른 길을 가기만 한다면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이 되지만,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지적당하면 반성은커녕 오히려 악행을 더 심하게 저지른다면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요.

교도소에서 여러 범죄자들과 어울려서 지내던 때를 생각해봅니다. 그때는 혹독한 독재 시대여서 권력을 비판하거나 민주화를 주장하던 이른바 민주인사들이 수도 없이 감옥에서 고생하던 때여서, 감옥에 갇힐 이유가 없던 사람도 많았지만, 일반 범죄자들인 경우,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 시절 처벌받을 이유가 없이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게 반성을 요구하고, 잘못을 시인하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들은 결코 반성하거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할 일반 범죄자들에게 가장 지혜로운 일이 시인하고 용서를 받아라라는 명언들이 늘 하던 이야기였습니다.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받는 일처럼 지혜로운 일이 없습니다. 어찌하여 오늘의 세상은 아무리 잘못하고도 절대로 시인하지 않는 것이 통상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고관대작들이나 유명인사들이 수사받고 재판받는 경우, 사실을 사실대로 시인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다스)로 그렇게 요란했지만, 끝내 사실이 아니라고 우겨서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나서야 법원에서 판결로 사실이라고 판명되어 감옥행을 당해야 했습니다. 잘못을 지적당하면 강력히 부인해서 성공하는 사례였지만, 그러나 진실은 밝혀질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 하늘은 결코 숨겨주지를 않습니다. 요즘에는 선거판에서 후보들에 대해 사실이냐 아니냐로 큰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숨겨주지 않는 하늘의 뜻에 따라 고백하고 용서받는 쪽을 택하는 일이 지혜롭지 않을까요. 사실이 아닌 경우야 끝까지 아니라고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잘못을 지적받고 더 큰 악행을 저지르던 조선시대의 목민관에서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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