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는 ‘매물’ 미고지, 농협은 갑질?
중개사는 ‘매물’ 미고지, 농협은 갑질?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11.16 12:00
  • 호수 8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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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농협, 마트 신축하려 장산리 조립식 2층 건물 19억여 원 계약
세입자들, ‘매물인거 알았으면 계약 안했다’, 중개사 함구 이유는?
세입자 책임지겠다는 농협, 계약서 잉크도 안 마른 세입자들 있다

황룡농협(조합장 정창옥)이 황룡농협 하나로마트의 적자난을 해소하고,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들을 위한 로컬푸드형 하나로마트를 신축하겠다며 황룡면 장산리 2층 조립식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상가 관리를 맡아온 부동산 측이 약자인 세입자들에게 해당 물건이 매물임을 고지하지 않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는가 하면, 이러한 내용을 알고도 매수계약을 체결한 황룡농협에는 임대차보호법 따위는 무시하고, 돈이면 된다는 식의 농협 갑질이고 횡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룡농협이 A 부동산을 통해 부동산 매수계약을 체결한 장산리 249-20은 대지 1,860(563), 건평 780(236·1층 기준, 2층은 708) 규모로, 소유주는 서울에 거주하는 곽 모 씨다. 1층에는 ㅇㅇ축산, ㅇㅇPC, 사료할인마트, ㅇㅇㅇㅇ MART, ㅇ오토바이, 삼시ㅇㅇ 등 6개 업체가 입점해 있고 2층에는 ㅇㅇ당구장·승마, ㅇㅇㅇ 스크린골프 등이 영업 중이다. 황룡농협은 애초 건물 1층은 마트로, 2층은 물류창고로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2층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1층만 로컬푸드 매장으로 사용할 예정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도인이 원치 않아 매물고지 안 했다는 중개업자

임대차 계약서 잉크도 안 말랐는데 내보낸다는 농협

공인중개사법 제29(개업공인중개사 등의 기본윤리)는 공인중개사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지녀야 할 품위를 유지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또 법 제33(금지행위)해당 중개대상물의 거래상의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된 언행 그 밖의 방법으로 중개의뢰인의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이를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에 근거해 A 부동산 측에 “3개월여 전 점포 2곳의 임대차계약 당시 해당 상가를 포함한 부동산 일체가 매물로 나왔고, 언제든 매매가 성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차 희망자들에게 고지했는지여부를 물었고, A 대표는 매도인이 고지하지 않기를 바라, 고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도매업을 전문으로 하는 ㅇㅇ축산 관계자는 “2~3개월만 영업 못 해도 4~5억의 손실이 난다. 법인 사업자라 이전 시 정관 등 모든 서류를 바꿔야 하고, 설비 자체도 문제다계약 3개월 만에 매매계약이 됐다는데, 매물인 것을 알았다면 계약을 했겠냐고 말했다. ㅇ오토바이 관계자 역시 부동산에서 비워줄 생각 있는지, 이사비용이나 영업 손실비로 얼마나 생각하는지 물어보더라“81일 작성한 계약서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가게를 비울 것을 전제로 이야기하고, 농협도 세입자들과 협의한 바 없이 로컬푸드니 뭐니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비워 줄래도 갈 데 없는 세입자도 있고, 비워줄 생각 없는 세입자도 있고

뒤늦게 계약 관련 내용을 알게 된 황룡농협 모 감사가 구상권 청구카드까지 꺼내 들고 농협과 이사회를 압박한 데는 평당 350여만 원을 호가하는 매매가는 차치하고라도, 916일 작성한 계약서 특약사항에 임차인과 관련해 매수자가 책임진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잔금 지급일(1229)까지 매수 계약자인 황룡농협을 대신해 세입자들의 의견과 협의 조건 등을 파악하고 있는 A 부동산 측의 임차인 대부분이 긍정적이라는 이야기와 달리 임차인 중 한 명은 코로나로 너무 힘들다가 이제 겨우 장사가 좀 되나 싶었는데 건물 팔렸다고 나가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임차인은 세입자 중에는 황룡면민도 있고 황룡농협 조합원도 있는데, 개인 간 거래도 아니고 사정을 뻔히 아는 황룡농협이 이런 계약을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업종, 투자비용이 다 다른데 농협이 돈이 많아서 다 책임지겠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워 줄래도 갈 데가 없다고 토로했다. “비워줄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 임차인도 있었다.

지역 부동산 업계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장성군 공인중개사협회 한 회원은 임대차보호법은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임대인이 매도 의사가 있을 때는 임차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계약 전 이를 알려야 정당한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매수자인 황룡농협이 기존 세입자들의 리모델링 비용, 권리금, 이전비용, 손실보전 비용 등 일체를 부담하는 등 세입자를 책임진다는 계약 조항은 큰 무리수로 보인다업종·설비·임대차 계약 일자 등이 전혀 다른 6개 업체를 정리해 내보내는 일이 쉬울 것으로 판단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계약갱신요구권 10년 보장나가야 하나? 버텨도 되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상가 건물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한 법률로, 20189월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이 10년으로 늘고,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기간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으로 확대됐다. 대표적인 갑을 관계로 꼽히는 건물주와 상가 세입자 관계에서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억제해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다. 법 개정으로 건물주가 바뀌더라도 임차인의 10년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도록 한 것은 큰 의미가 있지만, 마트 신축을 계획하고 있는 황룡농협과의 임대차계약갱신 자체가 불가한 임차인들에게는 또 다른 얘기다. 건물주변동은 물론 현 임차인들의 지위 상실까지 포함하고 있는 이번 계약이 최종 성립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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