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건축허가 사전예고제'
'허울뿐인 건축허가 사전예고제'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11.09 10:00
  • 호수 8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룡면 신촌마을 주민들 ‘마을 앞 특장차 공장 허가 철회’ 요구
사전예고제 실효성 논란, 보완·개선으로 ‘입막음책’ 오명 벗어야
신촌마을 앞 특장차 제조, 조립하는 신축허가 부지에 허가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신촌마을 앞 특장차 제조, 조립공장 신축허가 부지에 허가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황룡면 신촌마을 주민들이 마을 앞 9m 높이의 대규모 특장차 제조·정비 공장설립을 허가한 장성군에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을 앞에는 장성군청 마당에도 공장허가 내주느냐, 소음.진동.환경피해 마을사람 다 죽는다 등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과정에서 건축허가 사전예고제에 따른 주민 의견 수렴에 용지매도인인 마을 반장이 관여해 문제가 불거졌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주민의 민원 제기에 군은 사전예고제는 시책사업일 뿐 법적 효력이 없다고 밝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성군이 건축허가 전 관련 주민 및 읍면장의 의견을 수렴해 건축허가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 갈등을 최소화해 건축 행정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며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거창한 취지와는 달리 제도적 허술함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건축용지 매도인이 주민 의견 청취 사전예고제 악용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주 에ㅇㅇ 특장측은 올 514일 황룡면 신호리 295-5번지 일원(신촌마을)에 건축허가를 신청했고, 군은 728일 허가 처리했다. 건축허가 사전행정예고제 이행을 위해 군은 황룡면에, 황룡면은 해당 지역 이·반장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68일 작성된 결과보고서는 찬성의견으로 장성군 계획위원회 심의에 반영됐다. ‘건축허가 신청에 따른 주민 의견 수렴 결과라는 제목의 한 장짜리 서류에는 참여 인원 20’ ‘찬성 19’ ‘기권 1등으로 기재돼 있고, 이장 김ㅇㅇ은 마을 주택과 거리가 원만하고....(중략)....마을 이장으로서 승낙한다고 밝혔고, 마을 반장 박ㅇㅇ은 마을 주민 의견을 들어보니 큰 지장이 없으면 허락한다고 한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신촌마을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는 찬성한 사람이 없는데 찬성 인원이 19명이라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건축용지 매도인인 반장 박ㅇㅇ이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서류를 작성한 것은 더 큰 문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피해 최소화? 공정·설비 공개도 안 하고?

장성군의 특수 시책사업 중 하나인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는 군 계획위원회 심의 대상 축사·공장·대규모 물류센터 등 주민 편익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시설 건축 허가 전에 주민 의견을 수렴해 피해방지계획을 수립하는 등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사전예고제가 이해당사자 또는 인근 주민의 공개적인 의견 수렴과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사전에 찾아보고 중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라는 장성군의 홍보 내용과 달리 법적 효력이나 기본 서식도 없이 허가부서에서 읍·면으로, ·면에서 다시 이·반장에게 요청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현 시스템은 이·반장의 의지와 이해관계가 반영될 소지가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건축허가 후 민원 발생을 차단하고 주민 알 권리를 보장해 투명한 건축 행정을 하겠다는 취지라면 민원 발생 소지가 있는 생산 공정이나 생산시설 등을 읍·면과 주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런 절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국민신문고 소극행정신고

신촌마을의 한 주민은 1010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건축허가용지 매도자인 반장이 인접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음에도 임의로 동의를 받았다고 이장을 거짓으로 종용해 주민 의견 결과서에 이장이 사인하도록 한 부분과, 도색이나 환경 유해 작업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특장차제조공장이 주택가와 인접해 들어서는 것을 행정이 허가한 것이 의문이다는 내용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1020일 군으로부터 사전예고제에 따른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장성군 개발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건축허가 처리 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1026사전예고제 사실 확인에 대한 근무 태만 조치 요청이 포함된 국민신문고 소극행정 신고민원이 접수됐으며, 애초 민원처리 기간은 지난 4일까지였으나 민원내용 검토 기간 소요를 이유로 15일까지 7(·일 제외) 연장됐다. 적극행정 선도 지자체임을 표방해온 장성군으로서는 불명예를 안게 된 셈이다. 국민신문고 소극행정 신고센터는 소극행정의 유형으로 적당편의 복지부동 탁상행정 관 중심 행정 등을 들고 있다.

 

법적 근거 없는 사전예고제, 제도적 보완 필요해

20192월 시행된 충북 청주시 청원구 건축허가 사전예고제는 법적 근거가 없고 과도한 규제로 기업 유치 및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시행 두 달여 만에 전격 중단됐다. 청원구 사전예고제의 경우 사실상 주거용을 제외한 전체면적 500이상 건축물은 모두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하고, 구청은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일주일 동안 주민에게 내용을 예고하고 의견을 들은 뒤 건축주에게 전달해 필요할 경우 설계변경 등을 유도할 수 있으며, 주민이 반대할 경우 시 민원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조건부 허가 또는 허가 신청이 반려되는 등 엄격한 규제를 적용했다. ‘주민 의견은 군 계획위원회 심의·결정 때 참조 사항일 뿐 주민 반대 시 불허가되는 것은 아니며, 찬성 때도 꼭 허가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장성군 건축허가 사전예고제와는 차이가 있다. 청주시는 대신 행정의 투명성 확보와 주민 알 권리 충족을 위해 사전심사청구제도를 더욱 실효성 있게 운영하고 도시계획위원회 등 각종 심의제도 운영을 강화하며 복합민원실무협의회 등을 활성화해 보강하기로 했다.

한편 인천광역시 미추홀구·부평구, 하동군 등은 건축허가 사전예고제 운영 규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조례에는 사전예고제 적용 범위, 의견 수렴 대상 지역, 운영절차, 제출된 의견에 대한 협의·절차 등을 명시했다. 조례에 따라 건축주가 건축허가 신청을 위한 건축허가사전예고를 신청하면 지자체는 건축 위치 건축 규모 전체면적 주 용도 의견 수렴 대상 필지 등 건축허가 신청현황을 기재한 건축허가 사전예고문을 공지하고 제출된 의견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결과 및 의견 조정서를 통지해야 한다.

장성군이 이제라도 대표 시책사업 중 하나인 건축허가 사전예고제의 제도적 문제점을 보완·개선해 악용을 막고 허울 좋은 민원 입막음책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