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소멸의 시대
종교소멸의 시대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9.05 21:14
  • 호수 8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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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 함께 탄생하였다. 문자를 발명하고, 기록을 시작하면서 인류는 신전을 만들고, 신에게 숭배하는 장소를 신성하게 여겼으며, 종교는 한 사회의 중심이 되었다. 요한복음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한 것은 문자가 있었기에 종교가 시작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이 제사장의 역할과 정치지도자의 역할을 겸했던 것처럼 3천년 전 종교지도자는 정치지도자와 다르지 않았다는 기록을 여러 문헌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종교지도자의 권력은 절대적이었으며 문명사회로 발달을 거듭한 지난 3000년 동안 종교는 인류의 정치, 문화, 사회, 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때로는 전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종교의 탄생은 인간이 자연재해나 질병 그리고 가난과 죽음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함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중세시대 흑사병(패스트)이 창궐했을 때도 인간은 교회에 모여 신에게 기도하면서 병을 치유하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교회에 모이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병의 원인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3000년 전 인간의 평균 수명은 40세에 불과했지만 지금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3세에 달하고, 병이 들면 기도하는 대신 병원에 가고, 사회복지제도가 잘 정비되어 가난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도 예전보다 훨씬 적다.

현재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었던 과거에는 다음 생에라도 행복하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지금은 다음 생이 아니라 현재의 생에서 행복을 얻으려고 하는 기대가 크다. 따라서 내세에 대한 관심은 적어지고, 사후의 세계에 중점을 두었던 종교적 신념이나 가치는 크게 줄었다. 젊은 사람들은 주말이면 교회에 가지 않고 교외로 여행을 간다.

이런 까닭에 선진국일수록 전통적인 종교의 쇠퇴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 국가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교회에서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고, 전통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깊이 뿌리박은 유럽에서도 성당이 예배의 공간이 아니라 문화유산으로 남아서 보존되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런데 종교적 신념이 지나쳐 현세에서 인간의 행복을 빼앗고, 전쟁이나 폭력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이나 갈등의 원인이 종교적 신념과 정치가 결합하여 발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자살 폭탄 테러까지 일삼고 있는 극단적 폭력집단의 뿌리에는 이슬람법을 지켜야 한다는 지하드(성스러운 전쟁)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성스러운 전쟁에서 죽는 것이야말로 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믿는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장 폭력적이고, 다른 종교에 대해 매우 배타적인 종교로 이슬람교를 떠올리지만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가르침은 철저한 자기 성찰과 나눔의 실천에 있다. 이슬람은 여섯 가지 믿음과 다섯 가지 실천을 신앙의 기본으로 삼는다. ‘알라’ ‘꾸란’ ‘예언자(무함마드)’ ‘천사’ ‘내세그리고 정명으로 정명은 이 세상은 신이 정해준 운명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은 신앙고백’ ‘예배’ ‘희사(나눔)’ ‘순례그리고 단식을 한다.

풍족한 자가 가난한 자에게 베풀게 하는 이런 교리는 이슬람 국가에서 이자라는 제도가 없도록 하게 하였다. 돈을 가진 자가 돈이 없는 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은 무슬림의 다섯 가지 실천 가운데 하나를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슬림은 순례와 단식 그리고 하루 다섯 차례의 예배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고난을 씻어 내며, 탐욕을 후한 인심으로, 분노를 연민으로, 상실감을 사랑으로 바꿀 수 있는 여유와 에너지를 충전하게 한다. 이런 까닭으로 서구 유럽에서 오히려 무슬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복과 치유 그리고 구원으로 상징되는 과거의 종교는 점차 소멸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자기 성찰과 나눔의 실천, 평화를 통해 모든 생명의 가치가 존중되는 시대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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