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특집 - 강과 인간의 삶 (2)
창간 18주년 특집 - 강과 인간의 삶 (2)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8.22 22:38
  • 호수 8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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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강으로 만들어야
남강 자전거길
남강 자전거길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있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지게 된다. 아무리 화려하고, 거대한 집이라 할지라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강과 하천을 생명의 젖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강과 하천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었다. 인간을 위협하는 뱀들도 하천에 내려와서 물을 마시면서 인간과 함께 공존해왔다. 강과 하천이 파괴되면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따라서 강과 하천의 개발은 최소화해야 하고,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진주 문예회관
진주 문예회관

<진주 남강에서는>

남강은 함양군 남덕유산에서 발원하여 함양군, 산청군을 흐르는데, 산청에서는 '경호강'이라고 부른다. 진주시 남강댐(진양호)을 거친 뒤부터 남강으로 부르는데 서부 경남의 젖줄이라고 한다. 남강은 진주 시가지 가운데를 곡선을 그리듯 지나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연출한다. 시민들의 휴식처와 관광지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둔치가 넓어서 각종 행사와 축제가 자주 열린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까지 진주성을 중심으로 매년 10월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등의 행사가 개최되고, 강을 따라 16km의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어 자전거대행진이나 걷기대회도 수시로 열린다.

강의 상류인 남원시, 함양군, 산청군 일대에 별다른 오염원이 없어서 수질이 좋은 편이었으나 삼면이 남강으로 둘러싸인 상평공단에서 폐수를 방류한 탓에 2000년 초까지 남강 하류의 수질은 6급수로 하락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진주시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여 남강으로 직접 유입되는 생활하수와 오`폐수를 차단하고, 천변에 나무를 심고, 물과 근접한 곳의 돌 틈에는 창포를 심었다.

 

촉석루
촉석루

<남강이 깨끗해지고>

진주시는 자연형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남강의 수질이 좋아지면서 2009년부터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을 위해 친자연형 남강 정비사업을 시작하였다. 하대동 남강 둔치에 야외무대와 운동시설 공사를 마쳤고,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체육시설을 완성하였다. 하대둔치 야외무대는 800석 규모로 계단식 목재 데크 관람석, 장애인 보행로 등을 만들었으며 자전거 거점도시에 걸맞게 남강변 순환 자전거도로를 개설하였다.

2000년부터 시작한 남강 유등축제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한민국 대표축제가 되었고, 2016년부터는 대한민국 글로벌축제로 선정되었다. 2015년에는 유료축제로 전환하였고, 2017년부터는 축제재정자립도 100%를 달성하여 진주시의 재정 지원없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남강에 등을 띄우는 유등행사는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침공하기 위해 캄캄한 밤에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기 위해 등을 띄워서 적의 동태를 확인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2019년 유등축제에서 남강에 38000여 개의 등을 띄웠고, 진주성에는 1700개의 등을 달았다. 남강의 수질이 좋아져 수영대회도 열려 많은 참가자들이 몰렸다.

 

<남강은 남강으로 충분하다>

남강은 진주성이 있어서 더 아름답고 진주성은 남강이 있어서 더욱 웅장하다. 진주성은 임진왜란 때 왜적의 호남 진출을 막아낸 성으로 장성남문 2차 창의로 오천 김경수의 아들 극후, 극순이 이끈 836명의 장성의병이 진주성 싸움에서 모두 전사한 의미깊은 곳이다.

진주성에 촉석루는 광한루,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진주성 맞은 편에서 바라보면 남강과 함께 어우러진 촉석루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촉석루는 진주성을 함락한 왜적들이 자축연을 벌일 때 관기였던 논개가 왜장 에야무라 로쿠스케를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죽은 의암(의로운 바위)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논개는 적장을 안고 강에 투신하기 전에 깍지 낀 손이 빠지지 않도록 손가락에 모두 반지를 꼈다고 하는데 남강의 진주교에는 논개의 반지를 상징하는 고리가 장식으로 부착되어 있다.

남강은 진주성이 있어서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졌고,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서 다른 시설물이나 장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남강은 진주성 하나를 품은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남강 주변은 관광객을 위한 인위적 시설물이 거의 없다. 시민들을 위한 친수공간이 설치되었지만 생태계를 위협하지 않을 정도로 머물러 있다.

남강의 개발을 최소화하면서도 진주를 관광도시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진주성과 촉석루 그리고 논개라는 스토리텔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주성의 역사가 남강에만 있듯이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은 우리 지역에서만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논개가 투신한 의암
논개가 투신한 의암

<생태계 위협하는 친수공간>

성남시를 관통하는 33.1km의 탄천은 1990년대까지 6급수로 생명이 살 수 없는 썩은 강이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생활오폐수 차단을 위해 하수 처리장을 만들어었고, 유용미생물을 방류하여 악취저감에 나섰다. 여울과 어도를 설치하고 수생식물을 심었다.

2017년 환경부 생태하천복원 우수사례 경연에서 최우수하천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6급수에서 2급수 지표종인 은어가 서식하고, 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되었다.

맑은 탄천이 된 뒤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탄천 6곳에 물놀이장을 조성 운영하고 있다. 또한 습지생태원 등 생태체험공간 4곳과 게이트볼장, 농구장, 등 체육시설 19곳과 반려견 놀이터 5곳이 설치되었다.

탄천의 수질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 가운데 하나는 안정적인 유량확보를 위해 한강에서 하루 10만 톤의 물을 탄천으로 흐르게 한 것이다. 기존의 방류관경 300mm500mm로 확대하여 하루 12천톤의 방류량을 10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하지만 친수공간의 확장은 생태적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장성군이 황룡강 생태하천 공사가 끝난 뒤 주변에 척추동물의 종과 서식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친수 공간조성으로 동식물의 서식지를 인간이 점령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친수공간 많을수록 좋다. 수생태 보전 위해 최소한 설치>

경기도 연구원이 20214월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하천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하천 사업을 추진할 때 역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은 수생태 보전 및 복원41.9%, 친수공간 조성 34.2%, 홍수방지 14.4%, 용수 공급 9.2%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9.9%가 친수공간이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으며 28.5%는 필요한 장소에 제한적으로 설치, 30.7%는 수생태 보전을 위해 최소한 설치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거주지 주변 하천에 설치를 희망하는 친수시설은 산책로 72.3%, 분수대 등 조경시설 10.4%, 자전거도로 9.8%, 체육시설 6.7% 순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지방하천 사업은 국토부와 환경부 그리고 행자부가 주관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수해상습지 개선사업, 하천환경조성사업, 고향의강 정비사업 등 치수 및 이수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하천복원사업으로 수질개선 및 생태적 복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행자부는 소하천 정비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국토부도 친수공간 확보 등의 사업을 병행하면서 환경부의 사업과 중복되거나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50년 후 우리나라의 평균 온도는 섭씨 1.8~4.8도가 올라가고, 강수량은 5.5~13.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여름 장마는 역대 최장기간인 54일이었고, 2021년에는 6~7월 장마가 거의 없이 8월 하순에 가을장마가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하천의 친수공간 확보나 하천 주변의 경관 조성은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강의 산책로
남강의 산책로

<보 설치는 더욱 신중해야>

보는 농업용수 또는 생활용수의 이용이 주된 목적이지만 논밭의 감소와 중`소형 관정 개발 등으로 기능을 잃은 보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보는 물을 이용하는 순기능 외에는 생태계의 단절과 토사의 퇴적, 홍수위 상승 그리고 물의 정체로 인한 수질 오염 등의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33900여개의 보가 있는데 이 가운데 방치된 보가 58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2006년 공릉천의 공릉2보를 철거한 뒤 10년이 지난 뒤 보의 철거 이전에 어류가 상류에 8, 하류에는 8종이 발견되었으나 철거한 뒤에는 상류12, 하류 종이 발견되었다. 또한 수위가 1m정도 내려가 홍수 안전성도 높아졌다고 보고되었다.

장성군은 최근 황룡강에 보를 설치하면서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갈수기 때는 물을 가두고, 비가 많이 내릴 때는 보를 여는 방식의 가동보로 설치하였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보에는 어도를 설치하고, 여울을 설치하여 수생생태계 변화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황룡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끝나고 어류와 포유류의 종이 줄어든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종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은 인간이 그들의 공간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인간이 숲을 파괴하고, 숲에 살던 동물들이 인간세계로 오면서 동물들이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비중있게 공감되고 있다. 강과 하천은 경관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야할 공간이라는 인식에서부터 하천개발이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강과 하천의 개발은 더욱 신중하고, 세밀하며 미래의 기후예측 등을 감안하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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