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식재료로 만든 점심 먹고, 숲에서는 ‘힐링’?
중국산 식재료로 만든 점심 먹고, 숲에서는 ‘힐링’?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8.22 22:26
  • 호수 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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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서 나는 농산물로 건강한 음식 만들어 주세요”
초등학생 민호의 ‘용기 있는 제보’ 깊은 울림이 되길
점심 메뉴와 식재료 원산지표시
점심 메뉴와 식재료 원산지표시

저는 장성 ㅇㅇ 초등학교에 다니는 정민호(가명)라고 합니다. 옥에 티라는 말 아시죠? 얼마 전 국립장성숲체원으로 수련회를 다녀왔는데요, 재미있고 다 좋았는데 한가지 잘못된 점이 있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보할 것이 있어서 전화했다는 민호 군의 이야기에서 맨 처음 귀에 박힌 말은 옥에 티.

난생처음 신문사에 제보할 결심까지 하게 만든 옥에 티는 과연 무엇일까.

민호 군은 먼저 사진 두 장을 보내겠다고 했다.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는 거다.

첫 번째 사진은 ㅇ월 ㅇ일 점심 메뉴’, 두 번째 사진은 밥과 국, 반찬 등이 담긴 식판.

민호 군은 얼마 전 저를 포함한 장성 학생들이 참여한 수련회가 진행된 국립장성숲체원점심 식사 메뉴와 음식들이다고 설명했다. 민호 군은 제 또래의 학생 대부분이 그렇듯 이번 수련회를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고, 기대 이상으로 프로그램도 재미있고 선생님들도 친절하시고 열심히 지도해 주셔서 정말 좋았다면서도 신나게 프로그램하고 나면 배가 고픈 게 당연하고, 저와 친구들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먹을 만큼 식판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심 메뉴 식자재 원산지가 표시된 종이를 본 순간, ‘이게 뭐지?’ 싶었고, 배고팠던 게 싹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밥을 제외한 5가지 국과 반찬 중 3가지 메뉴에 들어간 식재료가 중국산으로 표시돼 있었던 거다. 그래서 중국산을 피해 김치찌개와 풋고추 양파 무침만 조금 먹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돈육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는 국내산이었지만 고춧가루가 중국산이니 김치찌개에 들어간 김치도 중국산 고춧가루로 담았을 가능성이 있고 풋고추 양파 무침도 고춧가루 양념이었던 거다. 그제야 밥을 뺀 모든 반찬에 중국산 식재료가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남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지만 식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내가 남긴 음식을 보시고 문제가 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실제 민호 군이 보내준 점심 메뉴사진에는 생선까스 주재료인 청대구와 볶음우동에 들어간 새우살, 배추김치에 사용된 고춧가루 등이 중국산으로 표기돼 있었다.

남겨진 음식
남겨진 음식

민호 군은 얼마 전 중국산 김치 파동도 있었고, 그보다 먼저 쥐가 득실대는 등 비위생적으로 제조되는 중국산 고춧가루에 관한 뉴스를 본 기억이 났다. 무엇보다 장성숲체원은 국립이니 나라에서 운영하는 시설이란 얘기고, 당연히 국산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국산품을 애용하고, 우리 농산물을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나. 국산 식재료는 너무 비싸서 중국산을 쓰는 건가?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개인이 돈 벌기 위해 운영하는 사기업이 아니지 않나. 더군다나 우리가 사는 장성은 농촌이다. 생선까스와 볶음우동 아니라도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얼마든지 영양가 있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숲에서도, 음식에서도 건강을 찾고 힐링할 수 있는 숲체원이 되면 좋겠다고 일침했다.

장성숲체원 관계자는 식당을 운영하는 업체와 국산 식재료 이용이나 맛, 영양 등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협의도 하고 신경을 많이 써 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고 식단가(성인 7천 원, 학생 49백 원)가 낮은 점, 코로나 19 장기화로 업체 상황이 악화한 것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호 군은 국립장성숲체원이 장성을 대표하는 힐링 공간으로 더 유명해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보할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20164월 개원한 국립장성숲체원은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산림교육전문 휴양시설로 산림청, 교육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녹색성장위원회로부터 프로그램 및 기관 인증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민호 군의 요청에 따라 가명을 사용한 점 외에는 민호 군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기사에 담기로 했습니다. 민호 군은 중국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한 것 외에 다른 부분들은 다 좋았다는 것을 꼭 강조해달라고 했습니다. 고심 끝에 다수를 위한 선택을 해준 민호 군에게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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