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8주년 특집 - 강과 인간의 삶
창간 18주년 특집 - 강과 인간의 삶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8.16 17:45
  • 호수 8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아 숨 쉬는 강으로 만들어야
황룡강 옛 모습
황룡강 옛 모습

장성군이 황룡강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로 황룡강을 국가정원으로 조성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 하천을 수변관광자원으로 삼아 각종 시설과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곳은 전국에도 무수히 많다.

하천은 수변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있느냐가 지속가능한 하천 자원의 척도가 된다는 사실을 잊고 하천 둔치 등에 경쟁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하고 있다.

울산 태화강이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울산시민들의 태화강 살리기부터 시작되었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천혜의 순천만이 바탕이 되었고, 태화강은 은어가 돌아오는 생태환경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것이지 인공적인 시설물로 국가정원이 될 수는 없다. 창간 18주년을 맞아 생태하천 조성의 현실과 가능성을 찾아본다.

 

<인간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되었다>

고대인류는 동굴에서 비와 바람 그리고 추위를 피하며 짐승을 잡고, 철에 따라 열리는 과일과 곡류를 채취하며 생활하였다. 그런데 글자를 발명하고, 기록하는 문명이 시작된 곳은 모두 강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인류였다.

강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수원이 되기도 했지만 곡식을 재배할 수 있는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었기 때문에 풍부해진 식량은 더 많은 자녀를 생산하여, 사회적 집단을 이루게 하였다.

어느 도시든 강이나 하천을 벗어나 건립될 수 없었고, 강의 폭이나 유량에 따라 도시의 규모가 정해지게 되었다. 서울에는 한강이 흐르고, 대전에는 대전천이 있으며 전주에는 만경강으로 흘러가는 전주천이 있다. 천년고도 나주는 황룡강에서 흐르는 물이 합수되어 영산강을 이루어 호남의 대표적인 고도가 되었다.

황룡강으로 흐르는 개천에는 오산현이 이루어졌었고, 장성군의 옛 읍지였던 성산은 불태산에서 흘러내린 유탕천과 약수천과 남창계곡에서 흘러내린 황룡천이 있었기 때문에 읍성이 되었다.

강과 하천은 사람이 살아가는 생명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사회적 집단을 이루는 중심이었다.

2020년 장성군 문화원이 펴낸 황룡강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화보집은 1970년대의 황룡강과 2020년의 황룡강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1970년대 황룡강은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며 소통을 하던 곳이며 아이들은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던 곳으로 사람과 강 그리고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2020년 황룡강 변은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고, 많은 시설물과 조형물이 세워져 있지만 강과 사람은 분리되어 있다. 강은 강이고 사람은 사람일 뿐이다.

황룡강 현재 모습
황룡강 현재 모습

 

<생태하천의 허와 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도시의 하천은 공장의 폐수와 생활오폐수로 오염되기 시작하였고, 농촌의 하천은 농약과 생활오폐수(정화조, 세탁기, 부엌 등) 그리고 축사에서 발생하는 분뇨 등으로 인해 발을 담글 수도 없게 되었다.

2000년 이후로 하천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고, 생태하천 복원 사업이 전국적으로 추진되었다.

하천으로 유입되는 오폐수를 차단하고, 하천바닥의 준설,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 천변 수목식재, 수질정화식물(노랑꽃창포 등)식재 그리고 습지의 확대 등이었다. 하지만 하천은 치수 등을 담당하는 국토부와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환경부 그리고 소하천을 담당하는 행자부로 나누어져 우리나라 생태하천 복원은 부처마다 입장이 다르다. 국토부는 하천의 홍수조절과 치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둔치정비, 하천 직강화, 천변 제방축조를 해왔는데 이는 모두 하천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었다.

정부는 하천의 친환경 자연생태계 복원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완전한 의미에서 하천의 생태계복원은 그 어느 곳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이 물에 들어가 멱을 감고, 수영을 하다 물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강이 되어야 강과 사람이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다. 관람하고 바라만 보는 강은 사람과 하나 되는 지속가능한 강이 될 수 없다.

 

<본말이 전도된 하천의 생태복원>

대전시에는 대전천과 갑천 그리고 유등천이 흐르고 있으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비와 시비 4600여억원을 투입하여 푸른 물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가운데 75%3500억원은 5.7km에 달하는 하상도로의 철거인데 이 도로는 1996년부터 2000년까지 건설된 것이다. 불과 20년 만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여 철거를 하게 된 것이다.

나머지 예산은 3대 하천에 탐방로, 자연학습장, 캠핑장 등을 조성하여 하천을 명소화하고, 갑천을 횡단하는 스카이워크 설치, 에코브릿지 생태교육관, 둘레길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전천을 상징하는 목척교를 중심으로 철도청보급창고, 충남도청, 대흥동 성당, 조선식산은행 등 근대문화유산 탐방로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말이 푸른물길 프로젝트이지 하천 주변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느린 전망대에서 본 한반도 모형
느린 전망대에서 본 한반도 모형

대전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핵심은 수변관광자원화 사업이다. 요천은 남원시를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백운산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흘러 남원 도심을 지나 섬진강에 합쳐진다. 남원시가 2019년 요천에 음악분수, 바닥분수, 어린이 물놀이장 등 수경시설과 친수광장을 조성했다. 물론 남원시는 광지천을 살리기 위해 축산폐수의 차단, 오염원 제거, 수질정화식물 식재, 제방주변 나무 심기 등을 통해 수질을 정화하고, 2023년까지 수질변화 조사, 생태계변화, 저수유량 등을 지속적으로 측정해 생태하천의 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심주변의 하천둔치에 시민공원, 주차장, 산책로 등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일은 시민들의 쉼터를 제공하고, 하천 주변을 아름다운 수변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하천은 인간이 동굴에서 나와 삶의 터전을 삼은 중심이고, 그 중심에는 하천에 수많은 수생식물과 곤충 그리고 어류와 양서류, 파충류와 척추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살 수 없는 하천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주 우습제 생태공원
나주 우습제 생태공원

<수생식물과 어류 등 정밀 생태조사부터>

성남 도심을 관통하는 탄천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생활 오폐수 유입 등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성남시는 자연형 하천 조성 사업을 추진하여 오염배출업소 관리, 하수관거 정비 등과 함께 유량을 늘리기 위해 관로를 확장하여 한강 원수의 하루 방류량을 12천 톤에서 최대 10만톤까지 끌어올렸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수생식물 식재, 어도, 여울 설치 등을 중심으로 추진하였고, 해마다 5월과 10월에 하천생태환경 전문가들이 탄천의 상``하류의 15개 지점에서 물속 생물을 뜰채로 채집하여 생물 종과 개체 수를 확인하고 있다. 생물 종의 다양성과 개체 수의 증가는 강과 하천의 건강성을 가름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6급수로 떨어졌던 탄천은 200여 종의 생물과 멸종위기 2급 금개구리, 2급수 지표종인 은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물잠자리, 실잠자리 애벌래도 서식하는 등 1급수로 조사됐다.

하천이 1급수가 되면서 성남시는 탄천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그리고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나주시는 영산강의 생태복원을 위해 하구둑 개방을 통한 해수 유통을 추진하고 있다. 영산강은 우리나라 4대 강 중에 하나로 남도의 젖줄이라고 부른다. 나주 영산포는 뱃길이 이어지던 곳이며 강 주변에 많은 정자와 문화유적으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나주시는 영산강 일부 둔치에 체육시설과 공원을 조성하고 영산강 습지보존과 생태환경 보호에 더 많은 정책을 쏟고 있다.

모든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과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다. 하천은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며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대전 목척교
대전 목척교

<황룡강의 생태지수는>

2018년 황룡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끝나고, 매년 25곳에서 황룡강의 유량과 유속 그리고 수온과 수질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수상세계의 건강성도 조사하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5년과 2020년을 비교하여 보면 포유류는 13종에서 8종으로 줄고, 조류는 48종에서 65종으로 늘었다.

양서류와 파충류는 9종에서 13종으로 육상 곤충은 140종에서 199종으로 늘었으며 법정 보호종(천연기념물)3종이 확인되었다. 수생식물은 2015335종에서 2020355종으로 늘었다.

그런데 담수어류는 201523종에서 20205159월에는 10종으로 줄었다. 이 조사에서 황룡강에 서식하는 포유류와 어류가 생태하천 조성사업 이전보다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에 비해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끝난 뒤에도 수질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황룡강의 수질은 매우 좋음(1급수)에서 약간좋음(3급수)으로 조사되었고, 2020년 조사에서 이와 다르지 않게 나타났다. 한편 2015년에 비해 2020년 황룡강 부유물과 용존산소요구량은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황룡강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효과보다 장성댐 방류량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과 비교하여 2020년 황룡강의 육상곤충과 수생식물은 늘어난 반면 담수어류와 포유류의 종은 줄어들었다. 생태하천 조성사업의 효과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향후 꾸준한 조사와 관찰을 통해 원인을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