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법’ 없는 지방자치법은 ‘반쪽짜리?’
‘지방의회법’ 없는 지방자치법은 ‘반쪽짜리?’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8.16 17:13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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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내년 시행, 조직·예산 독립 안 돼
지방의회 전문성·독립성 보장해줄 ‘지방의회법’ 제정돼야

지난해 129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21대 국회를 통과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을 위해 1988년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새 옷을 입게 된 것. 이를 통해 인사권 독립과 정책 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 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의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지방 의회의 위상 강화가 담긴 지방자치법의 목적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개정을 앞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법률의 근본 취지가 제대로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독립 의회 정립을 위한 지방의회법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직구성권, 예산편성권 없는 인사 독립권은 無效(무효)?>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자치와 분권이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임을 강조하여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 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방 의회의 위상과 역할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됐고, 이는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첫발을 뗐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1989년 지방자치제도 출범 이후 변화한 지방 행정환경을 고려한 지방자치제도의 획기적 개선 및 자율과 책임이 조화된 지방자치 구현을 통해 지방 분권 실현과 헌법기관으로서의 지방 의회 위상 정립을 위한 변화의 시작이라는 큰 의미가 있다. 내년 113일부터 시행될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주요 내용은 첫째, 주민자치 강화다. 주민 참여 기준 나이를 19세에서 18세로 완화하고, 주민투표 제도 개선(주민투표법), 주민소환제도 개선(주민소환법),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다양화 등을 담고 있다. 두 번째는 자치권의 확대다. 국가와 지방 간 사무 배분 시 지방 의견수렴 절차를 제도화했다. 조직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의회 사무직원 인사권을 의장에게 부여하여 의회 인사권을 독립시켰다. 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을 위한 정책 지원 전문인력(의정지원관, ·도는 6급 이하, ··구는 7급 이하)을 기초의회까지 도입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여기에는 의원 개인보좌관화 방지를 위해 조례 제·개정, 행정사무감사, ·결산 등 공적인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에 한정하고 선거 및 지역구 관리 등 의원 개인의 정무적 활동 지원은 불가함을 명시했다. 또 의정비심의위원회 결정 대상(의정활동비, 월정수당, 여비)에서 여비를 제외하고, 법률에 규정한 지방 의회 운영 관련 사항을 조례에 위임했으며, 특별위원회 상설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의회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윤리특별위원회 설치 및 징계 등을 심사할 때 민간위원이 포함된 윤리심사 자문위원회의 의견수렴 의무화와 함께 의원의 겸직 금지 대상을 명확히 하는 등 지방의원의 윤리적 책임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이 획기적인 자치 분권 추진과 주민 참여의 실질화라는 국정 과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은 마을 민주주의의 근간이 될 주민자치회 조항과 의회 조직구성권 및 예산편성권 등이 포함되지 못한 데서 나온다. 의회에 예산편성권이 없어 인사 독립권을 실현하기 어렵고, 입법 지원 인력도 충분하지 않아 반쪽짜리 개정이라는 비판이다.

 

<의정지원관 채용? 예산은?>

기존에는 행정부인 지방자치단체장이 의회 사무직원을 임명했다. 집행부 감시·견제를 위해 의원을 지원해야 할 이들이 집행부 손에 결정됐다는 뜻이다. 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오랜 숙제였고,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장에게 인사권이 부여되는 결실을 얻었다. 또 의원의 공적 활동을 지원하는 의정 지원관도 둘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개정안에 따른 기초의회 인사권 독립이 현 상태로는 반쪽짜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부 전문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길은 열렸지만 정작 예산편성권이 없어 온전한 인사권 행사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직원 정원 수 등을 정할 수 있는 조직 편성권 또한 인건비를 고려한다는 명목으로 지방 의회에 주지 않고 여전히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초의회가 채용하는 정책이나 입법 관련 전문인력의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의원 2명당 한 명꼴로 유급 지원관을 두는 셈이라 확대된 지자체 권한을 감시·견제하기에는 부족하고, 기초의원 개개인의 의정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별도 지방 의회법을 제정해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을 포함해 지방 의회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며, 정책 지원 전문인력 정원과 운영을 지방 의회가 조례를 통해 스스로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유연한 대응으로 지방 의회 미래 준비하는 좋은 예’>

영광군의회는 지난 617일 열린 제258회 제1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강필구 의원이 제안한 지방 의회 독립성 강화와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 의회법 제정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이날 군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지난해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됐지만 개정안의 내용만으로는 지방 의회의 위상 제고와 독립성을 강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라며 진정한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 의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동등한 균형 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방 의회에 제대로 된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방 의회와 지방자치단체 간 상호견제와 권한의 균형을 위해 지방 의회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지방 의회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방 의회법제정 시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동작구의회 최정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치분권 기틀 마련을 위한 지방자치법 시행령개정 촉구 건의안에는 인사 운영의 자율성 보장 현 의회사무국 현원과 별도의 정책 지원 전문인력추가 증원 정책 지원 전문인력의 신분과 운영에 관한 사항 등 지방 의회 조례로 자율 결정 ▲「지방자치법 시행령포함, 정부가 제·개정하는 모든 법령은 자치입법권 침해 불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지방 의회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 보장 조항 신설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조속 개정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안산시의회 의원 연구단체인 안산 지방 분권 의원 연구 모임은 지난달 8일 회의에서 지방자치법 시행령 주요 내용을 공유한 뒤 집행부와 인사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과도기를 거쳐 인사권 독립이 정착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보다 실효성 높은 준비를 위해 집행부와 의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지방자치법 대응 TF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정숙 대표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가와 함께 지방자치법 시행령안을 강독하면서 법의 구체적 적용 측면에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30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으로 지방 의회 활동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유연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지방 의회 미래 준비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나? 역량 강화·자정 노력해야>

개정 지방자치법 시행일이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행안부는 지난 622일 전국 의회사무과 실무담당자를 대상으로 영상회의를 열어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 개정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이후 자치단체 및 전문가 종합 의견수렴(6월 중)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 확정(6월 말) 부처 협의 및 입법 예고(7~8) 법제처 심사(8~9) 국무회의 의결 및 공포(9) 등을 올해 9월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자치 분권의 가속화로 지방정부의 자치 사무와 사업 규모가 날로 커짐에 따라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필요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고, 지방 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의회(의원)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지방 의회의 인사권 독립이 이뤄지면 사무처 직원들은 집행부가 아닌 의회 소속으로 바뀌게 되고, 전출·전입 절차도 1:1 맞교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등 복잡해지는데, 광역 자치단체와 달리 기초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서 인원이 적은 기초의회는 진급이나 인사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광역의회 의원보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기초의원들을 보조하면서 근무해야 한다는 점에도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사무처 직원 개편은 행안부가 지방공무원법 임용령과 지방자치법 시행령 등 세부 법안을 조율해 조직운영 방식과 구조, 직급체계 변경 여부 등 세부 지침을 내려 줘야 가능하다. 이와 별개로 지방 의회 의원들 스스로 공무원이 일하고 싶은 의회를 만들기 위한 역량 강화와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전국동시지방선거보다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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