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아니라 인정과 문화가 오가는 곳으로’
‘상품이 아니라 인정과 문화가 오가는 곳으로’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8.08 23:30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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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대형슈퍼마켓에 밀려 몰락하고 있는 전통시장

5일장. 전통시장이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2006년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기업형 대형유통센터(월마트, 홈플러스, 이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하나로마트, Y마트 등)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의 유통점이 들어서면서 전통시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장성군에는 읍내에 4개의 중`대형 슈퍼마켓이 입점해 있고, 사창과 남면에도 하나로마트가 상권을 장악하면서 전통시장은 더욱 쇄락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농촌에서도 TV홈쇼핑과 전자상거래에 의한 생필품 구입이 크게 늘어나 그야말로 전통시장이 더욱 위기에 처해 있다.

장성군에서 가장 큰 규모인 황룡시장마저 장날에 문을 열지 않는 점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이고, 문을 연 점포도 하루 일당을 벌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상인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전통시장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전통시장의 매력>

런던 버로우마켓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는 파머스마켓으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신선하고 저렴한 농산물과 가공식품(치즈, ,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런던을 찾은 많은 관광객이 버로우마켓을 방문하였는데 시장 주변에는 버로우마켓의 신선한 농산물로 가공한 맛집들이 있어서 관광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발표한 외국인이 선정한 서울의 명소로 경복궁, 창덕궁, 남산타워, 북촌한옥마을과 함께 서울 광장시장과 중부시장이 포함되어 있다.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특징이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등 생활문화가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가 중심이던 때 5일마다 장이 서는 전통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일 뿐 아니라 정보를 주고받는 사교의 공간이었으며 놀이패들 놀이를 즐기는 오락의 공간이 되기도 했다.

정보를 교환하는 사교의 공간이 되기도 한 전통시장은 혼인을 맺는 영역으로도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정보통신이 발달하기 전까지 보통 사방 30(12km) 내에서 이루어지던 혼인의 중심에는 전통시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의 영향으로 농촌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교통이 발달하여 소비 패턴이 도시의 쇼핑몰로 옮겨가면서 전통시장은 큰 위기에 처했다. 2000년 이후로 전통에 대한 향수를 품고 인간적인 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전통시장으로 모아지고, 정부에서도 전통시장 살리기 지원에 나서면서 전통시장은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부활하고 있다.

전통시장이 쇄락하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장옥의 현대화, 주차장 건립,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 등 전통시장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사거리 전통시장에 50억원을 투입하여 장옥을 새로 건립하고 주차장을 확충하였으나 장날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만 시장에 조성한 몇 개 음식점은 장날이 아닌 평일에도 운영하고 있는데 북이면 지역 외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결국 시설 현대화만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은 전통시장다워야 한다>

전국의 많은 전통시장이 장옥의 현대화사업, 주차장 확보 등을 완성했으나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통시장은 장옥, 주차장 등 시설의 현대화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시 소비자를 불러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도시민 소비자들을 위해 잘 포장된 농산물, 가격 정찰제, 신용카드 사용 등과 함께 농산물 이력제를 제시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는 도시 안에 있는 대형마트가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상품만이 아니라 삶을 거래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또한 젊은 층이 좋아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우리의 정서와 향수를 담은 문화`관광 시장이 되어야 한다.

사거리 전통시장에만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시설만 현대화되었을 뿐 사람은 바뀌지 않았고, 내용 또한 과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전통시장이 가졌던 사교와 정보교환, 놀이와 함께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먹거리도 없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가게에는 대부분 젊은 사장이 있게 마련이다. 사장이 젊으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취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상인이 바뀌어야 손님도 변한다>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전통시장의 공통점은 상인회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인대학 등을 통해 계속되는 친절교육, 위생교육, 마케팅 전략 교육 등을 실시하고, 청년 상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빈 점포의 리모델링(지자체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황룡시장은 419개의 점포에 94명의 상인이 있으며 장날 점포를 열지 않는 수는 80~100개에 이른다. 그런데 한 점포를 한사람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 4개의 점포를 한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꼴이어서 20여 명의 상인이 점포를 열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주요 품목은 미곡, 건어물, 잡화, 의류, 채소, 청과, 농기계, 음식 등으로 코로나 이후로 점포를 열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상인의 고령화로 한 달에 2~3회만 점포를 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황룡시장에는 70여 개의 노점상이 있는데 일부 상인은 점포를 닫고 소비자들의 왕래가 잦은노점으로 나와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인들이 점포를 닫고, 노점으로 나와 장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설의 개선 장옥의 현대화가 결코 소비자들의 중요한 선택의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깨끗하고 편리한 시설 이용을 바라지만 그것만으로 전통시장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상인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도시민들이 찾고자하는 전통시장의 정과 문화가 흘러야한다는 것이다.

장성군은 시설현대화 사업과 빈점포 반납을 권유하여 다양한 품목이 입점하도록 유도하며 야간 주말시장, 청년몰, 프랜차이즈 창업 등 테마형 전통시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상인회 내부의 합의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특색을 가져라>

담양읍 전통시장은 한 때 죽세품 시장으로 전국에 알려진 시장이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제품이 밀려오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활용품이 죽세품 시장을 몰락하게 만들었다.

2002년 장옥의 현대화, 주차장 조성 등을 하였고, 2009년 건물 리모델링과 시설환경 개선사업을 완성하였으나 시장활성화를 이루지 못했다. 담양군은 사업비 120억원을 투입해 지상 3, 지하 1층 규모의 루프탑 가든형 복합상가로 재건축한다. 시장 기능은 물론, 청년상인 육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담양군은 죽림원과 메타프로방스를 찾는 관광객을 시장과 연계하여 새로운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죽물시장에서 관광형 시장으로 변화를 갖겠다는 계획이다.

남원의 남원공설시장은 1392년에 시작된 시장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가운데 하나이며 제기(제사용 목기)와 전통 담금질로 만든 식칼 등이 유명한 시장이다. 지리산과 가까이 있어서 산나물, 약초 등도 주요 거래 품목 가운데 하나였다.

8개동으로 구성된 376개의 점포에 상인회원만 170여명에 이른다. 장날에는 농촌에서 재배하였거나 산에서 채취한 나물 등을 노점에서 판매하는 아주머니들이 많다. 특히 전통순대국밥 외에도 추어탕, 산채 한정식, 민물 매운탕 집 등이 시장 주변에 있어서 시장 구경과 함께 맛집 여행으로도 많이 찾고 있다.

특히 상인들의 교육과 소통공간으로 조성된 상인문화센터와 문화센터, 요리공방 등이 있어서 상인들의 마인드 변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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