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품은 木, 노거수(老巨樹)를 찾아서 2
시간을 품은 木, 노거수(老巨樹)를 찾아서 2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8.08 23:12
  • 호수 8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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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하면 단전리 느티나무

<노거수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그늘을 제공하고 바람을 막아주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어 왔고, 축제를 열고 동제(당산제)를 지냄으로써 주민 간의 화합과 단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민속신앙의 대상이자 마을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함께하는 동반자이면서, 마을 어귀나 중심부에 위치해 고유한 경관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한 그루의 나무이기 이전에 마을의 상징이면서 그 마을만의 문화를 간직한 노거수. 장성군민신문은 시간을 품은 , 노거수(老巨樹)를 찾아서를 통해 현재 보호수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노거수를 연중 기획·취재해 주민들의 관심과 보호 의식을 일깨우고자 한다. 노거수가 품은 시간을 함께 따라가 보자.>

 

*동제(洞祭)-마을의 수호·안녕·풍요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민간의례의 하나.

*보호수-장성군은 234주의 노거수를 보호수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478>

20m, 줄기 둘레 10.5m. 단전리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느티나무다. 수령은 400년을 훌쩍 뛰어넘고, 1998년 전라남도기념물 제170호로 지정됐다가 200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크기만큼, 세월만큼, 켜켜이 쌓인 이야기도 많을 터.

 

단전리는 임진왜란 직후에 도강김씨(도강은 전남 강진의 옛 이름) 가문이 일구고 살아온 오래된 집성촌이다. 김충로가 마을을 일으키는 중심 역할을 했는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무공을 세우고 전장에서 산화한 형 김충남 장군의 넋을 기리고자 마을 들녘에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얼마 뒤, 나무를 심은 김충로도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잃었고, 장군 형제의 넋이 담긴 들녘의 느티나무를 사람들은 그때부터 장군 나무라고 불렀다. 전쟁이 휘몰아친 1950년 이전까지는 마을 사람들이 적어도 한 해에 한 번, 음력 정월 초닷샛날 나무 앞에 모여 장군 형제의 넋을 위로하고, 무병장수와 풍년을 소망하는 당산제를 지냈다. 당산제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에 농사의 동반자인 소와 말을 위한 제물로 짚, 콩 등을 가져다가 느티나무 주위에 뿌리면서 소와 말의 건강과 풍농을 비는 우마제(牛馬祭)를 먼저 지냈다.

제를 지내기 사흘 전부터 화주(化主)의 집과 마을 입구, 당산에 금줄을 쳐서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당산제 당일 화주와 축관은 대소변 뒤에 반드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었으며, 마을 사람들 역시 당산제 앞뒤로 사흘 동안 어육을 먹지 않는 등 금기를 지키고 예를 갖췄다.

나무 아래에는 서귀정(瑞龜亭)’이라는 아담한 정자가 있어 지나는 객들도 장엄한 나무 아래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김태원 씨
김태원 씨

느티나무를 보기 위해 단전마을을 찾은 4일 오전, 마을 어귀에서 김태원(84) 할아버지를 만났다. 김 할아버지는 “20~30년 전까지만 해도 느티나무 아래서 제사를 지냈지. 마을에서 제일로 깨끗헌 사람이 목욕 먼저 하고 제를 올리지. 장구허고 꽹가리도 치고, 음식도 차리고, 산에서 나무 베어다가 불도 피우고, 동네가 떠들썩했었지. 근디 지금은 제사를 지내고 싶어도 못 지내. 마을에 남자가 몇 안돼. 나도 정월 보름날 목욕재계하고 조상님들께 우리 마을 평안하게 해 달라고 제사 지냈었어. 그래서 그런지 우리 마을은 진짜로 큰 병 있는 사람 없고, 우환 있는 집도 없고 이제껏 잘 살았제라고 추억했다.

단전마을 느티나무는 한국의 아름다운 노거수의 저자 김대수 씨가 4년 동안 발로 뛰며 이 땅의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에 대해 써 내려간 기행문의 대한민국 국가대표 노거수 66그루 가운데 내 마음의 나무에도 이름을 올렸다.

6.25전까지만 해도 약 70여 호 되는 큰 마을이었던 단전마을은 지금은 22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 됐다. 그러나 마을을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의 웅장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엄하고 또 장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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