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에 자치입법권을 부여한 것이다. 지자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하는 자치입법의 하나로, 지방의회의 의결로 제정되는 것이 조례다. 지자체 구역 안에서만 효력을 갖는 조례는 지자체장, 지방의원, 그리고 주민 발의로 제·개정된다. 지역 실정에 맞게 잘 만든 조례는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발하고 참신한 조례들을 만나보자.
“조례 속 일본 잔재 퇴출”
‘서울특별시 자치법규 일본식 표현 일괄정비 조례안’을 대표 발의(2019년 8월)한 서울시의회 김인제 의원은 “총 642건에 달하는 서울시 조례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202개의 조례에서 ‘기타(其他)’, ‘당해(當該)’, ‘부의(附議)하다’ 등 대표적인 일본식 표현이 대거 발견되어, 이를 시민 눈높이에 맞게 변경하기 위해 조례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제강점기 일본법의 도입 등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서울시 조례에 남아 있는 어색한 일본식 표현이 알기 쉬운 우리말이나 통용되는 한자어로 순화됐다. 예를 들면 ‘기타(其他)’는 ‘그 밖에’, ‘당해(當該)’는 ‘해당’, ‘부의(附議)하다’는 ‘부치다’로 바뀐다. 김 의원은 “조례안 발의를 계기로 향후 서울시 조례뿐 아니라 서울시 규칙, 훈령 및 예규를 포함한 서울시가 생산하는 모든 공문서에서 일본식 표현이 영구 퇴출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의회는 2020년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교육·학예에 관한 조례 일본식 표현 일괄정비 조례안’ 역시 통과시켰다. 서울시 교육청이 운용하고 있는 교육과 학예에 관한 조례 116개 중에서 30개가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 서초구는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어를 정비함으로써 행정 용어에 있어 바람직한 표준어 사용을 확대하고 구민이 자치법규의 용어를 이해하기 쉽도록」 ‘지참·조퇴’는 ‘지각·조퇴로’, ‘게기’는 ‘규정’으로, ‘현금 불입’을 ‘현금 납입’으로, ‘일부인’을 ‘날짜도장’으로, ‘구좌’를 ‘계좌’로 변경하기도 했다.
장성군은 2020년 12월 24일 ‘어려운 한자어, 한자어·일본어 형식 등 개정을 위한 장성군 지방공무원 제안 규칙 등 일부개정규칙’을 시행하여 ‘사기 양양’을 ‘사기 드높임’으로, ‘도로폭원’을 ‘도로너비’로, ‘전대’를 ‘다시 대여’로, ‘주서’를 ‘붉은 글자’ 등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