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품은 木, 노거수(老巨樹)를 찾아서 (1)
시간을 품은 木, 노거수(老巨樹)를 찾아서 (1)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7.25 21:32
  • 호수 8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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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면 산동리 새말마을 은행나무

<노거수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그늘을 제공하고 바람을 막아주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어 왔고, 축제를 열고 동제(당산제)를 지냄으로써 주민 간의 화합과 단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민속신앙의 대상이자 마을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함께하는 동반자이면서, 마을 어귀나 중심부에 위치해 고유한 경관을 만들어주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한 그루의 나무이기 이전에 마을의 상징이면서 그 마을만의 문화를 간직한 노거수. 장성군민신문은 시간을 품은 , 노거수(老巨樹)를 찾아서를 통해 현재 보호수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노거수를 연중 기획·취재해 주민들의 관심과 보호 의식을 일깨우고자 한다. 노거수가 품은 시간을 함께 따라가 보자.>

 

*동제(洞祭)-마을의 수호·안녕·풍요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민간의례의 하나.

*보호수-장성군은 234주의 노거수를 보호수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당신을 기억할 수 있다면3년간 잎을 피우지 않겠습니다

진원면 산동리 새말 마을 북쪽 청계정(淸溪亭, 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97. 1984229일 지정) 앞마당에는 수령이 400년에 달하는 은행나무가 있다. 지정번호 15-19-2-10. 풍치목(風致木, 자연의 멋스러운 정취를 더하기 위하며 심는 나무)으로 흉고직경(胸高直徑, 나무의 뿌리부터 보통 사람의 가슴 높이인 1.3m 되는 부분의 나무줄기 지름)이 매우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1982123일 보호수로 지정됐다.

 

청계정은 조선 명종 1(1546)에 박원순(朴元恂)이 지은 정자로, 정면 2, 측면 2칸의 기와를 얹은 팔작지붕 건물이다. 박원순은 하서 김인후의 제자로 성리학을 공부하고 진사시에 합격하였으나, 당시 나라 정세가 부정한 이들이 득세하여 벼슬길을 저버리고 고향에 돌아와 산동 어귀에 정자를 짓고 제자들을 가르치며 지냈다. 당시 청계 박원순 선생이 손수 은행나무를 심고 정자 앞에 큰 방죽을 파고, 화단에는 백일홍을 심어 정원을 만들어 하나의 별장을 이루었으며, 거기에서 벗들과 더불어 시를 읊고 고향의 풍속을 바르게 하는 데 힘썼다고 한다.

그런데 청계 선생이 심고 가꾼 은행나무와 관련하여 놀라운 일화가 전해오고 있다. 선생이 별세하자마자 그렇게 많이 피던 은행잎이 하나도 피지 않고, 항상 샘솟던 방죽의 물도 모두 발라버렸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놀라움 속에 세월이 흘러 선생의 3년 상을 마치고 나니, 그때부터 다시 은행잎이 피고 방죽도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선생의 기품이 곧고 청백하였고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몹시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무와 물까지도 감화되어 선생의 죽음을 슬퍼하며 3년의 세월 동안 선생을 기억하고 기렸다고 풀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처럼 아름다운 일화를 지닌 은행나무와 은행나무가 자리한 청계정이 새말 마을 주민들에게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있었다. 마을의 자랑이어야 할 문화재자료와 보호수가 어째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을까. 다음 호 청계정과 은행나무는 잘못이 없다제하의 기사에 그 이유와 사연을 싣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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