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처다부제도 허용?
일처다부제도 허용?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7.04 13:59
  • 호수 8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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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27일 남아공 정부가 일처다부제를 합법화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은 뒤 보수진영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은 동성결혼은 물론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어서 성평등 차원에서 일처다부제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제안 이유다.

일부다처제는 현재도 이슬람 국가와 일부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으며 100여 년 전까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일부다처의 풍습이 남아있었다. 일처다부제는 지금도 티베트, 네팔, 남부 인도의 도다족 등에서 볼 수 있는데 여성의 성비가 남자보다 매우 낮거나 남자가 행상으로 오래 집을 비우는 특수한 사정이 일처다부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예전에 티벳에서 일처다부혼은 반드시 한 명의 여성이 여러 명의 형제와만 혼인해야 했지만 인도에서는 반드시 형제가 아니어도 무방했다. 일처다부혼은 원시사회 모계사회와 닮은 점이 많다. 인류학자들은 사람이 농경사회 이전에 수렵채취를 할 때는 혼인이라는 제도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의 자식인지가 중요하지 않았으며 아이의 양육도 공동의 몫이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일처다부제 사회에서는 여러 명의 남편 가운데 한 사람이 사회적 아버지로 정해지는데 형제혼일 경우에는 큰아들이 사회적 아버지가 된다. 일처다부제는 비록 여성이 여러 명의 남성과 혼인을 하지만 모계사회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모계사회의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데릴사위는 처가의 성씨를 따르는데 고이즈미 준이치 전 일본총리의 아버지는 사메지마 준야로 고이즈미 가문에 들어가면서 성씨를 고이즈미로 바꾸었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형제임에도 성씨가 다른데 그들의 아버지 기시 슈스케가 사토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두 형제가 각기 친가와 외가의 성씨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모계사회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었지만 부계사회에 비해서는 드문 편이다. 현재는 중국의 모수족이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면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촌장만은 남성이 맡고 있다. 모수족을 비롯한 모계사회의 특징은 여성이 경제권 뿐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이 남편을 두고도 다른 남자와 혼인을 하거나 현재의 남편과 이혼하는 것도 여성의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어찌 되었든 선사시대의 유적지를 분석하고 인류와 비슷한 포유류나 유인원을 관찰한 결과 원시사회에서는 양성이 평등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인류학자들의 보편적 견해다.

농경사회로 진화하며 움막을 짓고, 가정을 이루면서 부계사회가 정착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힘과 지혜가 있는 남성 부족장이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면서 부계사회는 더욱 확고해졌으며 남성 중심의 가족 형태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남성 중심의 부계사회는 원시사회에서 존재했던 성평등이 무너지고,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수십 년 사이에 남녀의 성평등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호주제도가 폐지되면서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의 뜻을 따르며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에게 의지한다는 삼종지도의 유교적 가족관이 법적으로 사라졌다.

부부가 이혼한 뒤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 중에 하나였고, 심지어 어머니가 재혼한 뒤 자녀의 성을 재혼한 남편의 성을 사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일처다부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유전자 검사를 해서 누구의 자녀인지 확인해야 되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원시사회에서는 아버지가 누군지 따지지 않고 모든 구성원의 자녀라고 여기며 공동으로 육아했다고 한다. 침팬지 종류인 보노보 원숭이는 어미 원숭이가 죽으면 새끼원숭이를 다른 원숭이가 입양하여 기른다고 한다. 또한 보노보 원숭이는 갈등이 생기면 싸우지 않고 서로 애무하며 화를 푼다고 한다. 일처다부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가족제도임에는 틀림없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혼인제도 자체가 의미없는 사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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