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자격시험만으로는 안된다
공천자격시험만으로는 안된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6.23 11:45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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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기초자격시험을 적용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대표는 기초적인 자료해석 능력, 표현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독해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대표의 공천자격시험 적용은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지방의원 등을 조준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특히 지방의원으로 실천해 가야 할 공적 역할보다는 지역 유지로 행세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에게 줄을 대는 풍토를 사라지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대표에 이어 민주당 이동학 최고위원도 개혁경쟁은 불가피하다. 지방의원 공천과정에서 정책토론회와 연설을 통해 당원들이 실질적인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부동산문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의 태풍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전남도당김승남 위원장은 전남도내 기초자치단체장과 도의원 그리고 기초의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실시해 투기 및 비리 의혹이 소명되지 못하면 공천 신청 서류를 받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병역기피, 세금탈루, 성범죄, 음주운전 등이 공천배제의 중요항목이 되었으나 2020년 지방선거에서는 부동산투기 등이 공천배제 항목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천자격시험 통과와 부동산 투기 등 공천배제 항목만으로 공직자의 공천을 결정하는 것으로 공천개혁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조선시대에 관리로 등용되는 길은 과거시험이라는 제도와 함께 부모 또는 조부모의 벼슬에 따라 과거에 합격하지 않아도 관리에 임명되는 음서제도 그리고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하거나 청렴하고 학행에 모범이 되는 사람을 천거하여 벼슬을 주는 방법이 있었다. 특히 지방관리로 임명한 사람 중에는 효행이나 학행(청렴)으로 임명된 사람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시대는 비록 달라졌지만 바른 품성과 태도를 가진 사람을 관리로 등용한 조선시대의 사례는 거대 정당이 선출직 공직자를 공천하는 중요한 자격 조건 가운데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북 교육청은 2020년 사무관 심사승진 대상자 89명을 대상으로 인성평가를 실시해 품성과 태도, 인간관계, 리더십 등 관리자로서 갖추어야할 10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심사에 반영했다. 또한 세금체납과 교통법규 위반 등 기초질서에 대한 준법 실천 여부를 따져 그렇지 못하면 감점 제도를 반영해 70점 이상을 얻지 못하면 승진에서 제외했다.

이준석대표는 기초자격시험을 통해 선출직 공직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나라를 망하게 하고 지역을 피폐하게 한 것은 무능한 지도자의 탓이 아니라 부패한 권력자들의 탐욕 때문이었다. 공직 후보자의 검증은 능력이 우선이 아니라 바른 품성과 이웃과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과 실천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매천야록]에 의하면 구한말 관찰사 자리는 10만원~20만원, 특급지역의 군수자리는 5만원에 매매되었으며 고종의 외척인 민영환도 장인을 광양군수로 보내기 위해 고종에게 5만원을 상납했다고 기록되어있다. 당시 중견 관리의 월급이 30원이었으니 그 금액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으며 조선의 멸망은 바로 매관매직 때문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매관매직 사범에게는 최고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엄중한 처벌을 하고 있다. 매관매직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반역죄와 같은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 후보자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품성이다.

세종대왕이 위대한 임금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한글을 창제하고, 과학을 발달시켜서가 아니라 그가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기 때문이다. 또한 임금의 뜻을 헤아린 고을의 현감은 자식이 없는 노인과 가난한 과부, 부모를 잃은 고아와 심지어 혼기가 지났어도 결혼하지 못한 백성이 없는지 살피고 구제하는 일을 중요한 과업으로 여겼다. 주민들을 자신의 사욕을 챙기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중앙정치가 해야할 일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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