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보니 이가 다 빠져 있더라”
“깨어보니 이가 다 빠져 있더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5.24 22:00
  • 호수 8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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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장성군 5.18 유공자회장

197912.12쿠데타로 사실상 권력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는 19803월 개학과 함께 대학생들의 민주화 시위가 더욱 확산되자 19805180시를 기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모든 대학을 봉쇄했으며 김대중 전대통령을 비롯한 민주인사들을 강제로 구금하였다.

519일 오전 당시 47세였던 김명진씨는 현재 롯데백화점 자리에 있던 광주고속 전세버스 주차장에서 라이온스클럽 조끼를 찾아 임동파출소 부근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 때 요한병원 쪽에서 군인들이 여러 명의 학생들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곤봉으로 구타하는 모습을 본 김명진씨는 군인들에게 항의하며 이를 말리려고 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김씨는 깨어보니 집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그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앞니는 다 빠진 상태였으나 계엄령하에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겨우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먹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해야 했다.

김명진씨는 장성군 진원면에서 지주의 무남독녀 외아들로 자라며 유복한 생활을 했다. 진원초등학교를 수학하고 광주서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과 함께 봉사활동에도 관심을 가져 서광주라이온스클럽에 가입하며 활동했고, 1980518일 라이온스클럽회원들과 해남으로 야유회를 갔었다. 그런데 계엄령이 확대되어 광주 상황이 심각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전세버스로 돌아왔는데 버스 안에 라이온스클럽 조끼를 두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다음날 라이온스클럽 조끼를 찾기 위해 집(임동)을 나섰다가 의협심이 발동하여 일어난 사건이 그가 겪은 5.18의 상처이다. 그는 앞니가 빠지고, 얼굴이 부어 한참 동안 밖에 나가지 못했고, 많은 희생자와 함께 광주시민들은 계엄군에 의해 피로 짓밟히게 되었다.

 

<부패방지 10만 국민감시인단 중앙회장에 취임한 김명진씨>

김명진씨는 부인과 사별한 뒤 고향인 진원면으로 돌아와 70여년 전에 일구어놓은 4천여 평의 감나무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건달 농사꾼이라고 부르는 김씨는 돈 버는데는 도통 관심이 없다.

2019928일엔 국민권익위원회 산하인 [부패방지 10만 국민감시인단] 전국중앙회장에 취임하여 반부패 분위기 조성, 청렴인 발굴, 공직자의 공정 업무 감시 및 장려활동에 나서고 있다.

올해 88세인 김명진회장은 아직도 열정이 넘치는 청년이다. 광주 5.18 유공자회 고문이기도 한 그는 유공자회원 가운데 최고령으로 수년 전에는 북이면 조양리에 2300여 평의 땅을 사서 유공자회원들이 노년에 몸과 마음을 쉴 공간으로 만들기를 희망하고 있다.

5.18 단체가 둘로 갈라져 이익을 좇는 집단으로 보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그는 어느 단체든 이익을 좇기 시작하면 본말이 전도된다며 돈 때문에 다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개최한 장성군 5.18기념행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5.18행사가 5.18과는 무관한 엉뚱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유공자들을 들러리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석한 10여 명의 유공자회원들의 소개도 없이 기관장과 사회단체장의 생색내기 민관합동 행사라는 비판은 그날 행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유공자회원들의 이구동성이었다.

김명진 회장이 5.18을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투철한 국가관과 애국심그리고 나눔과 배려였다.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앞치마에 쌀을 담아 퍼다 주었던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5.18의 정신도 민주주의에 기반한 애국심 그리고 나눔의 정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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