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푸드’ 아로니아가 ‘뽑아낼 작목’ 1순위?
‘수퍼푸드’ 아로니아가 ‘뽑아낼 작목’ 1순위?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5.17 22:00
  • 호수 87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잉생산·생과섭취 어렵고 저렴한 분말 수입까지
아로니아 농가 절반 넘게 폐원, 앞으로 향방은?
아로니아 농가 페원 지원
아로니아 농가 페원 지원

한동안 유행했던 아로니아는 지금 주변에서 적지 않게 사라졌다. 아로니아가 TV를 통해 소개된 것은 2013년경,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후 아로니아는 블루베리와 함께 눈에 좋고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농가에 고소득을 안겨주는 작물로 영광을 누렸다. 귀농인을 비롯한 많은 농가가 비교적 재배가 쉬운 아로니아를 작목으로 선정했고, 농업 기관에서도 아로니아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아로니아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뽑아낼 작목 1순위가 되었다. 이유는 과잉생산이었다. 외국산 아로니아 분말이 밀려 들어왔고, 가격은 형편없어졌다. 수퍼푸드로 이름을 날리던 때 1kg4~5만 원대였던 것이 점점 하락해 현재는 1kg1천 원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폴란드산 분말이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되자 국내산 아로니아 가격이 폭락했다. 더군다나 생과가 아닌 분말로 수입품이 들어오니 FTA 피해보전 직불제에도 빠져 보상받을 길도 없다. 한 농민은 우리나라는 주어진 국토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중국보다 20배나 높다. 따라서 재배할 작물을 선택할 때는 수출이 가능한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작물도 10년이면 과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요즘은 돈이 된다는 소식에 모든 농업인이 일시에 재배에 뛰어들기 때문에 판로가 다양하지 못하면 그 작목은 무너지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FTA 피해보전 직불금 지원 대상서도 제외

아로니아는 지난 2013년쯤부터 이른바 슈퍼푸드로 인기를 끌면서 전국의 많은 농가가 생산에 뛰어들었다. 이후 소비가 줄면서 가격이 폭락했는데, 농민들은 한-EU FTA 체결 뒤인 2015년부터 폴란드산 아로니아 분말을 수입한 게 원인이라며, 정부에 FTA 피해 보전 직불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생과와 가공품의 대체 관계는 간접적이고, 가격 폭락은 소비 감소 탓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농민들은 소송까지 냈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진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로니아 분말 수입량과 생과 가격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농식품부의 직불금 지급 거부 처분에도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봤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던 농가들은 폐업을 고심하고 있다.

아로니아 농가 폐원을 지원해주는 지자체가 생겨날 정도로 국내 아로니아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과로는 섭취가 어려워 다른 과일처럼 소비되지 않는 아로니아. 동결건조과정을 거쳐 분말로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톤당 3백만 원 가까운 비용 탓에 아로니아 생과 가격 하락은 곧바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로니아는 중세 유럽에서 왕족과 귀족이 만병통치약처럼 아로니아를 즐겨 먹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열매는 물론이고 줄기와 잎도 먹을 수 있다. 열매는 갈아서 주스로 마시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며 아로니아 꽃으로는 꿀을 만들기도 한다. 잎은 차나 효소를 담을 수도 있고 가지는 우려내 물처럼 음용하는 등 아로니아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들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끝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만 해도 100여 농가에 육박하던 장성군 아로니아 재배 농가는 2020년 기준 40여 농가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폐원이 확인된 농가를 기준으로 한 통계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2018년부터 베리류 육성책의 일환으로 아로니아 생산 농가를 대상으로 분말 가공에 소요되는 수수료의 20%를 보조해주는 아로니아 동결건조분말 가공비 지원사업과 베리류 과원 확대를 위해 묘목과 과수 시설 등을 지원하는 특용작물 특성화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2019년에는 국비 지원을 받아 아로니아 농가 35곳의 폐원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육성사업과 폐원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나마 ha6백만 원 정도의 작업비와 묘목대 등을 지원하는 폐원지원사업은 2019년 한해만 시행됐고, 이제는 지원 계획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아로니아, 이제 어디로 갈까?

장성군아로니아연구회 정승엽 총무는 점차 폐원하는 농가가 늘고 있고, 지난해와 올해만 30%가 폐원한 것 같다면서도 아로니아의 우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놓지 못하고 있는 연구회원을 비롯한 농가들이 장성 아로니아의 명맥을 잇고자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아로니아의 쓴맛을 희석하고 기능성을 보강한 제품으로 소비자 선호도를 높여야만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구회가 2년 전 개발한 제품이 아로니아와 유산균을 결합한 아로니아 생 유산균’. 장성 새싹인삼이나 복분자와 접목한 제품도 연구 중이다. 정 총무는 초창기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지금은 효과와 성능을 아는 단골들만 주로 찾는 신세가 됐다이러한 흐름을 인정하고, 신제품을 지속해서 개발해서 소비자들이 다시 아로니아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다고 덧붙였다. 아로니아가 슈퍼푸드로 주목받던 그 시절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정승엽 총무의 묵직한 한마디 한마디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보여주고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라남도 장성군 영천로 168 3층
  • 대표전화 : 061-392-2041~2042
  • 팩스 : 061-392-24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동빈
  • 법인명 : (주)주간장성군민신문사
  • 제호 : 장성군민신문
  • 등록번호 : 전남 다 00184
  • 등록일 : 2003-07-04
  • 발행일 : 2003-08-15
  • 발행인 : 류이경
  • 편집인 : 변동빈
  • 장성군민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장성군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snews1@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