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카카오톡
엄마의 카카오톡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1.05.09 21:34
  • 호수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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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실/ 장성군립중앙도서관 문예창작반

엄마는 전화하여 대뜸 웃기부터 하신다.

엄마 카카오톡 보셨구나?” 하니

. 어찌 나까지 생각한다니하신다.

그러게. 김 서방이 그걸 보더니, 장모님네도 하나 해드리라고 하대요. 재료 주문해 놓았으니까 만들어서 가져다드릴게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요즘 프리저브드플라워를 배운다. 일명 천일화라고도 불리는 꽃이다. 꽃을 보존 용액에 담가 놓았다가 바람에 건조하면 오래되어도 생화 같은 느낌으로 천일을 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건조된 천일화꽃 위에 LED 조명을 둘러 예쁘게 조명 작품을 만들었다. 불을 켜면 여린 불빛이지만 어둠과 화합하여 은은하게 밝혀주는 아담하니 예쁜 조명이다. 환하게 웃는 여배우의 불그스레한 볼을 닮은 빨간 장미가 여린 불빛 속에서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조명이다. 나는 이렇게 만든 LED조명을 가지고 와서 남편에게 자랑하였고, 남편은 장모님께도 하나 해드리지!” 했다. 나는 얼른 사진을 찍어서 엄마의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엄마는 바로 보지 않으시고, 오늘 아침에서야 확인하고 전화를 한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보낸 사진을 보고 예쁘게 만드는 딸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또 당신을 생각하는 맘이 고맙게 느껴지는 웃음을 웃으신 것이다. 나는 그 웃음소리에서 엄마의 행복해하시는 마음을 느꼈다. 엄마는 행복한 웃음 하나로 모든 말을 대신하고 전화를 끊었다.

엄마는 팔십이 넘은 연세에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었고, 그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배우셨다. 글을 많이 써보고 자란 우리 세대들도 오타가 나기도 하고, 쓰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쓰지 않는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엄마는 늦은 연세에 카카오톡 사용법을 배우시고, 자식들과의 소통을 시작하신 것이다. 우리는 엄마가 글을 읽을 줄 아시니 당연히 쓰는 것에도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엄마는 가끔씩 철자법이 틀렸고 글씨를 잘 모른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카카오톡을 하기 위해서 엄마는 글씨 쓰기를 다시 시작하셨다. 간절해지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법이다. 엄마는 열심히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간혹 찾아뵙게 되는 날이면 예쁘게 써 내려간 노트를 수줍게 내미셨다. “잘 쓰셨어요칭찬하면 수줍은 듯 행복한 미소를 짓곤 하셨다. 그러던 분이 이제는 카카오톡을 통해 자주 소통을 하신다. 직접 전화하는 게 편하겠지만 그래도 자식들에게 돌아가면서 카카오톡으로 떠듬떠듬 몇 글자 씩 적어 안부를 물어보는 것에 재미 있어 하신다. 그래도 딸들보다는 아들들에게 보내지는 횟수가 더 많을 것이다.

요즘은 소통의 대부분을 카카오톡으로 하게 되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안부를 묻는 이모티콘과 사진이 몇 장씩 올라와 있거나, 간단한 아침 인사를 적는 것으로 소통을 시작한다. 대면하기 힘든 코로나19 상황에 카카오톡의 소통마저 없었다면 삶은 더 삭막하여졌을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은 사진을 쉽게 보낼 수 있음에 사진으로 대신할 수 있는 대화에는 카카오톡을 하게 된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 식탁 위를 장식하는 반찬이나, 여행 가서 보게 되는 예쁜 풍경이라든가, 요즘 하는 농사일은 이러하다며 사진을 통해 카카오톡으로 소통을 하게 된다. 엄마가 치매 예방 차원으로 하시는 4,000개짜리 퍼즐의 현재 상황을 사진 찍어 보내주시면, 나는 대단해요라는 글자와 최고라는 이모티콘으로 화답해 준다. 엄마는 그 문구만으로도 행복해하실 것이다. 전화처럼 오래 붙들고 있지 않아서 좋고, 바로 확인 안 하고 나중에 보고 답해도 되니 요래조래 좋은 점이 많은 카카오톡이다. 나는 남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사진 찍어 엄마의 카카오톡으로 보내게 되었고, 오늘 이렇게 엄마의 행복한 웃음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이런 소통의 소중함을 아시기에 엄마는 팔십이 넘은 연세에도 글자를 배우셨고, 카카오톡을 시작하셨을 것이다. 나는 그런 엄마가 자랑스럽다.

가끔은 생각한다. 어릴 적에 T.V가 처음 나왔을 때 우리는 할머니를 놀리곤 했다. 오버 랩 되는 장면이나 12역 하는 장면에서 쌍둥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할머니는 어찌 저리 똑같다니하시면서 속으셨고, 그 모습이 재미있어 자주 놀렸던 기억이 난다. 또 외화를 보면서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서 어찌 이 사람과 저 사람이 같을 수 있지?’ 하면서 의아해하고 답답해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 나이에 들어서 보니 알겠다. 쏟아져 나오는 비슷비슷한 걸 그룹이나 남자 아이돌 그룹 얼굴들이 다 같아 보이고 구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다 나도 답답한 할머니가 되는 건 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외할머니 세대보다 더 급박하게 변해 가는 기능들을 어찌 알아 가고 대처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핸드폰의 기능은 다양해져 가는데 그 십분의 일도 모르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였지만, 요즘에는 눈 깜빡할 사이에 변하는 것 같다. 이 변해 가는 시대에 적응하여 살려면 엄마처럼 배우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틀려도 자꾸자꾸 해보는 도전정신으로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어졌다.

 

-생거진천 제28회 포석 조명희 전국백일장 참방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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