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는 안양시에서 배우다.
3.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는 안양시에서 배우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4.11 22:06
  • 호수 8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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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전문 도서관 '파빌리온'
건축전문 도서관 '파빌리온'

2000년대 들어 기초자치단체에서 경계지역이나 중심지역 그리고 특화하고자 하는 지역에 상징조형물의 설치가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2004년 안양공공예술추진기획단 구성과 2007년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의 발족 그리고 2007년 포항시 테라노바[ Terra()Nova(새로움)의 합성어로 새로운 땅새로운 기회의 땅’]팀 구성 등 자치단체에서 도시디자인 관련 부서를 신설하며 지역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문화`예술 공간을 확장한다는 의미로 공공조형물의 설치가 활기를 띄게 되었다.

하지만 2014년 국민권익위가 전국 지자체에서 공공조형물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 무분별한 건립에 따른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하였고, 2019년에는 전국 지자체 중 절반 이상(60.1%)이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발표하였다.

공공조형물이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과 함께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상징물 그리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예술작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과정이 요구되는지 살표본다.

 

오래전 탑이 있었던 곳에 만들어진 '상자집'
오래전 탑이 있었던 곳에 만들어진 '상자집'

<공공미술(공공조형물)의 제도와 역사>

현대의 공공미술제도는 1930년 경제공황기의 미국에서 실직한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와 공공건물의 미적 아름다움을 위해 공공건물 건축비의 1%를 미술가에게 할당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하였다.

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된 프로젝트는 1960년대 말 상업주의 미술과 반대되는 개념의 공공미술로 주민벽화운동이 확산되면서 지역공동체 미술인 지역콘텐츠’ ‘사회참여’ ‘탈미술관’ ‘거리문화지향이라는 시민사회적이며 민주주의적 속성을 담으며 더욱 성장하였다.

특히 1984년 시애틀에서는 시 중심지의 5개 지하철역을 지으면서 각 역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맞는 작품은 물론 색상, 조명 등도 고려하였고, 지역 주민과 학생들을 작품의 제작에 참여하게 하여 새롭게 건설하는 도시의 방향을 인간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미술작품 뿐 아니라 공연예술, 문학, 미디어아트 등 문화프로그램과 전시 또는 공연공간 등 문화시설도 지역주민을 동참하도록 유도하였다.

우리나라의 공공미술은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의 활동으로 도시의 가로, 공공장소에 애국선열의 동상 건립을 시작으로 보고 있다. 1968년 세종로에 이순신장군 동상, 덕수궁에 세종대왕 그리고 장충단공원에 사명대사의 동상이 건립되었다. 이후 사직공원에 이율곡과 신사임당, 효창공원에 원효대사, 시청광장에 김유신, 남대문에 유관순, 남산 시립도서관에 정약용과 퇴계 이황의 동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당시에 건립된 동상은 공공미술의 의미를 담은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자에 의한 국민통합과 국가이데올로기의 주입에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1972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되고 1982건축물의 미술장식조항이 신설되면서 공공조형물과 미술품에 대한 조례가 제정되는 등 공공미술이 예술성과 환경조화성 그리고 공공성과 안정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2000년대부터는 문화`예술이 도시재생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공공조형물을 통해 지역을 홍보하는 수단이 되어 경쟁적으로 설치되었다.

 

파빌리온 앞 '지상의 낙원'
파빌리온 앞 '지상의 낙원'

<공공조형물의 지속가능성>

공공조형물이 지속가능한 랜드마크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공의 장소와 공공의 소유, 공공적 의미의 표현 그리고 공공의 영역 등과 함께 경관, 이미지, 통일성 등 공공성에 대한 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장성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조형물을 조성하며 공공성과 예술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장북로타리에 조성한 꽃들의 향연주무 담당자는 디자인 전문회사에 취지를 설명하여 3개의 디자인 가운데 하나를 공무원과 주민들이 선택하게 하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디자인회사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상업미술이라고 하는 자본적 욕망을 추구하는 디자인회사가 설계한 작품에 예술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속가능한 공공조형물은 공공성과 예술성을 가지며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제성, 사회성, 생태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하나의 공공조형물이 만들어지기까지 공간의 규모, 형태, 입지, 시설물, 접근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 콘텐츠와 맥락, 역사, 기능은 물론 주변의 녹지, 수경, 음향, 조명이 조화를 이루는지 살펴야 한다. 디자인 회사가 이런 점들을 고려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공공조형물은 장소 지배적 유형과 장소 의존적 유형 그리고 장소 연계적 유형 등 크게 세 분류로 나뉜다. 장소 지배적 유형은 예술성이 뛰어나 그곳이 놓인 공공공간의 본래 용도보다 조형물의 존재가 더 부각되는 경우다.

앞에서 보도한 미국 밀레니엄 공원의 클라우드 게이트나 영국의 게이츠헤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포항의 호미곶 상생의 손이나 부산의 광안대교 등도 장소 지배적 조형물에 속한다.

장소 의존적 유형은 지역적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공간의 상징성을 담아내는 것으로 역사적 사실에 입각한 기념비적 환경조형물이나 기념비 등으로 현충원의 조형물이나 장성 황룡에 조성한 동학혁명 승전기념탑이 이에 해당된다.

장소 연계형 유형은 주위 환경과의 상호관계를 고려하여 공간의 쾌적성과 심미성에 목적을 두어 조성한 것으로 광화문 흥국생명 흥국광장과 장성공원 인공폭포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공공조형물을 조성할 때 이와 같은 분류에서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 것인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오산문화예술회관
오산문화예술회관

<안산시 공공조형물>

안산시는 2012안산시 공공 시설 표준디자인을 마련하고 2015년에는 안산시 공공 조형물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안산시가 표준디자인을 마련하고 조례를 제정하여 공공조형물 조성에 대한 기준 등을 마련한 것은 2009년 높이 30m, 지름 20m의 공공조형물 안산소나타조성과정에서 주무과장이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등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 대우건설이 181천여만원을 들여 안산시에 기부체납한 안산소나타는 조형물인 스틸 구조물이 부식되고, 야간에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일어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여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안산시는 2012년 인간과 도시와 디자인이 어울리는 표준디자인을 만들어 가로등, 가드레일 등 보호시설물과 지역안내판 등 정보시설물, 수목보호대 등 녹지시설물과 멘홀 등 관리시설물, 휴지통 등 편의시설물 그리고 공사장 출입문 등 특수시설물에 적용하였다.

안산시는 표준디자인 제정을 위해 안산의 산림`하천`해안등 자연경관, 도로`주거지`상업지`산업지 등 인문경관 그리고 사찰`서원`문화유적지 등 역사문화경관으로 구분하여 경관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안을 마련했다.

안산시 공공조형물 조례안은 공공조형물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가치를 구현하고, 안산시의 이미지를 제고하며 그밖에 안산시가 필요하는 조형물이어야한다고 했다.

또한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룰 것, 작품성`독창성 및 조형성을 구현할 것, 지역의 정체성과 부합할 것, 장소의 적합성`접근성` 및 조망권을 확보할 것, 주변 지장물 또는 공공용지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룰 것, 규격 및 건립부지 면적이 적정할 것, 재료의 내구성 및 안전성을 확보할 것 등의 기준을 지키도록 하였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안양시 공공예술프로젝트>

안양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먼저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시작(2005)한 곳으로 3년마다 공공예술 프로젝트 축제를 열고 있으며 2019년에는 공생도시-안양, 함께하는 미래도시라는 주제로 제 6회 안양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안양은 지붕없는 미술관, 안양예술공원과 평촌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예술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된 안양예술공원은 관악산과 삼성산의 깊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천연수를 이용하여 1950년대 초부터 이미 풀장으로 개발되어온 곳으로 1969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계곡 주변에 주택과 음식점 등이 무질서하게 형성되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열악한 시설과 낙후된 환경으로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안양예술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사업이 시작되었고 2005년에 안양예술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안양은 불교에서 비롯된 어원으로 지상의 낙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는 불교의 극락정토를 구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수도권의 위성도시로 변화하는 안양이 열린도시’ ‘새동네를 만들어갈 때 주민들과 함께’ ‘만들기’ ‘변화를 위해라는 기본을 지켰다.

따라서 외국의 유명 작가들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안양에서 머물며 안양의 역사와 문화를 먼저 익힌 다음에 작품 구상에 들어가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은 안양예술공원에서 신도시인 평촌 중앙공원까지 이어져 안양시가 지붕없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얻게 하였고,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까지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다.

 

철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는 스틸아트페스티벌
철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는 스틸아트페스티벌

 

<장성군의 공공조형물 조성 어떻게?>

최근 신축한 장성군의 공공건축물은 수영장, 삼계면 행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사거리 5일시장, 북부 보건지소 그리고 준공을 앞두고 있는 장성공설운동장 등이다. 이 가운데 상징성과 랜드마크를 고려한 건축물은 장성공설운동장이다. 황룡강의 용을 형상화하고, 옐로우시티의 컬러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공공조형물로는 장성호 임권택 동상 등과 남면의 국도 진입로에 세운 옐로우게이트와 장성공원 인공폭포, 군청사 입구 골든게이트, 장북 사거리에 꽃들의 향연을 꼽을 수 있다.

공공미술로는 방구다리, 북이면 소재지 벽화, 고려시멘트 벽과 버스터미널 주변에 옐로우 디자인 사업이 있다. 하지만 장성군 공공디자인과 공공조형물 설치와 관련한 조례는 물론 디자인 기준안이 마련되지 않아 건축물 또는 조형물을 설치할 때마다 관련 부서에서 수차례의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군청사 입구에 골든게이트도 당초 예정보다 준공이 늦어진 이유가 바로 잦은 설계변경 때문으로 알려졌다.

컬러마케팅을 통한 장성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면서도 국민권익위에서 권장한 기준안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따라서 건축물은 물론 조형물이 조화와 독창성, 정체성과 안전성 그리고 적합성 등을 원칙으로 하는 기준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조성하고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폐단을 막고, 공공조형물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지속가능한 지역 예술품으로 남기 위해서는 공공조형물의 조성에 대한 조례제정, 디자인 기준안 마련 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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