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에 깨달음과 이(利)에 깨달음
의(義)에 깨달음과 이(利)에 깨달음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1.04.05 14:52
  • 호수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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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기원전 551년에 출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천5백 년 훨씬 이전에 태어난 분임에 분명합니다. 온 인류가 성인(聖人)으로 떠받드는 분이니 무슨 찬사를 올릴 필요야 없지만, 『논어』를 읽다 보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되어가리라는 것을 대부분 알았던 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자기가 살던 시대에도 벌써 “군자는 의(義)에 깨닫고 소인은 이(利)에 깨닫는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里仁)”라고 말하여 의는 깨닫지 못하고 이만 깨닫다 가는 소인, 곧 악인들이 사는 세상이 되어 버릴 것을 걱정했습니다.

공자보다 2천3백여 년 뒤에 태어난 다산은 이익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공자보다 더 절실하게 이만 깨닫는 소인들의 세상을 개탄하면서 그런 시대를 구제하려는 논리를 찾아내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1세기 오늘, 어느 때보다 이에만 함몰되어 의는 염두에도 없는 세상에서 다산의 해설에 마음을 기울여봅니다. 다산은 군자를 신분이 높은 귀인으로 여기지 않고 그냥 착한 사람으로 봅니다. 소인도 천한 사람이 아니라 착하지 못한 악인으로 여겼습니다. 이익만 추구하고 이에만 깨닫는 악인들이 살아가는 오늘, 땅투기꾼들의 이익을 취하려는 탐욕 때문에 온 세상이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다산은 심학(心學)의 이론에 따라 “의란 도심(道心)이 지향하는 바요, 이란 인심(人心)이 추종하는 바[義者 道心之所嚮 利者 人心之所趨:논어고금주]”라고 설명하고, 자학(字學)에 따라 의란 선아(善我)요, 이란 ‘도취화(刀取禾)’, 즉 칼로써 벼를 베어내는 일이라고 해석하여, 이에는 착취가 따름을 설명합니다. 이러면서 다산은 의만을 추구해서 군자로 되어가는 착한 사람과 이만을 추구하다 소인으로 변해 악인이 되어버리는 과정까지를 자세히 열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利)라면 사양하고 하나의 착함이라도 부지런히 실천하여 확고부동한 선인이 되면 군자가 되는 것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이(利)일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아무리 하찮은 이익도 사양하지 않고 계속 취하다 보면 악행이 쌓여 이만 깨닫게 되어 소인이 되어버린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인간은 모두 천연동류(天然同類)인 사람이지만 의를 택하느냐 이를 택하느냐에 따라 선인과 악인으로 변하고, 결국은 인간과 짐승으로 변해버리는 비극을 맞게 된다는 것이 공자와 다산의 뜻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사람이 되고 저 사람은 짐승이 되어버린다는 다산의 경고는 바로 오늘의 이야기로 새겨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에 깨닫느냐, 이에 깨닫느냐의 차이를 다산은 더 분명한 예를 들어서 이에 깨닫는 사람에게 말해줍니다. 순임금이 되느냐, 도척(盜蹠)이 되느냐로 비교하고 사람과 짐승으로 변해버린다는 무서운 경고를 했습니다. 이에 깨닫는 사람이 최종으로 가는 길을 이야기합니다. “이리하여 도심은 없어지고 인심이 주인이 되며, 대체(大體:본성)는 잃어버리고 소체(小體:욕심)가 왕성해지니 이것이 이에 깨달은 데에서 초래한 결과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왕성한 소체를 축소하기 위한 「전론」·「정전론」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왕성한 소체를 억눌러 잃어버린 대체가 살아나 마음을 주재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 길이 땅투기가 근절될 근본이지만, 그런 인격수양과 병행하여 철저한 법제개혁으로 제도적인 투기 방지 대책을 확고하게 세워야 합니다. 근본적인 대책에 일시적인 처방을 함께 해야만 토지 투기의 난국을 해결하리라 생각해 봅니다. 도심의 회복과 제도적 장치, 두 방법으로 투기를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글쓴이: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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