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공공조형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공공조형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3.28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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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과 주민합의 없이 제작, 세월 지나면 흉물로
장북교차로 '꽃들의 향연'
장북교차로 '꽃들의 향연'

최근 장성군이 장북교차로 로타리에 설치한 공공조형물 꽃들의 향연이 사업비 과다와 수의계약 의혹이 제기되었다. 총사업비 55천만원이 투입되어 높이 7m 4m의 크기로 조성된 이 조형물은 장북교차로가 회전교차로로 바뀌면서 지역 상가 주민의 건의와 함께 장성호 수변길을 찾는 방문객에게 상징적 조형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성되었다고 한다.

조성과정을 살펴보면 옐로우시티 장성에 맞는 색채와 노란꽃잔치가 열리는 황룡강 옆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디자인 용역을 주었고, 시공업체는 시공능력과 사업비 견적 등을 통해 3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을 선정했다고 한다. 또한 디자인은 4개 작품 가운데 장성읍과 북일면 이장과 장성군청을 출입하는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했다고 한다.

공공조형물 설치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전국적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국민권익위가 2019년에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공공조형물 6287점 가운데 2000년 이후로 조성한 것이 5832점이었으며 건립비용은 11254억원이었다.

장성군은 2005년 장성호 시비조각공원 조성에 50여억원이 투입되었으며 이어서 2006년에는 임권택 조형물과 상징탑 등이 세워졌다. 2011년 민선5기 때는 45억원을 투자하여 임권택 시네마타운을 조성하였다. 민선 7기 들어서는 옐로우게이트, 장성공원 인공폭포 그리고 장북교차로 꽃들의 향연등이 공공조형물로 건립되었다.

하지만 시비조각 공원과 임권택 시네마타운은 매년 수억 원의 관리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이곳을 알고 찾아오는 관광객은 연간 수천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옐로우게이트 등 상징조형물에 대한 평가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다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4년 전국 지자체에 지자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권고하였지만 대부분이 미흡한 실정이다. 권고안에는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건립심의위원회 구성과 주민 의견 절차 규정 등 건립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장치를 마련할 것을 담고 있다.

공공조형물이 지역경쟁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성공적인 랜드마크로 자리잡기 위한 과정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지역경쟁력 높인 랜드마크

2. 사라진 12천억 원

3.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는 안산시에서 배우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1. 지역경쟁력 높인 랜드마크

<랜드마크란>

랜드마크는 특징적인 건물이나 유적, 동상 등 도시나 지역을 대표하는 물리적 실체다. 뉴욕은 자유의 여신상을 떠오르게 하고,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 영국 런던은 타워 브릿지, 프랑스 파리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중국엔 만리장성, 이집트엔 피라미드, 인도에는 타지마할 등이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꼽힌다.

장성호는 경관으로서 랜드마크적 기능을 갖고 있고, 백양사와 필암서원은 역사문화유적으로 랜드마크가 된다. 랜드마크는 관광객 또는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저절로 형성되는 이미지로 역사성, 예술성 등이 그 지역을 대표하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랜드마크가 되는 상징 조형물은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산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덴마크 건축가 웃존의 작품으로 1973년에 완공하였으며 연간 7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명소이며 2007년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는 인구 35만명의 작은 도시로 이곳에 위치한 구겐하임 박물관은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여 7년 만인 1997년에 완공되었는데 건축비 1800억원 가운데 1600억원은 미국에서 빌렸다. 연간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었으며 개관 3년 만에 건설비를 회수했고, 5년 만에 세금을 비롯한 모든 투자액이 회수되었다. 미술관이 개관한 뒤 호텔 수가 10배나 늘었으며 미술관으로 인해 만들어진 일자리만 4천 개에 달했다고 한다.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헤밍웨이가 그의 작품 <정오의 죽음>에서 빌바오를 무덥고 추한 광산도시라고 표현했는데 미술관이 생긴 이후 빌바오는 문화와 환경의 관광도시로 바뀌었다.

 

영국의 '북쪽의 천사'
영국의 '북쪽의 천사'

<80만 파운드를 투자해 매년 40억 파운드를 버는 북쪽의 천사’>

랜드마크의 성공이 지역경제를 얼마나 발전시켰는지 영국의 작은 도시 게이츠헤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구 20만 명의 게이츠헤드는 석탄과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한 작은 도시로 1970년대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1980년대에 들어서는 실업률이 20%를 넘어섰다.

1986년 공공 공간 예술프로그램을 추진하였으며 도시재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랜드마크로 북쪽의 천사라는 조각상을 세웠다. 1998년에 완공된 조각상은 80만파운드(한화 12억원)가 투입되어 높이 20m, 가로 54m, 무게 208톤의 철과 구리로 제작되었다.

조각상이 서 있는 로펠 언덕은 원래 석탄 갱도가 있던 폐광 자리로 과거 번성했던 철강산업을 상징하는 철로 만들어졌고, 천사의 양 날개가 약 3.5도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도시를 감싸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당시 주민들 가운데는 재정이 열악한 작은 도시에서 막대한 제작비용을 투입하여 조각상을 제작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한 해 평균 2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관광 수입만 연간 40억 파운드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20%에 이르던 실업률은 4%로 낮아졌다.

12억 원을 투입하여 매년 6000억 원의 관광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MBC 사옥 '스퀘어-M'
MBC 사옥 '스퀘어-M'

 

상징조형물의 성공사례로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의 클라우드 게이트를 빼 놓을 수 없다. 인도계 영국 조각가 애니쉬 카푸어가 제작한 클라우드 게이트는 높이 10m, 너비 13m 무게는 110톤으로 168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강판을 서로 이어붙이고, 표면은 거울 효과가 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에 600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하였으나 최종적으로 2300만 달러(250억원)가 소요되었다.

클라우드 게이트가 조성된 밀레니엄파크는 1850년부터 기차역으로 활용되던 곳이었으며 호숫가라는 이점 때문에 상업지구로서 왕성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강 주변 상업이 몰락하고 공장 등이 이전하게 되면서 이 지역은 사람들의 왕래가 끊기고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총 사업비 4억 달러 정도가 투입되면서 세계적인 밀레니엄파크가 탄생하게 되었고, 각종 미술관을 비롯해 문화센터, 박물관, 대학 등 인근 지역의 문화예술 공간과 결합하였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까지 매년 400-500만 명이 밀레니엄파크를 찾았으며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는 매년 1억달러(1000억원)에 달한다.

 

귀뚜라미 사옥 '워킹 투더 스카이'
귀뚜라미 사옥 '워킹 투더 스카이'

<귀뚜라미 사옥, 흥국생명 사옥MBC 사옥>

환경조형물의 역사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에서부터 시작된다. 조형물은 순수예술에서 종교적 또는 시대의 반영을 함축하기도 한다. 도심의 빌딩이나 대형건축물에 설치된 환경조형물은 도심의 딱딱한 환경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줄 뿐 아니라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경조형물은 흉물로 전락하거나 관리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귀뚜라미 보일러 사옥에 있는 워킹 투더 스카이라는 작품은 빌딩보다 조형물로 더 알려졌다. 미국 조각가 브로프스키가 설치한 이 작품은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들을 형상화한 것으로 인종을 불문한 남녀노소가 하늘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조각으로 형상한 작품이다. 인류와 평화와 관계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세계 여러 곳에 그의 작품이 설치되어있다.

흥국생명 사옥에도 브로프스키의 작품인 망치질하는 사람이 설치되어 있다. ‘해머링맨이라고 부르는 이 조형물은 높이 22m에 무게만 50톤에 달하는 대형 조각작품이다. 브로프스키가 이 작품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노동자라고 이름 붙여진 3.4m의 나무 조각상이었다. 이후 해당 작품이 철제 작품 시리즈로 나오면서 해머링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상암동에 가면 MBC 앞에 자리하고 있는 스퀘어-M은 유영호 작가의 조형물로 빨간색 사각 프레임 사이에 두 사람이 서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을 하고 있다. 빨간색은 MBC의 대표색을 의미하고 막힘없는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미디어를 상징한다.

이 조형물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2’의 예고편에도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으며 해외 관광객들이 서울 방문 때 꼭 들리는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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