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사용하는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이 하나요?”
“선생님이 사용하는 교무실 청소를 왜 학생이 하나요?”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3.21 14:54
  • 호수 8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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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 중학생, 인권위에 ‘교무실 청소 관행 부당’ 진정
학교측, ‘잠재적 교육 과정의 일부, 인성 교육 일환’ 주장
교육청은 ‘교무실도 학교 교육 현장, 청소하며 소통·성장’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국가가 국민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명시하였고, 교육기본법 제12조는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최근, 학생의 비자발적인 교무실 청소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공개되어 이목을 끌었다. ‘잠재적 교육 과정이자 인성 교육의 일환이라는 학교의 주장과 교무실도 학교 교육 현장이라는 교육청의 의견에 대해 인권위는 교직원 사용 공간에 대한 비자발적인 청소 배정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라고 진정한 것을 고려하면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학생 인성 함양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권위, ‘교직원 사용 공간, 학생에 청소 배정 중단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이하 인권위)가 교무실 등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에게 청소하도록 하는 것은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ㅇㅇ중학교장에게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의 청소를 비자발적 방법으로 학생에게 배정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고 지난 2월 밝혔다. ㅇㅇ교육감에게는 해당 교육청 소속 학교 중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에게 청소시키는 사례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은 ㅇㅇ중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A 군이 학교에서 11 역할을 의무적으로 분담하도록 하면서 역할 중에 교무실 청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관행적으로 학생들에게 교직원 사용 공간을 청소하도록 하여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였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이 청소에 참여하는 것은 쾌적한 교육환경과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인성을 함양하기 위한 잠재적 교육 활동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부의 용역 활용 방침이 있기 전에는 현재처럼 학생들에게 교무실 등 청소를 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중학생이 낸 ‘학생의 교직원 사용 공간 청소 배정으로 인한 인권 침해’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문을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중학생이 낸 ‘학생의 교직원 사용 공간 청소 배정으로 인한 인권 침해’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문을 발표했다.

 

ㅇㅇ중학교를 관할하는 ㅇㅇ교육청 역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기초 환경을 갖추기 위한 것이 청결과 위생이라며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인 교실뿐만 아니라 교장실과 교무실 역시 학교 교육 현장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청소시간에 학생과 교사가 소통하며 성장하기도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대신 교육청은 교장실, 교무실 등의 청소를 의사에 반해 학생들에게만 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사항이 아니므로 청소 용역 이용, 희망 학생들에 의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의 시행 등의 방법으로 깨끗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 가도록 권장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바람직한 사항이 아니라면서도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는 대신 권장하겠다는 두루뭉술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교무실 청소가 교육 활동? 인성 함양까지?>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가 공개한 결정문에는 구정화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와 강은옥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 등이 학교와 교육청의 주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구정화 교수는 먼저, 교육 활동을 통한 교육의 가치는 학생들이 교육 과정에 참여할수록 더 성장하게 되고, 보람을 느끼며, 자존감을 느끼는 것이어야 하는데, 교직원 사용 공간을 청소한 학생들이 이에 대하여 문제라고 진정한 행위를 한 것을 고려하면 학생들은 이를 교육 활동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했다.

둘째, 교직원 사용 공간에 대한 학생 청소 활동이 학교가 기대하는 것처럼 학생의 인성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으로서 적절한지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셋째, 교직원 사용 공간에 대한 학생의 청소 행위는 잠재적 교육 과정이 아니라 의도된 교육 과정이며, 오히려 학생들은 자신들과 협의하지 않고 그 활동을 시킨 것에 대하여 복종을 강요하는 학교 문화라는 비판적 의식을 배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학생과 협의나 동의 절차 없이 교직원 사용 공간을 청소하게 하는 것은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은옥 변호사 역시 학교가 법령 및 학칙에 근거를 두지 않고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 혹은 침해하고 있으며, 학생 인성 함양을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교무실 등에 대한 강제적인 청소 공간 배정은 학생들의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강제 노동을 하게 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하여 학생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교무실 청소, 학생이 못하면 청소 용역 배치해달라>

그렇다면 다른 학교 상황은 어떨까.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해당 학교가 있는 교육청 소속 88개 중학교 가운데 25개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밝혔다. 조사 결과 봉사활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임의로 교무실 등 교직원 사용 공간을 학생에게 청소시키는 학교14곳이었다. 이유는 청소 인력 부족 봉사 정신 함양 교사의 업무 부담 및 시간적 제약 환경교육 차원 교육의 일부 등이었다. 즉 이 14곳의 학생들은 그동안 부족한 청소 인력을 대신해왔으며, 업무 부담 및 시간적 제약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쾌적한 환경 조성도 학생들의 몫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사 내용에는 추후 교직원 사용 공간에 대한 학생 대상 청소구역 배정을 지양하고, 교사 업무 경감을 위한 청소 용역 배치 확대 등을 희망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앞으로도 학생 사용 공간에 대한 청소는 지금처럼 학생들이 하되, 교직원 사용 공간 청소는 사용자지만 업무가 바쁜교사 대신 청소 용역을 배치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인권의 무게가 교사 편으로 매우 기울어져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자기 공간 스스로 청소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다>

대한민국 헌법10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12당사국은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연스럽게 표시할 권리를 보장하며, 아동의 견해에 대하여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정당한 비중이 부여되어야 한다

교육기본법12(학습자)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 교육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

·중등교육법18조의4(학생의 인권보장) ‘학교의 설립자·경영자와 학교의 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위 내용은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가 별지를 통해 공개한 결정 관련 규정들이다. 그러나 인권위의 결정은 해당 학교나 교육청에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권고를 하고 있을 뿐이어서, 실제 인권위의 권고가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학교와 교육청은 학생들의 교무실 청소가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스스로 청소하는 것과 자신이 버린 쓰레기마저 제자에게 치우게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교육적일까?

기자가 만나본 중학생 대부분은 교무실 청소 경험이 있다거나 우리 학교 교무실도 학생들이 청소한다고 말했다. 어떤 학생은 그게 문제가 되나? 하는 김에 하는 거지라고 말했고, 다른 학생은 아직 그런 불만을 얘기하거나 들은 적은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게 되면 우리도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작년에 휴대전화를 조례 시간에 수거하고 종례시간에 돌려주는 것이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만은 자율을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올해도 달라진 것은 없다. 교무실 청소 건도 마찬가지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교사들이 할 일은 학생들에게 타인의 인권을 존종하라는 가르침에 더해 자신의 인권을 지키고 보장받으며 살아갈 방법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눈에 비치는 교사의 모습은, 교사의 권리뿐만 아니라 제자인 학생부터 학교 청소노동자의 권리까지 인정하고 존중하는 모습이어야 한다.

이제라도 학교와 교사들 스스로 내 구역 청소는 내가를 선언한다면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고, 나아가 제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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