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는 괴물이 아니다
성소수자는 괴물이 아니다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3.07 22:28
  • 호수 8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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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퀴어입니다를 쓴 플루트 연주자이자 비정규직 음악교사, 2018년 지방선거 제주녹색당 비례대표, 2020년 국회의원 선거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였으며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 활동가였던 김기홍씨가 지난 224일 세상을 떠났다.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마지막 글에는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고 했다.

그리고 열흘 뒤인 34일 성전환 수술을 받고, 강제 전역 처분을 받은 변희수 전 육군하사가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공식적인 성별을 여성으로 바꾸고, 군대로 돌아가기 위해 법적투쟁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사회의 냉대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그의 선택은 죽음이었다.

일찍이 커밍아웃(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는 것)을 한 방송인 홍석천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테러의 위협을 느낀다. ..매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 또는 성전환을 한 사람들을 마치 비정상이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매도하거나 치부하고 있는 경향이 크다. 에이즈가 동성애자들로 인해 전염된다는 편견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동성애자는 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가난한 나라인 케냐와 짐바브웨서는 성인 5명 중 1명이 에이즈에 걸렸다.

동성애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는 물론 군주들도 잘생긴 소년들과 동성애를 하였으며 가장 고귀한 사랑을 남자와 남자사이의 사랑이라고 할 정도였다.

당시 동성애가 얼마나 많이 유행했으면 크세노폰이 쓴 [소크라테스 회상록]에서 소크라테스는 미소년을 멀리하라고 하였다고 했겠는가? 그리스 신화에서 아폴론이 미소년인 히아킨토스를 총애하여 데리고 다녔으며 제우스도 지상의 인간인 미소년 가니메데를 신전에 데려와 곁에 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명나라와 창나라 때에도 고위층들이 젊고 잘생긴 남자와 동성애를 했다는 내용이 당시에 출간한 소설 등에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때 목종, 충선왕, 공민왕 등이 젊은 남성들을 곁에 두고 동성애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공민왕의 동성애를 영화로 만든 것이 조인성과 주진모가 주인공으로 열연한 쌍화점이다.

조선시대 일본을 다녀온 통신사들의 기록에 의하면 부유한 일본의 무사들은 미소년을 애인으로 두었는데 이들은 외모가 아름답거나 치장도 화려해 어지간한 여성보다 더 아름다울 지경이라고 했다.

동성애가 죄악으로 치부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보수 기독교가 정치와 이념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로트 공화당 원내총무는 동성애는 죄악이며 알콜중독이나 섹스 탐닉, 도벽 등과 마찬가지로 다뤄져야 한다고 했을 정도다.

우리나라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축제2000920여 개이 성소수자 단체 및 커뮤니티 등이 주최하여 연세대학교에서 열리면서 시작되었다. 이 축제는 홍대와 신촌, 이태원 등에서 진행되면서 점차 규모가 커졌고, 2015, 2016년에는 서울광장에서 수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한편 2009년 대구, 2017년 제주에 이어 2018년에는 전주에서도 퀴어축제가 열리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보편적인 성 취향과 다른 성적 지향을 비정상으로 단정하는 것은 보수 기독교적 신념에 따라 성을 자녀를 생산하는 행위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다. 성은 쾌락이 아니라 2세를 갖기 위한 거룩한 의식이라는 사고는 봉건주의 사회에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이혼이나 낙태는 허락되지 않았으며 일부 종교에서는 여성이 성적 쾌락을 느끼지 못하도록 할례를 하는 악습이 수백 년 이상 지속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성적 지향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사회적 잣대일 뿐이다. 동성애자이든 양성애자이든 사회가 그들을 정상이나 비정상으로 구분해서는 안 되고, 더구나 직업의 선택 등으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

김기홍씨에 이어 변희수하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또 하나의 과제를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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