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간담회서 미리 짜 맞추는 회의 시나리오
기자수첩 - 간담회서 미리 짜 맞추는 회의 시나리오
  • 권진영 기자
  • 승인 2021.03.01 23:06
  • 호수 8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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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군수·도의원·군의원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군의원은 주민에 의해 선출된 주민 대표로서, 집행부를 견제하고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과 청원 심사 등의 권한을 위임받았다. 의원들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매년 2회의 정례회를 포함해 연간 100일 이내로 회기를 운영하게 되어 있고, 주민이 위임한 의정활동에 대해 주민 세금으로 연 35백여만 원의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도 꼬박꼬박 지급한다. 공무로 출장이나 여행하는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비가 지급되고, 의정운영공통경비, 의회운영업무추진비 등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겸직 및 영리 행위도 허용된다.

무엇보다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소속된 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 주민을 대표하는데 국한되지 않고 지역주민 전체의 대표가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혼동하여 지방의원들이 다음 선거 때 표를 의식하느라 마치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 해결사로 전락하거나 유권자 눈치 보기로도 모자라 유권자 눈 가리기행태를 자행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유권자 역시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을 처리해주는 의원이나, 지역구 예산을 더 많이 끌어오는 의원보다는 다음 선거를 의식한 인기 영합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전체 지역의 공공이익을 바르게 대변하는 의원이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가야 장기적인 지역 발전이 가능하다.

지방자치법 제65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모든 회의는 공개되며, 방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지방의회는 소위 간담회를 열어, 공개되지 않고 방청할 수 없는 간담회에서 회의 내용을 의원들끼리만 조율하여 회의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대로 공개회의를 운영한다. 편법이다. 이렇게 되면 간담회가 다른 모든 공개회의를 대체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의원 편의주의에 입각한 간담회 처리가 더 자주 일어날 공산이 크다.

문제예산을 심의하는 계수조정회의가 아니고 간담회다는 주장으로 공개도, 기록도 하지 않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도대체 누가 지방 의원에게 비공개 간담회에서 중요 의안을 다루고 예산을 심의할 권한을 주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순창군의회는 수년 전부터 간담회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남군의회 김병덕 의장은 취임 후 군민의 알 권리 충족과 열린 의회로의 변화를 위해 비공개 관행을 깨고 군의원 간담회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계수조정이나 간담회 공개 요구를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묵살하는 것은 의회와 주민의 수준을 동시에 깎아내리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의원이 본연의 역할과 직무는 망각한 채 권한과 혜택만 누릴 생각이라면 당장 의원 배지를 반납하는 것이 주민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제라도 왜 지방의원이 되었는지, 남은 임기 동안 주민의 대표로서 역할과 본분을 다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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