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주를 원하지 않는다
나는 손주를 원하지 않는다
  • 장성군민신문
  • 승인 2021.03.0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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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결혼을 하겠다며 예비 사위를 데려왔다. 짝을 이루어 떠날 딸을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아쉽고 섭섭할 것이다. 딸을 키우며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는지 돌아보게 되고, 성실하고, 진실한 삶으로 딸에게 모범이 되도록 살았는지도 성찰하게 된다.

무엇보다 서로 아끼고 존중하며 배려와 용서로 억겁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상대의 허물을 찾지 말고 나의 잘못을 고치려고 노력하라고 말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어떻게 대해왔는지도 반성하게 되었다.

자녀가 결혼을 하면 누구나 손주를 기다린다고 한다. 자식은 어여쁜 줄 모르고 키우지만 손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예쁘다고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손주를 바라지 않는다.

내 손주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될 때쯤인 30년 후에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너무나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삶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매거진의 기자인 데이비드 웰리스웰스는 201779<거주불능 지구>라는 기획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하였다. 데이비드는 이 기사에서 30년 후인 2050년 기후재난의 실재와 미래에 대해 12가지를 예고하였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더욱 강하고 빨라진 바이러스와 존재도 몰랐던 수많은 박테리아의 출현으로 인한 질병의 전파였다.

그런데 2019년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는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하고 있다. 30년 후가 아니라 지금 3년 전 데이비드의 불안한 예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다행히 전염성이 높은 반면에 치사율이 3%를 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90%를 넘었고, 중동호흡기 증후군으로 알려진 메르스는 치사율이 40%에 이르렀다. 에볼라와 같은 치사율과 코로나19와 같은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인류가 존재할 수도 없을만큼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며 전세계는 상상할 수도 없는 대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다.

30년 후 서울의 여름 기온은 섭씨 42도를 넘을 것이며 이런 폭염은 무려 50일 가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에 울창하던 소나무는 찾아볼 수 없으며 숲은 아열대성 나무로 바뀌었고, 사과와 포도재배는 농업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쌀 자급률이 100%에 이르렀던 지금과 달리 잦은 태풍과 폭우, 폭염에 의해 쌀 생산량이 현재의 50%도 미치지 못해 쌀 자급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세계 인구가 95억 명에 이르렀고, 식량은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쌀 수입은 엄두도 내지 못해 대체식품으로 끼니를 대신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은 잦은 태풍과 호우를 동반하지만 막상 먹을 물은 부족하고, 생활용 물도 자주 끊기는 실정이다.

경제침체는 심각한 상황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은 절정에 다다라 소수의 부자와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로 나누어져 부자들은 불안하여 문밖에 나가지 못하고, 지하 벙커와 같은 곳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생활터전이 바닷물에 잠기게 된 1억 명 이상의 난민들은 보트피플이 되어 세계 곳곳을 떠돌며 바닷가를 통해 상륙하려 하고, 3면이 바다로 쌓인 우리나라는 더욱 불안한 상황이 계속된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적인 삶은 사라지게 되고, 오직 생존을 위한 투쟁과 작은 전쟁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이 밖에도 숨쉬기조차 힘든 나쁜 공기와 질병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내 손주가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결혼하는 딸에게 차마 손주를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 수만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인류는 단 100년도 안 되는 21세기 동안 스스로 인류가 살 수 없는 땅으로 만들어버렸다. 로이 스크랜턴은 <인류세에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우리는 망했다, 이제 어떡하지?>라는 책을 출간하며 인류가 스스로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티븐호킹은 금성처럼 기온이 250도까지 치솟고, 날마다 황산비가 내리는 지구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종이 한 장, 기름 한 방울도 아끼고 절약하는 생활 태도의 전환이다.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검소하게 사는 것을 신조로 삼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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