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재(蓄財)와 산재(散財)
축재(蓄財)와 산재(散財)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2.21 22:34
  • 호수 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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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1월 임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10조 원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5조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김봉진 우아한 형제들의장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219번째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더기빙플레지는 빌게이츠와 워런버핏 등이 기부를 시작하며 만든 부호들의 기부클럽으로 김봉진의장은 배달의 민족 주식을 매각하여 얻은 1조원 가량의 재산 가운데 5천억 원을 기부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로 꼽히는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이른바 흙수저로 통하며 자수성가의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김범수, 김봉진 두 사람의 나눔 실천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울림이 되고 있다.

성리학이 국가의 통치이념이던 조선시대에 군자는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 군자다운 삶이라고 가르쳤지만 이는 재물을 탐하지 말라는 역설이었다. 맹자는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심지를 지킬 수 없다(無恒産無恒心)”고 하였고, 사마천은 자식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하고, 부모를 봉양하지 못하며, 조상의 제사를 지내지 못하며, 남의 도움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사람은 열등한 인간이라고 하였다. 가난은 결코 미덕이 아니라는 가르침인 셈이다.

하지만 부자이면서 남의 손가락질을 받고, 가난하면서도 덕망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으니 부자가 모두에게 존경받지는 못하였고, 가난한 사람이라고 모두 천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빌게이츠나 워런버핏, 마크저커버그 등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자신의 재산 가운데 90%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많은 부자가 흉년이 들거나 백성이 곤궁에 처하면 재산을 내놓은 사례가 적지 않다.

숙종 때 조선의 최고 부자라는 말을 들었던 역관 출신의 상인 변승업은 죽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빚문서를 모두 불태워 버렸다. 자신에게서 돈을 빌려 간 사람들의 빚을 모두 탕감해 준 것이다. 제주도의 전설적인 상인 김만덕은 술값을 내지 못하는 한량의 옷을 벗겨 내쫓을 만큼 냉정하였지만 제주도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하자 많은 재산을 내놓아 육지에서 쌀을 싣고 와서 제주사람들을 살려냈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담과 다르게 수 대에 걸쳐 부를 누린 집안을 보면 나눔과 검소를 실천한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인 부자인 워런버핏은 1957고향 오마하에서

 

구입한 방 5개짜리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코드웰 그룹 존 코드웰 회장은 출퇴근 때 자전거를 이용하고, 구글의 최대 주주인 체리튼은 집에서 아내가 머리를 깎아준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유통회사인 월마트의 짐 월튼은 15년 넘게 같은 픽업트럭을 직접 운전하였다.

검소함에 이어 나눔을 실천한 부자들은 재산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부를 이어갔으니 대표적인 사례가 경주 최부자다. 최부자의 가훈에는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에 땅을 늘리지 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등의 내용이 었고, 이 가훈은 박정희가 최부자의 재산을 가로채기까지 400년 이상 지켜져 왔다.

조선 중기 때 최순성이라는 사람은 부모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자신 또한 재산을 크게 늘렸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손님을 맞이하며 집안을 꾸려갈 만큼의 재산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돈으로 바꾸어 돈이 없어서 장례를 치르지 못하거나 굶어 죽을 지경에 처해있는 사람 등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이를 급인전(急人錢)이라고 했다.

그가 나는 지금까지 재물을 모을 줄(蓄財)만 알았지 나눌 줄(散財)은 몰랐다. 부모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누구를 위해 재물을 모을 것인가라며 부모의 친구는 물론 자신의 친구 가운데 세상을 떠난 이가 있으면 그 식솔들을 보살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사람들의 형편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눔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가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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