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느리고 더 천천히 가야
더 느리고 더 천천히 가야
  • 변동빈 기자
  • 승인 2021.01.24 22:04
  • 호수 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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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만나면 인사를 해야 할지 그냥 지나쳐야 할지 망설일 때가 많다. 바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때 나이가 많은 사람은 예의가 없다고 할 것이고, 나이가 적은 사람은 무시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를 하면 실없는 사람이 되거나 상대방을 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살아가야 하는 요즘 사람들을 호모마스쿠스라고 하는데 상대방의 표정과 얼굴을 알 수 없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주의 빅뱅이 만들어낸 지구의 나이는 45억 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에서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살기 시작한 것은 30만 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빙하기가 지나고 동굴에서 나와 돌을 사용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한 현재의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은 3만 년 전 쯤으로 보인다.

인류는 지구에서 살아온 3만 년 동안 자연과 어울려 자연의 순환을 하늘의 뜻이라고 여기며 인간은 자연이 만든 피조물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동양에서는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였으며 기독교의 창세기에도 여호와가 인간의 몸을 흙으로 빚어 현재의 사람 형체로 만든 다음 숨을 불어넣어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따라서 자연은 인류의 어머니이며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인류가 지구를 파괴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기계를 움직인 때로 이를 1차 산업화 시대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탄소 발생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50년밖에 되지 않았다.

산업화 시대의 인류는 소비가 경제생활의 중심이 되며 이를 위해 저축과 대출, 공급이 이루어지는 사회구조를 이룬다는 의미로 호모이코노미쿠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3만 년 전 자연의 순환과 함께 하며 자연과 공존해온 인류 호모사피엔스는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의 파괴는 지구위기를 불렀고, 더워진 지구에선 호모사피엔스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련이 연속되고 있다. 이상기후는 장마, 폭염, 강추위, 태풍, 가뭄 등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게 만들었으며 전염성이 매우 강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세계적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집단 격리되고, 업무는 물론 학교 교육마저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사회라고 하여 세계적인 소설가인 베르나르베르베르는 현재를 격리된 사회라는 뜻의 호모 콘피누스라고 했다.

이보다 앞서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주며 몸의 일부로 여긴다는 의미로 영국의 경제지인 이코노믹스는 현재의 인류를 포노사피엔스라고 규졍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시대,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고 들떠있던 사람들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세계적 유행을 몰고 오면서 호모사피엔스가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바이러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된 사회를 잠시 해제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류가 초래한 지구온난화는 기후위기와 역병창궐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유엔 산하기관(IPBES)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는 포유류조류 등 생물체 속에 약 170만 개에 달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숲의 파괴, 빙하의 해빙 등으로 인해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의 수가 827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 19 백신이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의 공포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류는 이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 느리게, 천천히, 옆과 뒤를 돌아보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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